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반군, 수니파 정부 공격
이란-사우디 대리전으로 흘러
전쟁 피해로 수백만 난민 발생
작년 기준 37만 7000여명 사망

외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굵직한 이슈 중 분쟁과 전쟁은 단골손님이다. 그중 종교분쟁은 사상‧이념‧정치가 복잡하게 얽혀, 도무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양상을 보이곤 한다. 대표적인 종교분쟁으로 꼽히는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당사자인 소위 ‘이팔 분쟁’이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개신교 등 굵직한 종교가 얽혀 성지를 놓고 다툼을 한 지 벌써 75년이다. 이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종교가 얽힌 분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가 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며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는 것일까. 본지는 기획 연재를 통해 각국 종교분쟁을 조명하고 분쟁의 심각성을 재조명하고, 평화의 필요성을 살펴본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중동 지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종교’ 등의 문제로 각종 테러와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종교전쟁은 이슬람교 양대 진영인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대립인데, 이 중 2014년부터 시작된 예멘 내전은 현재진행형으로 약 9년간 계속되고 있다.

오랜 갈등 속 예멘에선 작년 말 기준 37만 7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전 세계로 흩어진 예멘인들 중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 도착한 난민도 있다. 왜 그들은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총구를 겨누며 끊임없이 충돌하는 것일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시아파-수니파 두 종파 갈등

먼저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 남쪽에 위치한 나라다. 아시아에서 배로 홍해 쪽으로 들어가는 입구 부근에 있는데, 예전부터 이 지역은 지형이 좋고 풍족한 지원이 많은 곳이어서 서양 세력을 비롯한 많은 세력이 노렸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예멘은 계속되는 내전으로 인해 나라를 키울 여력이 없어 빈곤국을 상징하는 국가로 전락했다. 왜 이런 국가가 됐는지 알기 위해 예멘 내전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예멘에선 종교의 개입뿐만 아니라 영토, 정치, 알카에다와 IS 같은 테러단체들 등 수많은 갈등 요소가 존재했다.

예멘은 1960년대까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예멘아랍공화국(북예멘)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예멘인민민주공화국(남예멘)으로 나뉜 분단 상태에서 각기 내전을 겪었다. 1990년 통일됐지만, 이념의 차이와 권력 배분 문제로 양측의 충돌이 표출되면서 1차 예멘 내전이 촉발됐다. 이후에도 종파 갈등에 시달리던 예멘은 2014년 시아파 후티 반군이 수니파 정부를 공격하면서 2차 내전에 빠졌다.

여기서 시아파-수니파 두 종파에 대해 알아보자면, 시아파와 수니파는 이슬람교의 주요 분파다. 두 종파의 차이는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마호메트)의 계승자를 누구로 보냐에 따라 나뉜다. 서기 632년, 무함마드는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채 숨을 거뒀다. 다수인 수니파는 선출된 칼리파(대표자)가 후계를 이을 수 있다고 봤지만,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혈통, 알리를 계승자로 여겼다. 4대 칼리파였던 알리는 쿠데타 세력에게 암살당했고, 알리의 추종자인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혈족인 알리만이 칼리파의 자격이 있다”며 새 지배자들에게 저항했다. 칼리프 알리의 암살은 이슬람 세계를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라놓는다.

결국 두 종파는 1400년 이전의 지도자 계승 문제로 갈렸지만, 현대의 갈등 관계는 단순 교리의 차이를 넘어 국가 간 세력 다툼과 직결돼 있다. 두 종파는 오랜 기간 평화와 분쟁 사이를 오가며 지냈지만, 20세기 들어 복잡한 정치적 역학 관계에 빠져 치열한 권력 투쟁을 하고 있다.

수니파는 현재 이슬람교도의 약 85~90%를 차지하는 다수파로서, 스스로 정통파라고도 부른다. 반면 오늘날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과 그 외의 몇몇 지역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아파는 세계 이슬람교도의 10~1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멘의 경우 수니파가 65%, 시아파가 35% 정도에 해당된다.

ⓒ천지일보 2023.07.11.
ⓒ천지일보 2023.07.11.

◆이란-사우디 대리전 시각 우세

예멘 내전은 명목상으로는 이슬람 수니파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의 갈등이다. 그러나 배후는 시아파 대표 국가 이란과 수니파 대표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쟁으로 흘러갔다. 이란의 지원 속 후티족 반군이 예멘 대부분을 차지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이 개입하면서 2차 예멘 내전은 국제화된 내전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량의 사망자와 난민 발생이라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초래됐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2016년 외교 관계를 끊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국교를 정상화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후티 반군에 대해 지원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자국 포로 한 명을 받는 조건으로 후티 반군 포로 13명을 석방했다.

2018년 후티 반군과 정부군은 최대 격전지인 호데이다시에서 양측 병력을 철수하는 휴전 협정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양측의 공방은 계속됐다.

후티 반군은 2019년 5월과 6월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러 공항을 목표로 드론 공격을 집중적으로 감행했다. 2021년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지역에 대한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지속 감행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아브하국제공항에 대한 드론 공격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과 더불어 드론 공격을 감행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여기에 순항미사일을 이용한 후티 반군의 공격도 간헐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4월 양측이 휴전 협정에 합의하면서 6개월간 유지된 임시 휴전이 10월 2일부로 종료됐다.

지난 3월에는 중국에서 양국 간 외교관계 복원에 합의하며 극적인 관계 개선으로 나아가고 있다. 양국 관계 개선은 예멘 내전 종식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예멘 내전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쟁점 사항에 대한 예멘 정부와 반군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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