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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평론] ‘무늬만 지방자치’ 시대 이제는 끝나야 한다 (1)
뉴스천지  |  newscj@newscj.com
2017.07.23 22: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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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무더운 날씨니까 아재개그로 시작해야겠다. ‘아재’와 ‘개그’가 주는 뜻 그대로 재미없는 말장난이고, 유행에 뒤처진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정말 오래전에 초등학교에서는 방학을 며칠 남겨두고 학생들끼리 마치 무슨 암호나 은어(隱語)를 주고받는 듯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방학’이란 말을 즐겨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말뜻을 아는 애들은 궁금해 하는 애들 앞에서 폼 잡기도 했던바 의미는 다름 아닌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을 붙여서 말한 것이다. 기다리던 방학이 찾아왔다는 것인데 갑자기 이 말이 생각남은 정부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해서다.

정부 추경안이 빨리 통과되기를 학수고대했던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옛적 초등학생들에게 들어봤던 우스갯소리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추경’이다. 45일 만에 이뤄지긴 했으나 어쨌든 일자리 창출 등과 관련된 문재인 정부의 첫 추경예산(11조 300억원 규모)이 확정됐으니 정부로서는 한숨을 돌린 건 사실이다. 추경 심의가 늦어진 것은 현 정국 상황을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 차이에서라지만 공무원 증원을 두고 법리적·현실적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무원 증원에 따른 예산은 추경 포함 사항이 아니다. 당연히 본예산에 편성돼야 하는바 이 문제를 야당이 지적했고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 증원에 따른 80억원 규모 추경예산은 삭제하고, 그 대신 본예산에 편성돼 있는 예비비로 공무원을 증원하기로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해프닝이 발생했다. 정부에서는 공무원 1만 2천명(중앙 4500명, 지방직 7500명) 증원 계획으로 추경예산안을 편성했지만 야당에서는 지방공무원 증원 문제를 왜 정부가 나서느냐는 것이었고, 지방공무원 증원은 지방정부 자율권으로 자치단체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중앙정부가 지방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이 지적은 비록 추경 심의과정에서 나온 말이고, 지나가는 이야기로 들리는 말 같지만 깊이 짚고 보고 새겨야 할 내용인 것이다. 바로 한국 지방자치의 현주소니까 말이다. 이처럼 지방자치에 따른 지방의 고유사무까지 중앙정부가 ‘콩 놔라 팥 놔라’ 식으로 공공연하게 간섭하고 있으니 지방행정 전 분야에서 중앙통제가 얼마나 심각하랴. 지방자치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자치 관련 교수나 시민단체, 일부 주민들은 빛 좋은 개살구의 지방자치가 아니라 자율적 권한이 보장된 진정한 지방분권을 원하는 현실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도 2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역주민의 손으로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뽑고, 선출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주민을 대표해 행정과 의회를 운영하게 됐으니 겉보기로는 지방자치요, 지방분권이 실시되는 셈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자주행정, 자주재정권 등 실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내용의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중앙정부의 통제가 존재하고 그로 인한 자율권의 위축이 다반사다. 앞서 중앙정부의 추경예산안 사례에서 확인된 것처럼 지방공무원 채용은 중앙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자체 권한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면 지역주민의 충분한 공감대 위에서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 증원하면 되는 일이다.

얼마 전에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현재 행정안전부로 개칭)이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첫 마디가 열악한 상태로 있는 지방재정의 확충인바 지금과 같은 조세 비율, 즉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이 8대 2의 상태에서는 온전한 지방자치를 하지 못하니 그 비율을 6대 4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가계나 정부, 지자체를 막론하고 재정이 살림살이를 꾸려 가는 원천이다. 지방의 자주재원인 지방세와 세외수입 중 가장 안정적인 지방세의 신장은 필수적이라며  지방자치 초기부터 20년 넘게 노래처럼 불러왔지만 실현되지 못한 채 아직도 그대로이다.

지방자치 학자나 정치가, 일부 언론인들은 ‘지방정부’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엄격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용어다. 중앙정부가 존재하면 지방정부가 있어야 하겠지만 법상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있을 뿐이다. 특별시·광역시·도(제주특별자치도 포함)와 시·군·자치구 등으로 구분되는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자주행정권과 자주입법권을 가지고 있다. 웬만한 재정력을 갖춘 지역이 아니고서야 지방교부세나 국가보조금이란 이름하에 지원되는 정부 재정을 받아 주민복지 혜택과 지역개발사업을 수행해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젠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서실직제를 개편해 직원 한 명 채용하려 해도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푸념이 생각난다. 이 말은 인구 천만명의 대도시, 특별시장이 행하는 자주행정권에도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니 지방의 행정·재정·자치입법 수행과정에서 지방정부가 겪는 애로들이 얼마나 많겠으랴. 지방분권이 제대로 돼야 국가와 지방의 진정한 발전이 실현되는 만큼 자주행정권, 자주재원권 등이 충분히 보장된 지방자치제도는 필수불가결하다. 역대 정권의 중앙정부에서는 말로만 중앙과 지방과 상생발전을 내세웠지 중앙 우선·우월로 ‘무늬만 지방자치’의 현실은 여전한데, 이제는 명실공히 지방분권 시대, 열린 자치를 맞아야 할 때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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