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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평론] 한여름 무더위에 에어컨 바람 좋기는 하지만
뉴스천지  |  newscj@newscj.com
2017.08.06 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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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절기상으로 오늘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立秋)다. 매년 이맘때가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기도 한데 지난 주말에도 폭염은 예외가 없었다. 때마침 서귀포 해상 남쪽에서 북상중인 태풍 노루의 간접 영향으로 일부지방에서는 무더위가 한풀 꺾여 다행스럽지만 그 아니면 말복이 끼어있는 이번 주가 막바지 더위일 게다. 이번여름 이웃들은 더위로 애먹었고,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더위에 잘 지내느냐?”가 인사다. 대부분 사람들이 선풍기나 에어컨 속에 묻혀 살았다는 말로 올여름의 더위 고생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선풍기를 켜고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는 말은 그만큼 올 더위가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그저께 모임에서 만난 지인은 폭염특보가 떨어진 한낮엔 외출할 수도 없고 집안에 틀어박혀 에어컨 바람 쐬는 게 최고 피서라 했다. 따지고 보면 무더운 여름철 에어컨 바람만큼 시원한 게 어디 있을까. 뉴스를 보니 올해 에어컨이 불티나게 잘 팔려 지난해 세운 220만대 판매를 넘어 사상 최대 250만대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가전기 보급률 조사에서도 에어컨 보유가구 비율이 전체가구의 80%에 육박하고 있으니 이제 에어컨은 사치품이 아닌 것이다.

혹자는 전기료 겁나서 에어컨을 집에 모셔놨다고 말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 바람이 좋긴 하지만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 선풍기만 돌린다는 사연이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관심이 많다며, 어쨌거나 전기료가 높아지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편다. 그 말을 받아 또 어떤 사람은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는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다는 둥 에너지정책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더위 때문이다.

계절마다 사회이슈가 다르긴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에너지정책에 대한 국민관심사가 높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에너지정책으로 인해서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및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 등 탈핵 정책이 착착 진행되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1978년 준공돼 39년간 가동해왔던 고리 1호기가 멈춰 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전격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또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는 탈핵의 로드맵에 따라 기반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울주군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이 일시 중단됐고, 찬반 여론이 만만찮다. 그동안 안전을 염려해왔던 지역주민들은 건설 중지 조치를 환영하는가 하면 노조, 건설업체 등에서는 적극 반대하면서 법원에 가처분신청까지 내는 등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 중재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구성·운영되고 있지만, 이번에는 위원회가 자문 역할만 하는지, 공사 중지 결정 기능까지 하는지 말들이 많고 이와 관련된 국민여론 찬반도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국가에너지정책은 집권 정부, 대통령에게 한정되는 것이 아닌 영속성이라는 시간적 특성을 가진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든,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 건설이든 간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특징으로 인해 정확한 미래예측이 필수불가결하다. 현재와 1~2년 후 단기대책보다는 5년, 10년 이후의 장기적 대책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렇지 않아도 뒤늦게 갖춰진 국가에너지정책 체계에서 과거정부가 원전 위주의 에너지 공급 정책을 수립하고, 현재 진행형으로 있는 국가에너지 정책에 관해 그 방향과 추세 판단에서 정확한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장단기계획과 정책 방향이 제대로 돼야 향후 에너지정책 달성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 그래야만 운용 기한이 도래되는 원전을 멈추거나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할 수 있을 것이고, 또 탈원전정책에 따른 신재생 발전 설비가 확충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정부의 국가에너지정책은 저렴한 생산·운영 단가와 향후 전기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측해서 원전정책에 치중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전력 수요는 계속 감소 추세다. 지난 7월 발전 설비예비율 34.0%를 기록한 바, 여름철(7~8월)에 예비율이 30%를 넘어선 것은 2003년 7월(30.3%)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신재생’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런 판단을 거쳐서가 아닐까.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25기다. 그 가운데 2022년 월성 1호기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11기가 설계 수명이 끝나게 된다. 나머지 원전 14기 운영과 신재생 발전 추가 설비를 하게 되면 영덕 천지, 울진 신한울 등 신규 원전 6기를 건설하지 않고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아도 전력 수급에는 차질 없다는 정부 분석이다. 하지만 국민이 염려하는 바는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기료가 턱없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에너지 정책은 정부 몫이니까 국가산업 발전에 문제없고, 국민 부담을 주지 않는다면 그만인데, 푹푹 찌는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이제는 생활가전품이 된 에어컨을 전기료 걱정 없이 한두 시간이라도 틀어도 된다면 오죽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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