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읽거나 컴퓨터로 새로운 소식들을 훑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게 정치 기사요, 정치인들의 이야기들이다. 하기야 정치가 우리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차지하게 되는 비중이 크다보니 뉴스 가운데에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뉴스 제목을 대충 읽어보는 사이에도 필자는 어디 좋은 소식이 없을까 하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순간 느끼는 점은 ‘좋은 정치’에 관한 것이기보다는 비대위가 어떻게, 전당대회가 어떻고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정치인들의 자기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갈등하는 양상들이다.

정당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소원(疏遠)하는 사이에도 필자는 정당에 관해 적잖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대정치의 중심지가 바로 정당인 바, 정당이 정상적으로 잘 운영돼야 나라가 안정이 되고 국민들이 덜 불편하며, 민주주의가 제대로 굴러간다는 나름대로의 확신 때문이다. 대중들이 알고 있듯 민주정치는 의회정치를 의미하고, 그것은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해야 함인데, 그 좋은 취지나 목적과는 다르게 정당이 마치 정치인들의 전유물로 이용되는 게 안타까워서다.

필자는 그동안 칼럼을 통해 정당 이야기를 자주 해왔다. 조석으로 뉴스에서 만나는 한국정당의 일상들, 물론 원내정당을 일컬음이지만 그 속에서 필자가 느끼는 점은 정당제도가 지닌 목적과 역할과는 다르게 현실정치에서는 왜곡된다는 점이다. 정당의 본래 역할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갖가지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조직으로서의 역할이 담대하지만 국회의원이 요직의 대부분을 점령한 한국 정당에서는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역작용이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 정당은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취지와는 다르게 마치 국회의원들의 전유물처럼 비쳐나고 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등 정당의 당무 운영 사정을 보면 거의가 국회의원들의 집합소이지, 의원 아닌 신분에서 정치 뉴스를 타거나 정당을 이끌어가는 리더는 드물다. 공교롭게도 원내교섭단체 3당이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 중이라 새누리당 김희옥 위원장은 민간인이지만 거의가 정당활동에서 국회의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니 정당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국민 모습은 담겨지지 않고 있는 게 한국정당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무릇 정당이란 무엇인가. 정당법의 정의(제2조)에서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는 내용처럼 분명히 정당은 ‘국민의 자발적인 조직’인 것이다. 적어도 정당 조직에서는 국민, 즉 당원들이 주가 돼야 할 테지만 정당조직의 극소수인 국회의원들이 정당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으니 본연의 역할인 사회갈등의 치유나 국가발전과 국민편의는 뒷전이 되고 만다.

현재 주요 정당들은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 3군데가 정상적인 당대표-최고위원회 체제가 아니라 비상대책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 상황과 이유는 정당대표들이 당 운영을 잘못하였거나 정당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을 만큼 위기에 닥쳤다는 것을 말한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은 각기 이유가 다르겠으나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인해 비상체제를 맞게 된 것인데, 그렇다면 하루속히 정상적인 지도부를 구성해야 함인데 그들은 느긋하기만 하다.

비대위 체제에서 시급한 일은 전당대회를 개최해 정상적인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인데, 새누리당에서는 8월 9일, 더민주당은 8월 27일, 국민의당은 연말에 대회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그러면서 여전히 당대표는 자기계파에서 선출돼야 한다며 내부 분파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친박-비박으로 갈리지는 새누리당이나 친노세력-비친노로 구분되는 더민주당 같이 당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치중하다보니 출마자들도 계파 이용에 혈안이 될 뿐, 정당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인 사회갈등 해소 등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니 국민은 정당을 선호하지 않는다.

현대정치를 관장하는 기구는 정당이다. 또한 좋은 정당이 좋은 정치를 만들어낸다. 그런 전제에서라면 우리 정당들은 자기 이익을 위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리는 판에 국민이 정당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사회가 발전되려면 국민이 정당의  변방에 머물 것이 아니라 자기의 주관과 취향에 맞는 정당을 선택해 그 정당원이 돼서 적극적으로 간여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이 정당의 주인인 양 행세하는 현실에서는 누구라도 마음이 동할 리가 있겠는가. 그렇다보니 정당이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는 가치를 잃고 있는 것이다. 언제쯤 우리나라 정당들이 정상을 되찾고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해 공익과 국민편의에 도움 될 내용을 입법 또는 국가정책으로 연결해 진일보된 정치 발전을 보여줄 수 있을는지 하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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