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휴스템 공식 어플 공지
100억원 손해보고 매각했지만
누가·어떻게·왜 매각한지 ‘몰라’
팬덤, 초코파이 사건 재현 우려

(캡처: 단톡방) ⓒ천지일보 2024.02.21.
(캡처: 단톡방) ⓒ천지일보 2024.02.21.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참아라, 기다려라(하더니) 병X 호구됐네요.”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의 팬덤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단톡방에 한 회원이 20일 오후 7시 21분경 올린 글이다.

이상은 시더스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중순 구속된 직후부터 모든 시스템이 정지되고 출금조차 막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휴스템코리아 회원들은 이날 갑작스럽게 올라온 해피캐쉬(휴스템코리아 전반적 시스템 사용 가능한 앱) 공지에 혼란이 가중됐다. 앞서 회사 재정이 소유 건물을 포함해 8천억원이 있으니 “조금만 기달려달라”는 이 회장의 옥중편지가 전해졌지만, 이번 공지를 통해 회사 건물이 허락도 없이 매각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캡처: 단톡방) ⓒ천지일보 2024.02.21.
(캡처: 단톡방) ⓒ천지일보 2024.02.21.

‘서울 삼성동 부동산 매매 관련 시간대별 진행 결과’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가 삭제된 공문에 따르면 회사에서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435억원으로 매입한 건물이 지난달 9일 337억 5천만원에 매각됐다. 매도자는 위임장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휴스템코리아 측은 아직 위임장 원본을 미확보한 상태다.

휴스템코리아 측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위도 설명돼 있었다. 내용에 따르면 지난 15일 한 제보자로부터 삼성동 회사 소유의 부동산이 매매돼 등기 이전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제보를 받았다. 회사 측에서 확인 결과 실거래가가 등록돼 있었고, 근저당권 설정과 소유권 이전이 진행 중으로 파악됐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이 사실을 보고 받았고 고소장 제출을 위임하면서 관련 팀장에게 경위를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그 다음날인 17일 팀장은 위임장 없이 매매진행이 불가하다며 위임장 받아 진행한 것이라고 확인했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음주 중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보고 없이 부동산 자산 매각을 진행했고 인감도장을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해 무효라며 관련자를 모두 고소하라고 재차 지시했다고 한다. 현재 계약금과 잔금이 모두 회사 측으로 입금됐다고 전해진다.

정리하면 회사 측에서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이 회장의 인감도장과 위임장을 갖고 회사 소유 건물을 100억가량 손해 보면서 매각했고, 매각한 금액은 회사 통장으로 입금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음주에 나타난다고 한다. 즉 현재는 부동산이 매각돼 돈을 받았지만 누가 어떻게 팔았는지 경위조차 파악되지 않은 셈이다.

이 소식을 접한 팬덤(회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회장 구속 직후 일명 ‘초코파이 사건’이 재현된 것은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초코파이 사건은 회사 재정이 회원 24만 계정에 비해 나눠 갖기 턱없이 부족하니 박모 본부장 등 몇 명을 중심으로 회사 부동산을 매각해서 나눠 갖자고 한 사건이다.

또 단톡방에는 “1~2억짜리도 아니고 팬덤 자산이고 회장님 승인 없이는 절대 못 건든다고 해놓고 435억짜리 팔아먹는데 어떻게 한 달 넘게 모를 수가 있냐. 이게 무슨 자랑이라고 (공지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법인통장으로 입금되는데 몰랐다는 것도 충격이다” “팬덤을 그냥 호구로 아는 거지”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회장님 말씀하시던 8천억중에 1/20이 이렇게 날라가네요” “팬덤들의 피 같은 돈인데 관리 수준이 어처구니가 없다. 이 회장은 사람을 어떻게 쓴 건지?” “한 마디로 X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아울러 공지를 내리자마자 다시 삭제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회원들은 “공지 올리고 내리는 게 이렇게 허술하냐?” “아~진짜 어떻게 수습해 갈 건지… 외형적인 규모는 대기업인데 대표인 이회장과 주변이 하는 게 동네 구멍가게 수준같이 보여서 너무 답답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증폭됐다. 한 회원은 “중요한 것은 회장 승인 없이 알 수 없는 제3자가 시더스 재산을 맘대로 팔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마지막 수단으로 부동산만 믿고 있었는데 앞으로 도둑놈이 팬덤 허락 없이 자기들 맘대로 팔아먹어도 우리는 눈뜨고 쳐다만 봐야 한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한 회원 역시 “회장님 승인 없이 부동산 자산 매각을 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안심하고 있었는데…”라며 “이번 삼성동 건물 사건이 엄청나게 큰 것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제3자에 의해서 팔릴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까”라고 했다.

이 외에도 “이런 식으로 또 ‘누가 00동 건물을 몰래 팔았다’ 공지 몇 번 날아오면 껍데기만 남겠다. 허무함 그 자체”라고 적었다.

휴스템코리아의 이 회장과 본부장 손모씨, 법인 등 10명은 지난달 10일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이 회장은 이와 별개로 친족관계 강제추행 혐의를 받아 또 다른 재판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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