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 총회 장소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 총회 장소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천지일보=임헤지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올해 정기총회 장소가 명성교회라는 소식을 둘러싸고 비판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예장통합이 세습금지법을 폐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최근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치유와 화해”를 명목으로 오는 9월 열리는 제108회기 정기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결의하고, 명성교회에 장소 사용 협조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 총회 장소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평화나무 측은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예장통합 총회는 ‘세습금지법’ 제정 이후 꼭 10년째인 올해 교단 정기총회를 명성교회에서 개최하기로 했다”며 “일각에선 김삼환 원로목사가 총회장 사과를 전제로 장소 사용을 허락했다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사실이라면 이는 세기의 굴욕”이라고 규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디모데 목사는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열겠다는 발상 자체가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을 교단이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일각에서는 일부러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열어 세습에 반대하는 노회와 총대들을 의도적으로 빠지게 만들고 친명성 노회들끼리 세습 금지법안을 폐기하려는 꼼수가 아니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행동을 옮기기 앞서 세상과 교인들 그리고 다음 세대가 어떻게 바라볼지를 제발 생각  해야 한다”며 “세습으로 한국교회 이미지를 바닥 치게 만든 것은 세습을 반대하는 이들이 아니라 교단 헌법을 어기고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 김삼환, 김하나 목사고 이를 옹호해준 예장통합”이라고 강조했다.  

명성교회는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는 교단법을 어기고 세습을 강행해 수년 동안 논란에 휩싸였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개신교 단체 등은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예장통합 교단이 되려 명성교회를 감싸고 있다며 급기야 사회 법정의 문을 두드렸다. 

1심 재판부는 명성교회 창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세습금지법을 어겼으므로 명성교회 대표자 자격이 없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예장통합 총회가 조건부로 세습을 용인해 주는 수습안을 결의했고 김하나 목사가 아버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지 5년이 지나 부임했다는 등 이유로 명성교회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명성교회의 승리로 길고 긴 법정싸움이 끝이 났다. 

명성교회를 둘러싼 법리적 문제는 끝이 났지만, 명성교회가 세습 문제로 교계 안팎의 오랜 기간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교단 내부에서까지 총회 임원회의 장소 결정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장통합 서울노회(양의섭 노회장)는 노회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언젠가는 명성교회에서 한국교회가 다 같이 모여 함께 찬송하며 울고 웃고 해야 할 날이 있겠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정서, 수많은 목사·장로·교인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이 우리의 신앙 양심의 최종 판결은 아니다”며 “진정한 화합에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나자마자 명성교회를 총회 장소로 사용하는 것은 아직은 아니다”라고 했다.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대표회장 양인석 목사) 역시 8일 성명을 발표하고 총회 임원회에 총회 장소 재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명성교회 불법 세습이 낳은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 추락으로 교회가 조롱거리가 됐다”며 “이번 결정은 깊은 상처를 안고 아파하고 있는 수많은 성도들과 교회, 목회자들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총회 임원회가 내세운 치유와 화해를 섣부른 결정이라며 이에 정치적 배경이 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명성교회가 대법원의 심리 불속행 기각을 ‘무죄 취지의 판결’이라고 호도하며 총회에 사과를 요구하는 낯 뜨거운 행태를 보여 주고 있다”면서 “만약 명성교회에서 108회 총회가 개최되면, 다시 갈등이 불거져서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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