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총회에 공식 입장 전달

총회장 이순창 목사 “고민하겠다”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단에서 설교를 하고 있는 모습. 명성교회 전경. (출처:명성교회 홈페이지, 뉴시스)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단에서 설교를 하고 있는 모습. 명성교회 전경. (출처:명성교회 홈페이지, 뉴시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이 오는 9월 정기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결의한 것에 대해 교계 내에서 비난이 커지자 명성교회가 나서서 한 발 빼는 모양새다.

예장통합 기관지 한국기독공보에 따르면 명성교회 측은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에게 오는 9월 제108회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결정한 데 대해 재고해달라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명성교회 김종식 수석장로는 예장통합 총회장 이순창 목사와 만나 “명성교회는 총회의 요청에 오랜 기간 기도하며 심사숙고했다”며 “뜻은 충분히 이해하고 감사하지만,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회장은 “명성교회 입장을 놓고 깊이 고민하면서 며칠간 기도해 보겠다”는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지난 4월 회의에서 “오는 9월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결의했다”며 “명성교회에 장소 사용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대형교회인 명성교회는 교단법에 명시된 이른바 ‘세습금지법’을 어기고 부자세습을 강행해 한동안 개신교계는 물론 한국 사회까지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예장통합이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습 반대 교인들 사이에는 명성교회 세습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며 예장통합 임원회에 총회 장소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대표회장 양인석 목사)는 성명을 통해 “명성교회 불법 세습이 낳은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 추락으로 교회가 조롱거리가 됐다”며 “이번 결정은 깊은 상처를 안고 아파하고 있는 수많은 성도 교회, 목회자들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명성교회에서 108회 총회가 개최되면, 다시 갈등이 불거져서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려는 교단 내부에서도 나왔다. 예장통합 서울노회는는 입장문을 내고 “언젠가는 명성교회에서 한국교회가 다 같이 모여 함께 찬송하며 울고 웃고 해야 할 날이 있겠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정서 수많은 목사·장로·교인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다”며 “명성교회를 총회 장소로 사용하는 것이 아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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