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더스, 역대급 다단계 규모
“고위직 나와 새 둥지 틀어”
막차 투자자 피해 발생 우려
알고도 투자한 경우 다반사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 다단계 회사 사무실에서 사업 설명이 진행 중이다. ⓒ천지일보 2024.01.27.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 다단계 회사 사무실에서 사업 설명이 진행 중이다. ⓒ천지일보 2024.01.27.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시더스라고 혹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거기에서 사실은 모방을 한 거예요. 제일 좋은 것만 발췌하고 좀 나쁘고 안 좋은 거는 다 잘랐어요.”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영농조합법인의 이상은 회장을 포함해 법인 및 관련자 10명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최근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 건물 한 사무실에서 열린 사업 설명회에 강사가 거리낌 없이 이같이 말했다.

회원 24만 계정을 보유하고 수조원대 피해액을 낳은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다단계 업계 사이에서 6년 가까이 사업이 이어지고 역대급 규모로 평가받으면서 비슷한 방식의 사업 형태가 포착되고 있다. 

뚜렷한 수익 구조 없이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선순위 투자자에게 고배당을 지급하는 폰지사기 방식의 업체들이 대표가 구속되는 등 처벌을 받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업체 운영진뿐 아니라 모집책과 더불어 투자자들까지 불법 다단계임을 알면서도 옮겨다니는 것이다. 결국에는 어느 순간 구조가 무너질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소개받아 막차를 탄 신규 투자자만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라 모집책 등에도 처벌을 강화하고 이를 애초부터 막아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 다단계 회사 사무실 내 마련된 TV에서는 개그맨 A씨가 출연한 광고가 재생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 다단계 회사 사무실 내 마련된 TV에서는 개그맨 A씨가 출연한 광고가 재생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천지일보는 휴스템코리아에서 고위직에 있다가 나온 이들이 ‘화담’이라는 회사를 차려 새로운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다단계 메카’라 불리는 선릉역 주변을 찾았다. 선릉역 주변은 ‘다단계 업체들이 여기 상권을 먹여 살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 인근 카페에서는 포트폴리오 파일을 펼치고 다단계 사업을 설명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날 방문한 건물에는 회사 간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건물 2층에 ‘메가’ 플랫폼이라는 2개 사무실을 쓰고 있었고, 사무실로 들어서자 마주한 대형 TV에서는 개그맨 A씨가 출연하는 회사 오프라인 직영점을 준비하는 아구찜 광고가 무한 재생되고 있었다.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 ‘워너비그룹’도 유명 배우를 앞세워 TV와 강남역 전광판을 이용한 광고를 내면서 투자자들이 급증한 바 있다.

사무실에는 직원으로 보이는 3~4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고령층이었다. 사업 설명 전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은 여기 사업에 대해 “이전 사업에 과부하가 걸려 리더들이 이쪽으로 옮긴지 1~2달 됐다”며 “사람들이 무지 많이 온다”고 귀띔해줬다.

오후 1시부터 사업 설명이 시작됐다. 이날 강의를 처음으로 듣는 참석자는 6~7명이었다. 맨 뒤에는 회사 관계자와 앞선 투자자들이 있었고, 이들 중 한명은 사업 설명 도중 롤업수당만 400만원의 수익을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사는 이 회사가 오픈한지 2달 정도 됐고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라며, 자신의 수입이 매주 몇 백만원에 이전 직장 다녔을 때보다 2~3배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수익 구조에 대해선 개발·제조·쇼핑·가맹점 프렌차이즈로 진행되며, 앞으로 100가지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이 론칭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이 중에서 ▲성인PC 개발·제조 ▲사무실 비치된 물품 쇼핑 ▲아구찜 식당 등 준비·운영 중이라고 했다.

성인 PC게임 개발·제조에서는 예전 바다이야기식 게임인데 법적으로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코인 거래 기능을 장착한 ATM기기를 만들어 포인트로 쇼핑도 가능하게 해서 앞서 형성된 사행성 불법 시장이 탈세 등으로 영업이 종료된 것과 차별화를 둔다는 전략이며 합법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PPT에 게임물 등급 분류 증명서를 띄워 허가받은 것을 재차 강조했다. 이 기계들은 오프라인으로 사무실 인근 오피스텔 건물에 전시돼 있다며 찾아가보라고 권유했다. 기자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방문한 게임장의 관계자는 투자 설명한 회사와 관련해 “여기 사업 관련된 곳은 아니다”, “모른다”라고 답했다.

강사는 현재 게임장 직영점은 구리·가락·인덕원·시흥 등 4곳을 운영하고 있고, 5~6군데 더 알아보는 중이며 앞으로 게임기 판매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에게 기계 1대당 소개 시 수수료 20만원을 지급한다고도 했다.

