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유명 정치인 몇몇 이름은 알고 있다. 아무래도 선거가 가져다준 영향일 것이다. 까막눈의 시골 할머니도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자 한두 명 이름쯤은 알고 있는데 그중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 바로 홍준표 한국당 당 대표다. 지난 대선 때 거리 유세나 TV토론을 지켜봤던 많은 사람들은 홍 대표의 거센 입심을 두고 대선기간 내내 화제로 삼았으며, 여러 이야기들이 구설에 올랐다. 지금도 재미삼아 그 말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보수지지층이 많은 TK(대구·경북지역)에서는 요즘도 한국당 대표가 된 홍 대표를 자주 거론한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에 대한 평가는 가지가지다. 거침없는 말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속이 후련했다는 사람들은 앞으로 강한 야당을 잘 이끌 거라는 전망을 한다. 반면 너덜너덜해진 한국정치가 좀 더 잘 되려면 무언가 새롭게 달라져야 하는데 과연 홍 대표가 품격정치, 미래지향형 정치에 적격자인지 의문을 품는 회의론자들의 비판도 주변에서는 만만찮다.

홍 대표에 대한 여러 방면의 인간적, 정치적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야당으로 전락한 한국당의 내외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당은 정당지지도에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신인 한나라당이 지난 1997년 창당된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홍 대표는 여론조사 자체가 왜곡돼 있다고 조사기관을 불신하지만 여러 기관의 평균치 지지율에서도 보수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바른정당과 도토리 키 재기 격이니 이것이 한국당의 현주소다.

7.3전당대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홍 대표는 “언론은 무관심하고 국민은 냉담하다”고 말한 바 있다. 며칠 지나지 않았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러한 현상을 한국당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그들이 집권하는 동안 또 대선과정에서 잘한 일이라고는 없는데 언론이 두둔하거나 국민이 박수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나마 보수의 위협을 느낀 보수주의자의 지지가 있어 지난대선 때 홍 대표에게 그만한 표가 나온 결과에 고마워해야 한다.

홍 대표의 정치 경력은 비교적 화려하다. 인기몰이 모래시계 검사 역을 끝내고 정치에 발을 내딛어 서울 동대문구을 지역구에서 다선 국회의원을 했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던 2011년 7월초 당 대표에 오르기도 했다. 그 이후 경남지사를 하면서 광역행정 경험을 쌓았고 대선후보도 꿰찬 복도 있다. 비록 대선에선 패배했지만 이번에 다시 제1야당 대표에 올랐으니 권토중래(捲土重來)라 할만하다. 그렇더라도 정치의 정수(精髓)인 당 대표로서 그가 걷는 길은 아득해 보인다.

강골로 비쳐진 그도 과거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시절에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당내 기반이 약해 특정 계파에 휘둘리기 일쑤였고 결국 서울시장 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도중하차하게 된 것인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그 당시는 당 대표가 자신의 권한인 주요 당직자를 임명할 경우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당헌으로 인해 제한이 따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헌 개정으로 협의만 하면 되는 관계로 홍 대표는 자신의 계파 인물로 사무총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등에 임명하는 등 신속하게 친홍(親洪) 체제를 구축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홍 대표가 당을 강하게 이끌고 가려는 특유의 뚝심을 보이는 인사 대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권여당에서 야당으로 전락해버린 한국당의 현실. 새로운 친홍체제를 갖췄지만 아직까지 당내 갈등이 남아 있고, 결속을 다지면서 혁신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약화되고 악화된 채 허물어진 한국당의 재건은 이제 홍 대표의 몫이다. ‘자유한국당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 보수우파를 재건하는 대장정을 시작하겠다’ 결연한 의지를 내세웠지만 제대로 될는지, 흉내 내기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홍 대표가 걸어가는 가시밭길 역정(驛程)이 보일 뿐이다. 그간에 보였던 홍 대표의 말과 행동으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비난하는 자들도 꽤 있다.

앞으로 우리 정치가 잘 되려면 홍준표와 같은 막말 정치꾼은 사라져야 한다는 그 말을 잘 새겨들으면 욕을 하면서도 홍 대표를 걱정해주는 소리들이다. 과거를 반성하고 변화해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것, 이 길이 한국당과 홍 대표가 가야 할 구당(求黨)의 정도일지 모른다. 결속해 혁신하고,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세월을 견뎌야만 승산이 있음을 넌지시 암시해준다.

주변사람들이 그냥 하는 말에도 수긍 가는 면이 있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지만 선거에서는 현명하다’는 말이다.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이겼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견제하기 위해 보수정당이 앞설 거라는 그 말. 한국당이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인적쇄신으로 정치 구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능력 있는 젊은 인재를 키워나간다면 희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의 질책하면서도 걱정하는 말이 나의 귓전에 울려나는데 ‘홍준표가 가시밭길 걸어야지 폼 잡으면 되겠나’ 하는 말 한 마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