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드디어 유엔의 대북제재안 2321호가 다시 나왔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이 있은 지 82일이란 최장 시간 진통 끝에 채택된 극약처방이다. 문제는 이번의 유엔 제재 약발이다. 흔히 도박꾼의 경우 제재의 수단으로 처음 손가락을 자른다는 말이 있고, 다음은 다리도 자르고, 아예 몸통을 묶는다는 표현도 있는데 이번 UN의 대북 제재는 적어도 김정은 정권의 몸통을 꽁꽁 묶는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82일 만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는 유엔이 지금까지 북한에 취한 조치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이번 제재가 제대로만 실행되면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해외 돈줄이 약 4분의 1가량 끊기게 된다. 북 최대 수출 물자인 석탄의 수출 상한선을 연간 4억 달러로 제한했다.

이렇게 되면 대중(對中) 석탄 수출은 2015년 대비 38% 선으로 줄어든다. 또 북한의 수출 금지 품목에 은(銀), 동(銅), 아연, 니켈이 추가됐다. 이 제재가 모두 이행될 경우, 북의 연간 30억 달러 무역 규모가 22억 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대북 제재의 또 다른 특징은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을 ‘상시적인 범죄 용의자’로 간주토록 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계좌 추적이 쉽도록 각국이 북한의 대사관·영사관당 은행 계좌를 1개만 허용하도록 했다. 북한 외교관도 은행 계좌를 1개 이상 가질 수 없다. 특히 모든 나라에 북한의 해외 공관 규모를 축소하라고 촉구한 것은 북한을 더 이상 정상 국가로 취급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실효적으로 이행되느냐다. 지난 10년간 기존의 유엔 대북 제재도 모두 ‘획기적’이었지만 북은 핵 개발을 계속했다. 구멍도 있었지만 한·미가 제재 결의안 채택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그 이행에는 주의를 덜 기울여온 측면도 있다. 북핵 당사자가 아닌 나라가 우리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기에 치밀한 이행 전략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전 세계 외교망을 통해서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유엔 사무국이 새 대북 제재 이행을 끊임없이 점검토록 해야 한다. 특히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문제로 관계가 벌어진 중국이 이번 제재만큼은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사드도 북핵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가 북핵이 동북 3성 지역 주민, 나아가 중국 전체에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이번 대북 제재만큼은 제대로 이행해야 북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북한의 지난 9월 제5차 핵실험 등과 관련, 고려항공을 포함해 핵무기 개발을 지원해온 단체 16곳과 개인 7명에 대해 독자적인 제재조치를 가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으로 가는 자금 흐름을 제한하고 정권의 추가 도발 및 불안정화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 같은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미국 내 자산 및 지분이 동결되고, 미국인 및 미국기업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된 고려항공은 북한의 유일한 국영항공사로서 스커드 미사일 등 유엔이 대북(對北) 수출 금지된 무기들을 운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 16대가 제재를 받게 된다. 또 북한 핵무기 개발과 연관된 금산무역, 북한 노동자 국외 송출에 관여한 만수대 창작사, 남강건설, 능라도 무역회사, 대외건설지도국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북한의 석탄 수출을 담당한 대원무역회사와 강봉무역, 원유 수출을 담당한 원유개발총회사도 제재 대상에 들어갔다. 금융 분야에선 동북아은행, 고려은행, 라선 국제상업은행, 금강은행, 고려신용개발은행이 제재 대상으로 추가됐다. 이번에 미 정부의 제재 대상으로 추가된 조선 해금강무역은 북한 정권을 대신해 시리아·러시아·중국 등지에서 사업을 벌였으며, 금산무역은 핵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이와 함께 ▲장창하 제2자연과학원장 ▲장경하 제2경제위원회 관계자 ▲조춘룡 제2경제위원장 ▲김철남 조선금산무역회사 회장 ▲박한세 제2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원자력개발총국 관련 활동자 김세곤, 그리고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를 물질적으로 지원한 파키스탄 국적의 마분갈 후세인 등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애덤 주빈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대행은 “오늘 단행한 조치는 금융 서비스에서부터 광산,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불법 활동을 지원하는 핵심 산업 관련 기업과 개인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의 이번 독자 제재는 대통령령 제13382호와 13697호, 13722호에 따라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북한의 광산과 교통, 에너지, 금융 서비스 분야, 그리고 흑연과 금속, 석탄 거래, 해외 노동자들로부터의 수익을 겨냥한 행정명령 13722호에 서명한 바 있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도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를 2일 발표함으로써 이제 김정은 정권은 사면초가에 직면하고 있다. 과연 김정은 정권이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고 계속해서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면서 체제재생산으로 달려갈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적어도 김정은이 초보적인 상식만 있어도 이쯤해서 벼랑끝으로의 질주는 멈추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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