게임장 운영 시 수익에 대해선 승패에 관계없이 게임기 1대당 1시간에 10만원으로 10시간동안 100만원에 매출이 발생한다고 했다. 60평 기준 2억~2억 5천만원이 들여 게임장 한 곳에 60~70대의 게임기가 놓이면 여기서 “한 달 만에 본전을 뽑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여기 회사 회장이 만든 킴스 화담 프렌차이즈는 지난해 10월부터 준비를 해 그달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에 후원까지 했다며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강사는 “저희 업체가 후원을 들어가서 전 세계 만방에 (사업 시작을) 공표를 했다”며 “(하지만) 대부분 회사들 보면 앞으로 하겠다하지만 하지도 않고 그냥 없어지거나 흐지부지 사라지는 경우 많았다. 저희는 그 전부터 계속 준비하고 시장 조사하고 여기 후원부터 시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그맨 A씨가 출연한 아구찜 CF 광고를 보여주면서 “연예인이 쓰는 모델을 기용한 가맹점은 가맹비가 대부분 1~2억원 든다”며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창업 비용 1300만원 이상 6레벨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휴스템코리아의 가맹비도 1300만원이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보상 플랜표. ⓒ천지일보 2024.01.27.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보상 플랜표. ⓒ천지일보 2024.01.27.

◆상당한 보상 계획

실제 설명한 사업은 1~2개 밖에 되진 않았지만 지급한다는 배당금은 상당했다. 강사는 보상 계획 설명에 앞서 “모든 투자는 본인의 결정과 책임”이라며 “스폰서나 강사의 말에 현혹돼 가입하지 마시고 본인의 판단 하에 투자하시기 바란다”고 투자할 시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설명한 보상 계획에서는 1~11레벨까지 있었으며, 투자 금액에 따라 레벨이 나뉘며 레벨이 높아질수록 받는 보상은 커졌다. 휴스템코리아와 같이 현금캐쉬와 쇼핑캐쉬 8:2 구조로 돼 있었는데, 재투자 시 5배를 적립해줘 휴스템코리아(3배)보다 더 많았다. 강사는 13만·65만원 투자에 해당하는 1·2레벨은 글로벌 쪽으로 진행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국내에선 3레벨인 13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휴스템코리아에서 불법 다단계 논란이 불거지자 폐지한 롤업수당이 여기에선 20대까지 준다고 했다. 아울러 추천 보너스는 20%였는데, 추천자가 레벨과 관계없이 모집한 대상자의 몸값에 비례해 투자한 금액에 20%를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7레벨인 5200만원을 투자한 사람을 추천하면 1040만원을 받게 되는 식이다. 또 직급자라 불리는 8레벨부터는 매달 15일 회사 총 매출액의 5%를 나눠주는데, 여기서 레벨에 따라 10~40%를 지급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높은 레벨에 도전을 빨리해 큰 혜택을 보라고 권유했다. 이는 사업 초반인 것을 감안해 투자자 유치가 곧 수익인 다단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사람들을 빠르게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수억원 손해 본 70대 또 투자

사업 설명이 끝난 후 지난 5년 동안 여러 군데 투자했다가 수억원의 손해를 본 70대 투자자를 만났다. 그는 이 회사에 “400만원을 투자하니 한 주에 한 35만원씩 해서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시작한 지 2달됐는데 고배당을 줄 수 있을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냐는 질문에 “게임장이 세 군데 더 늘어나고 지금도 아구찜도 하고…”라며 “처음부터 고배당을 줘야지 (투자)하지 안 주면 (투자) 안 하지”라고 답했다.

이상은 휴스템코리아 회장이 구속된 것에 대해선 “그 사업이 벌써 9~10년 다 돼 가는데 너무 오래돼 투자를 그만둬야지”라며 “난 투자 안했는데 아는 사람이 처음에 들어가서 거기 투자해 돈을 많이 벌었다. 나중에 들어가면 안 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사도 초창기니까 들어가지”라며 “투자하다가 빠져나와야지. 뭐 하려고 길게 가냐. 영원한 건 없다. 일단 우선 본전부터 빼놓고 나면 걱정이 없다. 그 다음에 나오는 돈을 받아쓰는 거다”라고 했다.

이전에 투자한 돈을 많이 잃어버린 것에 대해선 “투자 했다가 돈 버는 데 있고 잃기도 하는 거지”라면서도 “그래도 여기서는 돈을 벌 것 같다. 일단 투자하면 4개월만에 본전을 다 찾고 물건도 주고 하니까 괜찮을 것 같다. 한번 해보라”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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