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총회 임원회 재요청에
명성교회, 장소 제공 조건부 허용
세습 반대 목회자 등 내부 반발 확산
“명성교회 총회 개최는 구성원 기만”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천지일보DB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천지일보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올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제108회 정기총회가 결국 명성교회에서 열릴 전망이다. 명성교회는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가 재송부한 장소 사용 협조 공문을 ‘조건부’로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명성교회가 교단 총회 장소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명성교회 부자 세습에 반대하는 단체들과 교인들은 “예장통합 임원회가 명성교회 총회를 강행하고 있다. 교단 구성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 명성교회에서 총회가 개최될 경우 예장통합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교계에 따르면 명성교회는 최근 당회를 열고 오는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제108회 예장통합 정기총회의 장소를 제공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지난 4월 올해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하고 교회에 장소 사용 협조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교단 안팎에서 명성교회 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여론이 일었고, 이에 명성교회 당회는 ‘총회의 요청에 오랜 기간 기도하며 심사숙고했으나,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다. 재고해달라’는 의견을 예장통합 임원회에 전달하며 사실상 장소 제공을 거절했다. 그러나 임원회는 재논의 끝에 다시 명성교회에 장소 협조 요청을 했다.  

명성교회가 장소 사용 재요청을 승낙함으로써 예장통합 정기총회는 명성교회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잡음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성교회는 세습을 금지한 교단 헌법을 어기고 세습을 강행해 교계 안팎의 질타를 받았다. 명성교회 측은 세습 문제가 지난 2019년 총회 차원의 수습안을 통해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교인들은 수습안은 사실상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한 것이라며 부정해왔다. 

때문에 세습 갈등이 온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반발이 크다. 

예장통합 소속 교회와 단체, 목회자 등은 명성교회가 총회 임원회의 재요청을 받아들여 총회  장소 사용을 허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공분을 터뜨렸다.

10개 단체 158명의 목회자들은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예장통합 소속 교회들이 총회 장소 제공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총회 임원회에 전달했으나 총회가 이를 묵살하고 명성교회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총회 임원회는 총회 구성원들의 반대 소리를 묵살했다”며 “우리 교단 내 여러 교회가 총회 장소를 제공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총회 임원회는 총회를 개최할 장소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명성교회에 요청했다는 거짓말로 일관해 여러 노회와 목회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단 헌법을 무시하고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우리 교단 헌법을 위배하는 처사이고 구성원들을 무시하는 결정”이라며 “총회 임원회는 거짓을 멈추고, 명성교회에서 총회 개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명성교회 총회 개최에 교단 내부의 반발이 큰 가운데 이대로 총회 장소가 확정됐을 때 예장통합 내 갈등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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