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정당 ‘무슬림 형제들’
정부와 대립으로 유혈 충돌
이슬람vs콥트교 분쟁도 심화

외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굵직한 이슈 중 분쟁과 전쟁은 단골손님이다. 그중 종교분쟁은 사상‧이념‧정치가 복잡하게 얽혀, 도무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양상을 보이곤 한다. 대표적인 종교분쟁으로 꼽히는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당사자인 소위 ‘이팔 분쟁’이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개신교 등 굵직한 종교가 얽혀 성지를 놓고 다툼을 한 지 벌써 75년이다. 이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종교가 얽힌 분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가 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며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는 것일까. 본지는 기획 연재를 통해 각국 종교분쟁을 조명하고 분쟁의 심각성을 재조명하고, 평화의 필요성을 살펴본다.

이집트에서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근거해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려는 강경파 무슬림과 그 반대인 온건파 무슬림 간의 대립으로 크고작은 분쟁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서 이집트 소수파인 콥트교와 이슬람의 종교 갈등도 이어졌다. 사진은 (왼쪽) 이집트 시나이 지역 한 부족민이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항하기 이해 무장한 모습. 이집트 이슬람주의 정당인 '무슬림 형제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정부군이 진압하는모습. (출처:AP/뉴시스)
이집트에서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근거해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려는 강경파 무슬림과 그 반대인 온건파 무슬림 간의 대립으로 크고작은 분쟁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서 이집트 소수파인 콥트교와 이슬람의 종교 갈등도 이어졌다. 사진은 (왼쪽) 이집트 시나이 지역 한 부족민이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항하기 이해 무장한 모습. 이집트 이슬람주의 정당인 '무슬림 형제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정부군이 진압하는모습. (출처:AP/뉴시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 지난 2011년 10월 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 콥트 기독교 시위대와 정부군 및 무슬림들과 충돌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카이로 시내 중심가에서는 기독교인과 이슬람교도 수백명이 서로 치고받고 돌을 던지며 난투극을 벌였다.

이집트에서는 국가 통치 주도권을 쥐려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은 불법 단체화하면서 과격한 유혈 투쟁을 개시, 또 하나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또한 일부 극단적인 무슬림이 극소수인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는 폭력적인 양상의 종교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집트의 인구는 약 1억명이고, 인구의 90%가량이 수니파 무슬림이다. 나머지 10%는 콥트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콥트교는 이집트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교단을 형성해온 기독교 종파다. 451년 칼케돈공의회에서 채택된 그리스도론을 거부하고 그리스도의 신성만 인정하는 ‘단성론’을 채택해 로마 교회로부터 분리됐고 별도의 교황을 두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근거해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려는 강경파 무슬림과 그 반대인 온건파 무슬림 간의 대립이 정치의 중심을 이뤘고, 소수파인 콥트교도들은 정치영역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 경제·사회적 차별을 감수하는 위치에 있었다. 콥트교인들은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일부 콥트교인들은 이 때문에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종교 간 대립 분위기는 결국 충돌로 이어져 피해를 낳기도 했다. 지난 2005년 10월 21일 콥트교인들이 비교적 많이 거주하는 이집트 북부의 지중해 연안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5000여명의 무슬림들이 콥트교 회당인 성 조지 교회 난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3명이 죽고 시위대와 경찰관 등 90여명이 다쳤다. 성 조지 교회는 이전에도 문제의 DVD를 상영해 무슬림들의 반발시위를 일으켰으며 이 교회 수녀가 DVD를 판매하다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1월에는 한 콥트교 주민이 자택을 교회로 사용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흥분한 무슬림 주민 200여명이 콥트교인의 자택을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분쟁의 구도는 극단주의 무슬림 조직 ‘무슬림형제단’과 정부의 대립으로 빠르게 치환됐다.

무슬림형제단은 정치에 종교를 이용하는 이슬람주의자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국가’를 창설하는 데에 목표를 둔다. 30년 장기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로 퇴임하자, 2012년 6월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51%의 득표율을 얻으며 첫 민선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무르시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이슬람주의에 편향된 정책으로 국민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독단이 이집트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전국적으로 수백만명의 반정부 세력이 무르시 퇴진을 요구하며 들고 일어났다. 결국 무르시는 집권 1년 만인 2013년 7월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이끄는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는 갈등과 충돌의 시작이었다.

무슬림형제단은 실각한 무르시 대통령의 복권 시위에 나섰고 이집트 정부군과 시위단이 충돌하면서 대규모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2013년 7월 8일. 이집트 보안군과 육군은 카이로의 두 사원에 모여 지난 6주간 연좌농성을 벌이던 무슬림형제단과 지지자 60여명을 상대로 발포했다. 하지만 친 무르시 새력의 저항은 갈수록 거세졌고 26일 결국 충돌이 벌어졌다.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80여명 이상이 숨졌고 한달 후인 8월 14일 또다시 대학살이 일어났다. 무르시 지지자들이 연좌농성을 하고 있는 두곳의 농성장을 보안병력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600명이 넘는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2013년 12월 엘시시 대통령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고 모든 활동과 자금거래 조직 가입을 불법화한다고 발표했다. 2014년 8월, 최고행정법원은 무슬림형제단의 정당이자 이집트의 최대 정치조직인 ‘자유정의당(FJP)’의 해산을 결정했다.

그러는 동안 이집트 북부 시나이반도는 이슬람 극단주의적 폭력세력의 근거지가 됐다. 시나이 반도에서 테러공격을 주도하는 무장조직은 2014년 IS에 충성을 맹세한 IS 시나이 지부 ‘윌라야 시나이(Wilayat Sinai)’다.

2014년 2월 시나이반도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폭탄테러(한국인 3명 등 4명 사망), 2015년 시나이반도 상공 러시아여객기 폭탄테러(224명 사망), 2016년 3~4월, 엘아리시 검문소 공격(경찰과 군인 등 30명 사망), 2017년 4월 탄타 콥트교회 폭탄테러(45명 사망), 2017년 11월 수니파 내 신비주의 종파인 수피(Sufi) 모스크 폭탄 총격테러(305명 사망) 등 이집트에서 발생한 주요 테러사건 모두 이들의 소행이었다. 엘시시 정권은 2017년 4월 콥트교회 폭탄테러 사건 이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지원을 받아 대테러전을 수행해왔으며 테러 등 이유로 국가비상상태를 수차례 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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