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총회 개최 강행에
조건부 세습 허용 개정안까지
교단 내부 갈등 갈수록 심화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이 오는 19일 치러질 정기총회에 세습금지법 개정안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명성교회 총회 강행으로 교단 내부의 반발이 큰 가운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교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왼쪽) 명성교회 전경. (오른쪽)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든 한 교인의 모습. ⓒ천지일보 2023.09.14.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이 오는 19일 치러질 정기총회에 세습금지법 개정안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명성교회 총회 강행으로 교단 내부의 반발이 큰 가운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교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왼쪽) 명성교회 전경. (오른쪽)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든 한 교인의 모습. ⓒ천지일보 2023.09.1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내 주요 개신교단 중 한 곳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정기총회에서 교회 세습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이 보고될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인한 내부 갈등이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가운데 교회 세습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할 전망이다.

14일 개신교 매체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예장통합 정치부는 오는 19일 치러질 제108회 정기총회에 이른바 ‘세습금지법’이라고도 불리는 목회지대물림 금지법인 헌법 28조 6항을 변경하는 헌법 개정안을 제기할 예정이다.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는 현행법은 위임(담임) 목사 청빙에 있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는 청빙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치부 개정안은 ‘당회원 2/3 이상의 찬성과 공동의회 출석 회원 3/4 이상 찬성’을 얻은 경우 은퇴 목회자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도 청빙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사실상 조건부 세습을 허용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교회 세습에 대한 철퇴는커녕 세습을 통한 교회 사유화의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세습금지 결의한 곳에서 폐기할까

예장통합 교단은 2013년 11월 제98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를 법으로 공식 규정했다. 제정 당시 1033명 중 870명(84%)이 찬성하면서 교단 구성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했다. 2014년 99회 총회에선 세습방지법이 헌법에 명문화했다.

세습금지법이 제정된 곳은 공교롭게도 명성교회였다. 당시 “세습을 하라고 해도 안 한다”고 했던 김하나 목사의 약속은 공수표로 돌아갔다. 명성교회는 세습방지법 결의 6년여만에 교계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교단 헌법을 뒤집고 세습을 사실상 강행했다.

명성교회가 교단 헌법인 ‘세습방지법’을 스스로 짓밟고 세습을 허용한 ‘나쁜 선례’가 됐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그간 교회 세습을 원하면서도 눈치를 보던 목회자들이 이를 빌미로 너도나도 교회세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실제로 명성교회 세습 허용 이후 세습금지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속출했다. 2021년 106회 총회를 앞두고 헌법위는 “담임목사가 은퇴한 후 5년이 지나면 영향력이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며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담임목사의 자녀·사위 등을 청빙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2022년 107회 총회에는 진주남노회가 세습금지법을 삭제하자는 헌의안을 올렸다. 진주남노회장 김충곤 목사는 “구약성경에서 제사장도 대를 이어서 하는데, 이건 대물림이 아니라 승계다. 아론의 자녀만 제사장이 될 수 있었다”며 세습금지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습금지법 폐기 안건은 계속해서 올라왔지만 예장통합은 수용하지도, 내치지도 않고 ‘연구를 해 보겠다’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가 세습금지법 개정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장통합 총회가 올해 정기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한 상태에서 세습금지법 개정안까지 발의한 것이어서 개정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단 내 갈등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며 교단의 태도를 비판해왔던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들은 최근 ‘제108회총회대책모임’을 긴급 결성하고 지난 8일 발표문을 통해 정치부나 헌법위원회가 기습적으로 법 개정 또는 폐지를 시도할 경우 이를 적극 막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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