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2달 연속 3%대 오름세
10월부터 둔화 흐름에 안정화 전망
유제품 가격 인상에 맥주값도 예고
정부 “할인행사 등으로 부담 최소화”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를 넘으면서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오르고 맥주값 인상도 예고돼 있어 서민 체감 물가는 커질 전망이다.

8일 통계청의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7% 오른 112.99(2020년=100)다. 글로벌 유가 및 농축산물 가격 등이 강세를 보인 탓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자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한 것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에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1월(5.2%), 2월(4.8%), 3월(4.2%), 4월(3.7%), 5월(3.3%), 6월(2.7%), 7월(2.3%) 등 내림세를 보였으나 8월(3.4%)부터 다시 반등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이달부터 둔화 흐름을 보이며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부터 다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도 수요 측 압력 약화, 기저효과 등으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이달부터 물가가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서비스 물가의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3%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며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달 들어 우유·아이스크림을 비롯한 유제품 가격 인상과 더불어 오는 11일부터 오비맥주의 맥주값 인상도 예고돼 있어 체감 물가는 더 커질 우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4% 오르며 지난 3월(4.4%) 이후 가장 큰 폭을 나타냈다.

특히 외식 물가는 27개월 연속 전체 소비자 상승률을 웃도는 기조를 유지 중이다. 8월 외식 품목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5.3% 오른 118.10으로 전체 소비자 상승률(3.4%)보다 약 1.8%p 높은 수준이다.

또한 외식 부문 39개 세부 품목 중 전체 평균을 웃도는 품목이 87.2%(34개)에 달할 정도로 먹거리 물가 부담은 다른 품목들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생활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부도 올해 라면·제분·우유업계를 시작으로 식품업계 및 외식 프랜차이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연이어 해왔다. 그러나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차츰 가격 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낙농진흥회가 올해 인상된 우유 원유 가격을 적용함으로 원유 가격을 1L당 88원(8.8%) 올림에 따라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빙그레 등 유업계도 일제히 우유 가격 인상에 나섰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나100%우유’ 1ℓ를 대형마트 기준 2900원대에 판매한다. 200㎖ 제품 가격은 1100원에서 1200원으로 9.1%, 1.8ℓ 제품은 5550원에서 6200원으로 11.7% 상향 조정됐다. ‘비요뜨’의 편의점 가격도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다.

남양유업은 ‘맛있는 우유 GT’ 900㎖ 출고가를 4.6%, 다른 유제품 출고가를 평균 7% 인상했다. 매일유업도 우유 가격을 4~6%, 가공유 제품을 5~6%, 발효유와 치즈 제품을 6~9% 올렸다.

동원F&B는 유제품 가격을 평균 5% 상향 조정했으며 덴마크 우유는 2000원에 판매된다.

빙그레는 끌레도르 바 아이스림을 300원, 투게더는 8.3% 인상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마루 브랜드 미니컵과 홈컵 4종, 쿠키마루 파르페 등의 가격을 500원씩 상향 조정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마트 내 맥주 판매 코너.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마트 내 맥주 판매 코너.

맥주값도 오를 예정이다.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 가격을 평균 6.9% 올린다.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가정용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 캔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환율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입에 의존하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으로 제품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수입 위주의 산업 특성상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용압박이 계속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물가 불안 상황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의 출고가 인상 결정으로 다른 주류 업체들 및 음식점 내 주류 가격 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은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는 우유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 최소화를 위해 할인행사, 묶음 행사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낙농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제도개선, 관련 생산자, 유업계,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T/F팀)를 꾸려 국내 조사료 생산 확대 등을 포함한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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