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각스님 방장추천위원회 스님들이 2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각스님을 방장으로 추대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원추천위 “전통대로 추대” vs 원각추천위 “총림화합 기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의 대표적인 사찰 중의 하나인 해인총림 해인사가 방장(총림의 최고 어른) 추대를 앞두고 산중화합의 전통이 흔들리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해인총림 해인사는 지난해 12월 법전스님 원적으로 자리가 빈 제9대 방장을 오는 3월 7일 산중총회에서 추대한다. 그러나 방장후보자로 대원스님(오등선원 조실)과 원각스님(해인사 유나,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두 명이 거론되면서 스님들의 여론도 양분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조실은 선원 내 방장과 같은 직책이고, 유나는 선원장과 수자 사이의 직책을 말한다.

해인총림 동당 세민스님과 율주 종진스님, 백련암 원택스님 등은 ‘학산 대원 대종사 추천위원회’를, 홍제암·길상암 등 6개 문중은 ‘원각스님 추천위원회’를 각각 구성했다. 동당은 선원당의 동당수자를, 율주는 율원의 네가지 직책 중 하나를 일컫는다.

해인총림 방장은 1967년 성철스님을 초대 방장으로 추대한 뒤 현재까지 한 번도 선거를 치르지 않고 추대 전통을 이어왔다. 법전스님의 경우 추대된 이후 18년간 방장을 지냈다.

산중총회를 10여일 앞두고 양측의 방장추천위원회가 각각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23일 오후 제9대 해인총림 방장 후보로 추천된 조계종 원로인 대원스님측이 경남 합천 해인사 보경당내에서 화합을 호소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먼저 대원스님 방장추천위원회가 지난 23일 오후 해인사 보경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인총림 대중이 화합한 가운데 여법한 방장스님을 모셔야 한다”면서 “산중화합의 전통을 바탕으로 추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대원스님 추천위는 “대원스님은 용성대종사, 고암대종사로 이어지는 법통을 부촉(부탁해 맡김)받으셨다. 활발한 기상으로 수행정진하신 분”이라며 “종정(종단 최고 어른)이셨던 성철·혜암·법전스님이 지켜왔던 선풍의 기상을 후학에게 교육하실 선지식으로 훌륭하다고 뜻을 모았다”고 대원스님 지지 입장을 피력했다.

원각스님 방장추천위원회는 2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각스님을 추대한 이유를 밝혔다.

원각스님 추천위는 “한국 선불교의 큰 봉우리인 용성·인곡·혜암스님의 법맥을 이어온 제자이자, 1967년 해인총림 동안거를 시작으로 평생을 수선납자로 살아오신 수행자”라며 “또한 해인총림 유나 직책을 십수년째 수행하면서 총림 화합운영에 기여했다. 현재는 전국선원수좌회의 공동대표로서 선풍진작에 앞장서고 계신 분”이라고 추천 이유를 피력했다.

원각스님 추천위는 대부분 해인사 내 중진을 맡고 있다. 이들은 해인사를 이끌어가는 원로스님들을 누르고, 원각스님이 방장으로 선출되려면 사실상 선거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방장 선출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해인사 주지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이 방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인사 차기 주지 선출과 맞물리는 등 문중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산중총회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해인사는 오는 3월 7일 열리는 산중총회에는 비구니 100명을 포함한 600명의 선거인단이 꾸려진다. 만약 최소인원인 250명이 참석하지 않거나 추대와 선거 중 한 가지 방법을 결정하지 못하면 산중총회는 연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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