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우리 사회에서 국민 생각은 간단하다. 날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각종 사고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가족과 함께 이웃들이 편안한 삶을 살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국가가 제 할 일 하면서 사회가 안정돼야 하건만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경고등이 켜진 지 이미 오래다. 무엇보다 국민 불신이 큰 정치가 잘 돌아가야 다른 분야를 견인할 텐데, 한국 정치가 국민 생각과는 다른 현상을 보이는 것은 민주주의 제도보다는 운영상의 문제로 보이는 바, 그것은 지금까지 정치계, 특히 거대 양당에 의해 저질러진 기득권 정치와 정당의 구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점에 유의해 필자는 양당정치보다는 3당정치가 협상의 정치를 이뤄낼 수 있다는 시각으로 본 칼럼에서 주장해온 바, 3당 체제를 가져다준 4.13총선 결과에 대해 나름대로 긍정평가를 해본다. 그것은 어느 당이든 매개체가 돼 국회 본연의 모습인 대화와 협상으로 난제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견해에서이고, 기득권에 매몰된 양당정치는 국민이익보다 정당이익에 집착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지형을 바꾸어놓은 총선은 표심의 엄중함을 느끼게 한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정치의 장(場)에서 드디어 국민마당이 섰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당선인 300명의 면면을 생각하다가 그중에서 필자의 시선을 끄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4순위로 당선된 이 교수와는 일면식도 없고 그저 정치 분야에 관심 많은 학자로 알고 있는 터에 그 많은 선량(選良) 가운데 그가 클로즈업된 것은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여당과 야당으로부터 두루 부름을 받아왔다는 사실에서다. 단언(斷言)한다면 학식과 인품도 훌륭하지만 그가 가진 정확한 현실 진단과 처방력, 즉 이론과 실제 면에서 쓰임새가 유용한 학자 출신의 정치인이라는 세평에서다.

대충 알기로 이 교수는 중앙대 법대학장을 지냈고,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측에서 역할을 해왔다는 정도다. 그 후 여당과 소원해지면서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합리적 보수주의자로서 깊이 있는 지적들이었고, 한때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영입 소문도 났던 그가 올해 초 신생정당인 국민의당에 입당해 녹색바람을 일으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총선에서 추풍낙엽 신세가 되거나 혹은 정치가도에 날개를 단 지도자들이 몇몇 있는데, 주가를 올린 당선인 가운데 이상돈 교수도 그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4.13총선을 전후해 현실정치를 꿰뚫어보는 이 교수의 예견 능력이 크게 돋보였다. 깊이 있는 공부를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공동체 현상에 대한 그의 진단력에서는 학자로서, 또 현장에서 열성적으로 뛴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다져진 폭넓은 지식과 풍부한 경험이 배어나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제3지대’의 안착이 요청되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인된 중도 성향의 그는 일반적인 권력지향형 폴리페서(polifessor)와는 다르게 헝클어진 이 땅의 정치 풍토를 몰아내고 선진정치를 확산시킬 핵심 인물로 기대되는 바 크다.   

이상돈 교수가 지난 2월 17일, 양당정치의 폐단을 지적하고 나선 국민의당에 입당한 것은 한국 정치지형을 정확히 진단하고, 정치판의 변화 조짐을 예상한 그의 높은 안목에서다. 첫째가 총선과정에서 전남과 광주를 다녀온 뒤 그는 호남유권자들이 한국정치의 변화, 혁신을 바라는 기대치를 제대로 읽고서 국민의당이 선거에서 해볼만 하다고 하면서 비례대표에서도 상당한 자리 확보를 일찍이 예감했다는 것이다. 그 적중이 맞아 당초 5~6석 확보 예상을 깨고 13석을 얻었으니 그는 현실정치에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은 정국을 보는 시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거침없는 바른 소리다. 민심이 천심이라 민의에 의해 여소야대가 된 마당에 박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는 촉구다.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야당에 도움을 청하는 낮은 자세야말로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국을 여야 한마음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주장인 바, 이 말은 선거표심도 그렇거니와 사회여론도 마찬가지인 바, 일반화된 사실을 최고권력자에게 일깨우는 전달자로서 진정심이 와 닿는다.

이 교수는 4월 말경 개최된 박 대통령의 언론사 보도국장, 편집국장 오찬 회담을 두고 대통령이 오찬하자고 해서 언론의 주축인 국장 수십명이 우르르 몰려가는 것은 언론사 스스로의 격을 낮춘다고 한마디 했다. 이 말은 국정 타개의 방편을 묻는 자리가 아니라 언론인모임 형식을 빌려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렇듯 이상돈 교수는 잘못된 현상을 비판하되 단편적, 개인적 불만의 피력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바른말이어서 울림이 큰 편이다. 학자 자리에서 현실정치인으로 변모해 초선 선량이 된 그가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평소 약속을 잘 지켜내면서 국민불신이 큰 문제투성이 한국정치판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그 활약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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