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위대(偉大)하다’는 말은 ‘도량이나 능력, 업적 따위가 뛰어나고 훌륭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역량 있는 어떤 사람의 호칭 또는 이름 앞이나 과업, 사실 등에 붙여지는 형용사로서 예를 들어 ‘위대한 ○○○’ 형식이다. 사람 앞에 붙이는 용례로서는 그 대상자가 관점에 따라 스승님이나 부모님이 될 수 있고, 각 사회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유명인사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지도자, 성인, 위인들 앞에 붙여지기 마련인 것이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토트넘 홋스퍼 FC)는 얼마 전 ‘차범근은 위대하신 분’이라는 말을 했다. 손 선수의 입장에서 볼 때에 축구를 배우던 어린 시절, 우상이 된 차범근 선수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불멸의 스타였으니 그렇게 말할 만하다. 차 선수가 현역 선수로 활약한 10시즌 동안 98골을 넣은 것도 당시 독일에서는 외국인 선수로서 신기록이 됐지만 그보다는 더 나은 성적이 있다. 주전 공격수로서 10년간 맹활약하면서도 심판으로부터 받은 옐로카드는 단 한 장뿐이었으니 이쯤 되면 선수 인격도 최고 수준이니 손흥민 선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를 두고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써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젊은 나이로 영국에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말한 내용을 사례로 삼았지만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의 면면을 보면 나름대로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해서 성공한 사람들이거나 또는 그에 걸맞은 업적들이다. 비단 사람의 행적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위대한 승리, 위대한 전설 등 사용례가 있는데 마찬가지다. ‘승리’나 ‘전설’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내력들을 들추게 된다면 그 경과나 상태 등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당연함이 들어 있다. 곧 ‘위대하다’는 말이 훌륭함을 나타내는 것이니 대체로 그 말에 수긍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위대하다’는 말이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전문가 초청 만찬에서 한미동맹을 “위대한 동맹, 평화 이끌어내는 동맹”이라 표현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한 백악관을 방문해서는 ‘한미동맹, 평화와 번영을 위한 위대한 여정!’이란 글을 방명록에 올렸고,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환영하면서 “한국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위대한 승리를 축하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환영 만찬 모두발언을 통해 문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이 위대한 동맹을 위해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밝혔고, 트럼프 연설을 듣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하게 되면 위대한 대통령”이라 치켜세우기도 했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발표된 공동성명 채택에서도 두 정상은 ‘한미동맹이야말로 동맹의 모범이라며 더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을 합의했다”고 했으니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컸음은 한미 정상뿐 아니라 양국 정·경제계 인사들이나 일반국민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UN 등의 대북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되는 북한의 핵 도발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위급한 상황에 처해진 현실은 누구도 부인할 바 없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 정착이 큰 과제임을 한미 양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 지도자들이 새기고 있는 시기에 개최된 첫 한미정상회담이다. 따라서 당장 드러나는 구체적인 성과물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도 그간에 보여줬던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더 끈끈한 동맹의 유지 발전이 장기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이번 회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신뢰·우의를 바탕으로 한 동맹의 중요성이 표현됐으니 여러 발표문이나 성명에서 동맹의 위대함이 들어가게 된 점은 이해가 간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여러 곳에서 나타난 한미 간 ‘위대한 동맹’은 간절함의 표현이다. 양국의 신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공통되는 화두는 북핵에 대한 공동 대응이다. 북핵이 한반도 정세를 위협하는 만큼 지정학적 위치에서 우리나라가 직접적인 당사자국이다. 또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을 서슴지 않고 공언하고 있으니 미국 입장에서도 대북 대응 조치는 당연하다. 그런 공동 상황인 만큼 한미 양국 간 동맹과 공조는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한 처지다.

이번 회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위대한 한미동맹’을 자주 언급했다. 그렇다면 ‘위대함’이 함의(含意)하고 있는 업적과 훌륭함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은 결국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내는 동맹으로, 북한이 도발을 포기하고 평화협상 테이블에 나오게끔 하는 빈틈없는 한미공조라 할 수 있다. 화기애애한 첫 정상회담 분위기를 본 양국 국민은 두 대통령의 신뢰와 우의가 형성됐음에 일단 안도한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 방명록에 ‘한미동맹, 평화와 번영을 위한 위대한 여정!’이라 새겼다. 그 말마따나 이번 여정이 미사여구로 끝나지 않고 더 노력해 한반도 평화와 한국 번영을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한미동맹의 위대한 여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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