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총회 장소 명성교회
내부 의견 충돌 계속 이어져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의견
이대로 가면 교단 분열 우려도

예장통합 총회가 오는 9월 정기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한 것에 대해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출처:한국기독공보 유튜브)
예장통합 총회가 오는 9월 정기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한 것에 대해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출처:한국기독공보 유튜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제108회 정기 총회 장소가 서울 명성교회로 최종 결정 났지만, 내부에서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부흥을 위한 1만 대각성집회 등 부자 세습을 강행해 지탄을 받은 명성교회 논란을 총회가 희석시키고 있다는 논쟁이다.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 관련 수습안이 잘 이행됐고, 사회법으로도 (세습 사태가) 마무리가 됐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명성교회 총회 반대 측의 입장은 세습으로 인해 상처받은 교인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교계에 따르면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는 오는 9월 열릴 제108회 정기총회를 앞두고 예장통합 전국 69개 노회 노회장·서기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석회의가 열렸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단연 뜨거운 감자는 바로 최근 논란이 된 명성교회 총회 장소 선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장통합 내에서는 부자 세습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명성교회에서 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예장통합 차기 총회장인 예장통합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는 이날 연석회의에서 “우리 교단은 ‘친명성파’와 ‘반명성파’로 갈라져 하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이후 교세가 줄고 교인이 떠나가는 위기 속에서 우리가 서로의 잘못을 용서하고 화합을 이루어 부흥을 도모하자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명성교회를 총회 장소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으로 사회적 이미지도 추락했고, 교단 내에서도 거친 논쟁이 일고 있는 등 상처를 받은 만큼 이제는 봉합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하지만 명성교회 총회를 둘러싼 노회장들의 불편함은 여전히 표출됐다. 

한 노회장은 “현 상황이 김 부총회장이 언급한 치유와 화해보다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명성교회 총회 장소 선정을 반대하며 성명을 낸 서울노회 양의섭 노회장 역시 “성명을 내고 총회 임원회를 향해 목소리를 냈지만, 아무도 답을 주지 않고 결정만 밀어붙였다”며 “다시 한번 장소 결정에 대해 숙고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앞서 서울노회는 예장통합 서울노회(양의섭 노회장)는 노회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언젠가는 명성교회에서 한국교회가 다 같이 모여 함께 찬송하며 울고 웃고 해야 할 날이 있겠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정서, 수많은 목사·장로·교인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다”며 “진정한 화합에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나자마자 명성교회를 총회 장소로 사용하는 것은 아직은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총회 장소 결정은) 명성교회 사태로 상처받은 한국교회에 ‘2차 가해’를 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강한 지적도 나왔다. 이 노회장은 “선정 과정에서 총대들의 반대의견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조리 무시해놓고 이제와서 양해를 구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며 총회 장소 철회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총회 둘째날인 9월 20일 오후 회무 시간에 진행 예정인 ‘1만 영적 대각성 기도회’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앞서 예장통합 임원회는 목회자와 평신도, 신학생 등 1만 여명을 초청해 교단 부흥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노회장들은 기도회 개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기 총회에서 부흥회를 여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부총회장 김 목사는 충분한 사전협의가 안 된점에 대해 사죄를 구하고 교단 소속 교회들과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면서 다만 영적 대각성 기도회 등 이번 총회가 의미가 깊고 감격의 총회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달라는 원론적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잡음은 쉽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장통합 총회는 이미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108회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지만 여전히 반발이 큰 상황이다. 

광주노회 소속 김민식 목사는 개신교계열 매체인 ‘교회와신앙’ 기고글을  통해 “교단 헌법을 무시하고 세습을 강행한 교회에서 교단 총회를 여는 것은 자존감은 고사하고 자존심도 없는 행위”라며 “세상 정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명성교회 총회’ 논란이 지속될 경우 교단 분열을 야기하는 정치 쟁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교계 언론은 예수교장로교총회가 1959년 승동교회(합동)와 연동교회(통합)에서 각각 개최돼 결국 교단 분열에 이른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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