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등락에 유제품·맥주값↑
외식 물가, 28개월째 평균 웃돌아
농산물에 설탕·소금 등도 최고치
추경호 “가격 인상 요인 흡수”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들고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들고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등락하는 가운데 수출·입 물가가 지속 상승하면서 외식·가공식품 물가도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100)는 지난 8월(135.68) 대비 2.9% 오른 139.67이다. 전월 대비 수입물가지수는 7월(0.2%) 상승세로 전환 후 3달 연속 올랐다.

앞서 정부와 한은은 이달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서비스 물가의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3%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며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같은날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이달부터 둔화 흐름을 보이며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0월부터 다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내고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도 수요 측 압력 약화, 기저효과 등으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동시에 최근 우유·아이스크림을 비롯한 유제품 및 맥주·위스키값 등의 인상과 앞으로도 외식·가공식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먹거리를 중심으로 물가 불안이 다시 커지는 추세다.

몇 년째 안정세를 찾지 못한 물가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번 이·팔 전쟁 본격화로 인해 물가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먹거리 지표인 외식 부문 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평균보다 1.2%p 높았는데 이는 2021년 6월 이후 28개월째 평균을 웃도는 상황이다. 아울러 외식 부문 39개 세부 품목 중 물가 상승률이 평균 이상인 품목은 79.5%에 달하는 31개였고 전년 대비 물가가 하락한 품목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 올해는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탓에 일부 농산물 가격도 올랐다. 여기에 설탕·소금 등 가공식품 등도 다 올라 장바구니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사과는 54.8%, 복숭아는 40.4%, 귤는 40.2%, 딸기는 31.6%, 수박은 30.2%, 참외 21.0% 오르는 등 과실의 물가 상승률은 24.0%로 평균의 6배를 넘었다.

설탕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6.9% 상승한 141.58로 지난해 9월(20.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체 물가 상승률(3.7%)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소금 가격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장마 이후 태풍·폭우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17.3%로 지난해 8월(20.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굵은소금(상품) 5㎏ 소매 가격은 1만 4217원으로 전년 대비 27%, 평년 대비 70% 이상 높다.

김장 물가도 높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배추 1포기(상품) 소매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6739원으로 전월 대비 22.5%, 평년 대비 10.7% 뛰었다. 절임 배추 가격도 전년 대비 10% 오른 상태다.

김장 부재료인 국산 고춧가루 1㎏은 3만 6245원으로 전년 대비 약 14%, 대파는 3849원으로 22.1%, 쪽파는 1만 519원으로 21.5% 상승했으며 생강도 1만 8662원으로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하면서 김장 물가 상승에 부채질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3.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3.20

이에 정부는 다양한 공급·할인 대책을 내놓는 등 먹거리 물가 안정 총력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또다시 물가 상승의 우려가 커지는 만큼 민생 물가 안정에 모든 부처가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최근 들어 국제유가 상승과 기상 여건 악화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되고 있다”며 “물가 안정 기조의 조속한 확립을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협조가 절실하다. 업계는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주시고 각 부처는 현장점검, 업계 소통 등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물가 안정 대책을 지속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주부터 2주간 배추 총 2200t을 공급하고 천일염은 이달 말부터 1000t 물량을 50% 할인된 금액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배추·대파·사과 등 가격이 불안한 12개 농산물에 대해서는 오는 19일부터 최대 30% 할인 지원을 개시하고 다음주부터 쌀 신곡 할인 판매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망고 등 수입 과일, 탈지·전지분유 등에 대한 신규 할당 관세를 추진하고 고등어 할당관세 2만t도 이달 말부터 최대한 도입한다. 명태·고등어·참조기·오징어 등 수산물을 대상으로 최대 60% 할인 지원도 나선다.

한편 대형마트들은 올해 김장 물가의 변수가 소금값이 될 것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PB(자체 브랜드)의 천일염 상품 물량을 확보하거나 하루 전체 판매량 물량을 확보하는 등 천일염 재고 비축에 나서고 있다. 김장 물가 방어를 위한 할인 행사도 전개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지난 5일부터 해남·영월산 절임 배추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일반 판매가 4만 9900원인 영월 절임배추(20㎏)를 행사카드로 결제하면 2만 9900원에 살 수 있다.

홈플러스는 내달 22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김장용 절임 배추를 예약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절임 배추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해남지역 지정 농가에서 사전 기획 물량 10%를 확보하는 등 전체 취급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늘렸다.

이마트는 지난 12일부터 ‘더 리미티드’ 행사를 열고 김장 양념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할인해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깐마늘 500g, 신고배 3kg 상품은 각각 행사가 3980원, 9980원에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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