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명성교회 불법세습 사건에 대한 재심 판결이 미뤄진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장신대 신학생 등 교인들이 입장 발표를 마치고 떠나는 예장통합총회 재판국원을 향해 ‘세습반대’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명성교회 불법세습 사건에 대한 재심 판결이 미뤄진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장신대 신학생 등 교인들이 입장 발표를 마치고 떠나는 예장통합총회 재판국원을 향해 ‘세습반대’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6

통합 총회 재판국, 16일 재심

9시간 걸친 회의에도 결론 못내

다음달 5일 재논의 하기로 결정

부자세습 논란 향후 더 가열될 듯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명성교회 부자세습에 대한 최종 선고가 결국 연기됐다. 16일 명성교회가 소속된 교단인 예장통합총회 재판국(총회 재판국)은 장장 9시간에 걸친 회의에도 세습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회의 이후 총회 재판국장 강흥구 목사는 왜 미뤄졌는지에 구체적 설명보다는 “재판이 미뤄져서 미안하다. 최선을 다해 계속 논의중”이라는 단편적인 답변만 내 놓았다. 총회 재판국은 왜 재심 선고를 연기한걸까.

명성교회 세습 관련 논란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명성교회가 소속돼 있는 교단인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지난 2017년 8월 7일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청빙 무효 소송의 기각을 결정했다. 명성교회의 세습을 인정하는 판결에 당시 김하나 목사 취임이 세습이 아닌 정당한 승계라며 반박하던 명성교회 교인들은 환호를 불렀고, 세습철회를 위해 싸웠던 이들은 절망했다.

변칙세습 논란을 사고 있는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DB
변칙세습 논란을 사고 있는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DB

그해 11월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김하나 목사에게 목회직을 세습했다. 목회직 세습 이후 교인들은 둘로 갈라져 수차례 충돌을 빚었고,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그러나 이듬해 예장통합 제103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의 불법성이 재확인되며 흐름이 바뀌었다. 총회 재판국은 제103회 총회 결의 후 심리만 할 뿐 정작 재판은 진행하지 않으면서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됐다. 결국 총회 재판국은 교계 안팎으로 쏟아지는 압박에 결국 재심 판결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세습 반대 측 반발… “한국교회를 기만했다”

이날 강 목사의 브리핑이 끝나자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회의장 밖에서 재심 선고를 기다리던 수십명의 세습 반대 측 교인들과, 장로교신학대 학생 등이 선고가 미뤄졌다는 결과를 듣고 강력히 반발하며 몰려든 것이다.

세습 반대 측 교인들은 “판결을 다시 하라” “세습을 철회해 달라”고 외치며 퇴장하려던 총회 재판국원들 앞을 거칠게 막아섰고, 회의장에는 고성이 퍼졌다. 평신도행동연대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상규 집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치욕스럽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시겠냐”며 “교인들이 다 떠나가고 있다. 언제까지 교회를 기만 하실거냐”고 울부짖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명성교회 불법세습 사건에 대한 재심 판결이 미뤄진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장신대 신학생 등 교인들이 강흥구 재판국장 등 재판위원들의 퇴장을 막으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명성교회 불법세습 사건에 대한 재심 판결이 미뤄진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장신대 신학생 등 교인들이 강흥구 재판국장 등 재판위원들의 퇴장을 막으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6

세습 반대 측 교인들에 둘러싸여 논쟁을 벌이던 한 재판국원은 “나만큼 세습 문제 해결에 힘써 본 적 있느냐, 나도 최선을 다했다”고 고함을 지르며 팽팽히 맞섰다. 20여분간 이어진 대치는 재판국원들이 뿔뿔이 빠져나가면서 마무리됐다. 재판국원들이 떠난 자리에는 벽을 잡고 통곡하거나,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물을 훔치는 교인들이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 명성교회 재심 선고 연기는 이미 예고된 일

총회 재판국이 선고를 연기한 것을 두고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당초 총회 재판국은 이날 재심 선고를 내리겠다고 밝히고 오전 11시부터 회의를 시작했지만 오후 5시가 지났음에도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한 재심 건은 손도 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후 5시경 잠시 모습을 보인 재판국원들은 명성교회 재심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날 교계 언론뿐만 아니라 KBS, JTBC 등 많은 일반 언론사가 명성교회 세습 재심 결과를 취재하기 위해 오랜 시간 대기했지만 총회 재판국은 브리핑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장통합총회 재판국이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명성교회 부자세습 재심이 진행된 가운데 복도에 결과를 기다리는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6
예장통합총회 재판국이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명성교회 부자세습 재심이 진행된 가운데 복도에 결과를 기다리는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6

교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명성교회 재심 선고가 나올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오전 재심을 앞두고 열린 세습 철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방인성 목사 역시 “교단 정기총회를 2개월 앞두고 있는 만큼 판결을 연기해서 다음 104회기 총회로 넘기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고 밝혔다.

◆ 총회 재판국, 만장일치 시도 위해 시간 번 것?

총회 재판국 측은 “더 알뜰한 결과를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결국 총회 재판국이 ‘만장일치’를 추진하려 시간을 번 것이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계 관계자는 “작년 표결 선거 이후 총회 재판국이 비난 여론에 크게 부담을 느껴 만장일치를 시도했을 것”이라며 “세습 찬성 측이 반대 측을 설득하려 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심리 중간엔 재판국원 중 수원 상일교회 강흔성 목사와 세광교회 신재찬 장로가 돌연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신 장로는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어려웠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짧은 말만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이 때문에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하기 위해 의견일치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등 교계단체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불법세습 재심에 대한 총회 재판국의 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은 ‘불법 세습’”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 2019.7.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등 교계단체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불법세습 재심에 대한 총회 재판국의 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은 ‘불법 세습’”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 2019.7.16

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위한 예장연대의 집행위원장 장병기 목사는 “총회재판국은 무엇이 두려워서 판결을 못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법리로 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를 지금 정치적으로 판단하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총회 재판국이 오는 8월 5일 최종 선고할 것을 다시 예고한 가운데 재충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한 활동가는 총회 재판국원들이 출석하는 교회당을 찾아 이번 주일부터 항의 방문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긴장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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