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댓글에 가격 급락
비트코인 4.5만 달러 붕괴
“머스크와 반대로 투자해야”
테슬라 코인 전량매각 부인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계속된 트윗 한 줄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전체 가상화폐 시장을 흔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전량 처분할 것으로 전망하는 트위터 댓글에 머스크가 트위터로 답글을 달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또다시 주저앉았다.
16일(현지시간) 아이디 ‘미스터 웨일’이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 머스크가 테슬라의 비트코인 보유분 전량을 처분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자책할 것”이라며 “머스크에 대한 증오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나는 머스크를 비난하지 않겠다”고 글을 남겼다.
이에 머스크는 “정말이다(Indeed)”라는 여섯 글자를 남겼다. 지난 12일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겠다고 밝힌 입장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지난 12일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차량 구매 중단 방침을 돌연 발표하며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팔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만에 단 여섯 글자 댓글로 비트코인 처분을 시사하면서, 가상화폐의 가격이 크게 내려앉았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머스크의 트윗 이후 17일(한국시간) 오전 8%가량 하락했으며, 정오에 이르러서 13%까지 폭락했다. 이날 오후 3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가상화폐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5.66% 하락한 5438만 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른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8.73% 줄어든 5415만 4000원에 판매 중이다.
머스크의 발언으로 가상화폐 가치가 출렁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분노한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머스크가 최근 한 달 동안에만 8번 이상 가상자산과 관련한 트윗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머스크는 도지코인 모래폭풍이 금융업계를 덮치는 모습의 이미지 한 장을 게재한 데 이어 불과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엔 “도지파더(Dogefather) SNL 5월 8일”이라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이는 자신이 도지코인의 아버지(대부)임을 자처함과 함께, 미국의 인기 코미디 쇼 ‘새터데이나잇 라이브(SNL)’에 출연한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머스크의 발언에 따라 도지코인은 지난 8일 오전 5시 30분(한국시간) 24시간 전보다 4.52% 상승한 63.37센트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날 도지코인은 최고 72.50센트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으나 머스크가 SNL 콩트에서 “도지코인은 사기”라는 발언을 하며 45.15센트까지 가격이 추락했다.
이후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결제를 중단한다고 밝혀 비트코인 가치 폭락을 유도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사용한 차량 구매 결제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위한 화석 연료 사용의 급격한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고 돌연 선언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은 요동쳐 비트코인의 가격은 물론 다른 가상화폐의 가격 모두가 약세를 나타냈다. 발언 당일인 13일 오전 9시 15분(한국시간) 비트코인은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15.25% 급락한 4만 8345달러를 기록하며 5만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비트코인에 대한 발언 전인 지난 11일 ‘도지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구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을 올려 도지코인의 가치 상승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머스크의 여섯 글자 한 단어 트윗은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처분했다는 진의를 떠나 이를 시사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상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트윗 직후 8% 이상 급락해 4만 5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다.
포브스는 “머스크의 모호한 메시지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을 팔아치우도록 압력을 가하기에 충분했다”며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큰 것으로 악명이 높지만, 오늘 하락 폭은 3개월 만에 최대치”라고 보도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에도 테슬라의 비트코인 처분으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테슬라는 지난 2월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공개하며 가상화폐 광풍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비트코인 투자분 중 2억 7200만 달러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비트코인 가격을 올린 뒤 보유분을 팔아치웠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머스크는 “가상화폐의 유동성을 입증한 것”이라며 “내가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단 1개도 팔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가상자산에 대한 자신의 입지를 이용해 시세 조정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18년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테슬라 상장 폐지 소동을 벌였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투자자 게시판에는 “비트코인의 가격을 올려놓고 대량 매도한 뒤, 값 떨어뜨리고 도지코인 사 모아 다시 시세 조정하려는 것”이라며 “머스크 트윗의 반대로 투자해야 한다”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에 대해 머스크는 17일 “추측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밝히지만,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고 테슬라의 비트코인 전량 매각을 아직은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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