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

“종교에 대해서는 긍정적
종교단체는 부정적 인식
한국인 종교성은 높아져”

“종교 개혁과 쇄신의 시대
기존 자기 종교만 내세우면
사회 갈등 부채질 할 것”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30년간 한국 종교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조사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1984년 처음 시작한 조사는 2014년까지 총 5회 진행됐으며,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종교’에 대한 그간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됐다.

학계에서는 이 자료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에게 자료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다. 그는 30년 전 한국 종교연구의 객관적인 실증자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초기부터 이 조사 연구에 참여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윤 이사는 이번 조사 결과에 학계와 종교계, 관련 정책 당국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종교계에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몇 가지 특성을 설명했다.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 ⓒ천지일보(뉴스천지)


◆“개인의 종교성 증가해”

먼저 일상에서 우리 국민들은 종교의 비중이 대폭 하락하고, 의례 참여율도 개신교인을 제외하고는 크게 하락하고 있음에도 내면적 종교 경험을 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종교성은 증가했습니다. 반면 실제 제도화된 종교(교회·성당·사찰)에 대한 참여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30년 동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개신교는 종교조직의 맴버십을 중시하는 경성(硬性)종교로, 불교는 일반 문화에 스며드는 연성(軟性)종교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절대자나 신을 긍정하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영적인 세계인 극락이나 천당, 귀신 또는 악마를 긍정하는 비율은 오히려 계속 증가했다. 현대 종교의 추세로 나타나는 종교 사사화(私事化)와 개인 중심의 신앙도 꽤 많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이사는 “서구적 신 중심의 신앙 형식이 약화되고 있고, 생활의 고달픔에서 벗어나려는 타계적인 대망 신앙의 성향이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인간의 근본 본성이 착하다는 성선설(性善說)에 찬성하는 비율은 39%로 1984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에 이르렀다. 반면 지난 30년 동안 성악설(性惡說)과 공존설(共存設)은 계속 증가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 좋지만, 종교단체는 ‘글쎄’”

그는 국민이 종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에도 현 종교단체에 느끼는 이미지는 부정적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이번 조사 결과 종교의 사회적 기여에 대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무려 60%가 넘었다. 그러나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을 묻는 물음에는 지난 30년 동안 ‘감소하고 있다’는 응답이 계속해서 증가했다. 아울러 종교적 덕목 실천에 대한 긍정율도 크게 감소했다. 종교단체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종교적 헌납에 대해서는 개신교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부정적인 응답이 주를 이뤘다.

“종교에 대해서 추상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현실 세계의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지요. 말하자면 기존의 종교단체가 종교에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종교단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을 종교계가 그대로 방관한 것은 아니었다. 윤 이사는 종교계가 나름대로 대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개신교는 자체 종교의식(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자기 혁신을 진행해나가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불교는 내부 쇄신을 진행하고 있지만 거의 성과가 없고, 천주교는 종교적 활동을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조사결과 국민들은 각 종교에 대해 ▲불교, 성직자의 자질 향상 ▲개신교, 지나친 전도 자제 ▲천주교, 종교 이외에의 일에 자제 등을 요구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종교, 수성(守成)의 종교시대 맞아”

윤 이사는 현재 한국 종교계는 종교 내외에서 불어 닥친 부정적인 여론에 힘써 대처해야 하는 수성(守成)의 종교시대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적 성장에 길들여진 기존 종교가 이제는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고 내부 운영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밖에 없는 종교 개혁과 쇄신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런 쇄신 없이 개신교처럼 자기의 정체성만 강화하면 외부 집단과는 거리를 두게 되고, 이질성만 내세워 사회와의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한국의 종교문제가 성숙하기는커녕 도리어 종교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에 따라 국가의 종교 중립성 문제가 더욱 거세게 제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부정적인 전망을 극복하고 한국 종교의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서는 종교 내부의 개혁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종교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사항으로 우리 국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시민적 공공성 확보’를 꼽았다. 아울러 점점 개인적인 신앙화해가는 국민들의 종교성을 감당할 수 있도록 종교계가 대안적 삶의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 진행되고 있는 개인의 종교성 강화 경향, 제도화된 종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더 이상 종교가 폐쇄 영역에만 안주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종교적 활동은 인권, 환경, 복지, 문화, 통일과 같은 세속의 공공영역에까지 확산돼야 할 것입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