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올해 부처님오신날에는 집사람과 함께 도심에 있는 작은 사찰에 갔다. 절에 도착해보니 이미 예불이 시작됐고, 법당 안에는 30명이 채 안 되는 불자들이 모여 부처님 탄신을 경축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족욕식 등 행사가 끝난 뒤 일부 참석자들이 점심공양을 했는데, 산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날 공양만큼은 나물 비빔밥이어서 맛이 있었다. 여럿이 둘러앉아 공양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화제가 됐으니 오랜만에 불자들과 함께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그러한 잠시간 종교 이야기가 나왔고, 한 젊은 보살은 “요즘 사회에서 종교는 서비스업이다”라는 말을 했다. 찾아오는 신도들이 걱정거리, 마음 불편함이 있으면 종교지도자들이 성의 있게 들어서 방책과 지혜를 가르쳐주고, 또 관련된 유용 정보가 있으면 자세히 알려주어야 흥미와 신뢰를 갖고 계속 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 번도 종교가 서비스라 생각해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그 말을 들으면서 요즘 젊은이들의 종교관은 전래의 종교가치관과는 상이하게, 신앙으로서의 종교보다는 자신의 생활 편의만 찾는 이기주의적 세태로 보여 적이 걱정되기도 했다.  

필자의 이름에 ‘라(羅)’자가 들어있다. 살아생전 절에 다녔던 할머니가 스님에게 부탁해 지은 이름이라서 불경에 자주 나오는 ‘라(羅)’자가 들어있다고 했다. 그런 인연으로 어린 시절 매년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할머니를 따라 절에 가서 절밥도 먹고 밤에는 우리 가족 이름이 적힌 연등을 들고 재밌게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다. 또 학창시절에는 친구를 따라 교회에도 몇 번 나간 적이 있는데 성탄절이 닥칠 때면 여럿이서 시골 읍내에 있는 장로교, 천주교, 전도관, 구세군 등을 한 바퀴 돌면서 경축하는 등 바삐 돌아다녔던 한때의 추억이 아직도 생각난다. 

깊은 믿음이 부족한 필자지만 종교적·언론적 입장은 원칙주의자다. 우리 가족 중 큰 형수님이 불자가 아니어서 가족모임에 종교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저마다 신봉하는 종교관과 행동률이 있기에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필자 생각은 어느 종교이든 인류에 봉사하고 평화를 얻는 게 종교나 종교인이 지녀야 할 행동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지난 부처님오신날에도 연등(燃燈) 공양을 하며 나름대로 신앙심으로 일깨웠는 바, 가끔 언론에 기사화되는 불교의 치부(恥部)나 기독인들의 이단 다툼 보도를 접하고서 종교지도자들에게 의아심을 느끼기도 한다.

불교계에서도 종권 다툼 으로 사회비판을 받는 판에 하물며 불자인 필자가 타 종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자격이 없다 하겠다. 하지만 언론인으로서 종교에 관한 객관적인 글을 써야 하는 입장일 때마다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종교인 본연의 가치다. 불교든 기독교든 존재하는 내부 갈등을 불식시키고 지향하는바 바른 길을 가야 함에도 모범을 보여야 할 종교지도자나 수행자들끼리 ‘정통입네’ ‘이단입네’ 하고 반목질시(反目嫉視)하며 갈등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하는 화두다. 요즘도 언론 종단을 가진 특정종교의 횡포로 비쳐나는 일들이 사회지면을 뒤덮고 있다.

필자가 천지일보 논설실장으로 있다 보니 종교 다툼을 아는 지인들이 가끔씩 묻곤 한다. 내용은 기독교방송이나 국민일보가 신천지교회에 관한 비방보도이고, 이에 편파·왜곡된 보도라며 항의하는 신천지교의 반론을 담은 천지일보에 관한 이야기다. 그럴 때마다 종교가 다른 필자로서 답해주는 것은 간단하다. 잘 모르긴 하되, 나타난 사실만으로 국민일보는 순복음교회가 출연해 만든 신문사이고, 기독교방송은 기독교가 주관·운영하는 매체지만 천지일보는 신천지교회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천지일보 임직원 중에 신천지교인이 있을 수 있다. 본인도 불자로서 천지일보에 몸담아 평론, 사설 등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종교의 자유에 의한 개인적 선택이므로 누구든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면 지인들은 쉽사리 수긍한다.

어느 신문사, 방송사도 같겠지만 특히 종교재단에서 관장·운영하는 언론사들은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 오직 진실을 말하고 인류 공동선(共同善)을 위해 매진해야지 자신의 종교를 신장하거나 방어할 목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편향된 방향에서 언론플레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종교재단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정도(正道)의 길을 걷고 있는 상대 종교를 타깃 삼아 편파·왜곡 보도의 길에 나서게 되면 그것은 분명 종교나 언론이 나아갈 바, 바른길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객관성과 진실성이 언론의 담보라면 지난 16일, 특정종교 재단인 국민일보가 최근 천지일보가 발행한 종교 특집에 대한 비난성 기사는 도가 지나치다는 여론에 동감한다. 내용인즉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천지일보가 이만희 신천지 교주를 홍보하는 특집면을 제작·배포했다”는 내용을 읽고서 불교도인 필자가 생각하건대, 정론(正論)해야 할 종교 언론사가 타 언론사의 편집권을 두고 가타부타하는 자체가 상궤를 벗어난 일이고, 딴지거는 자체가 스스로의 품격을 깎아내리게 하는 볼썽사나운 모양새다. 왜 기를 세우며 그렇게 매도해야 하는지, 혹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 건지 자못 의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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