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의 핵무기 공격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대 방어축(3K)인 킬체인(Kill-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그리고 대량응징보복(KMPR, 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능력을 당초 계획보다 2, 3년을 앞당겨 2020년대 초까지 확보하는 문제가 당정에서 전격 합의됐다. 부족한 면도 있고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대로 하기 위해 몇 가지 짚어 봐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재래식과 비대칭위협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미래의 북한 위협을 면밀히 분석, 평가해야 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무서운 속도로 진전돼 왔다. 우리는 북한을 과소평가했고 그 결과 우리의 예상은 빗나가기 일쑤였다. 앞으로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는 물론이고 사이버 공간이나 장사정포와 같이 우리의 취약점을 목표로 한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북한 위협보다는 미래의 북한 위협에 초점을 맞추어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능력과 군사전략·작전에 대한 분석과 판단에 기초해 우리의 입체적인 대응군사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그때그때 발생한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대응하는 대증적(對症的) 성격이 강하였고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매우 새로운 것 같지만 사실상 과거의 것을 포장만 바꾸어 제시한 것 같거나 급조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반해 앞으로 북한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면서 동시다발적인 위협을 가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은 우리 입장에서가 아니라 북한군 입장에서 생각할 때 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지금의 대응책보다는 훨씬 입체적이고 포괄적인 것이어야 한다.

3K의 조기 전력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하여 서두르기보다는 확보하고자 하는 무기체계가 문제점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반응속도, 이동식 미사일 추적의 한계, 표적선별의 어려움, 타격 수단의 제한, 미사일 요격률의 문제 등 킬체인이나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여러 문제점이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조기 전력화를 추진할 때 나중에 우리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되고, 전력화 시기도 오히려 늦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 속담을 되새겨봐야 한다.

북한 위협 대응에 필요한 모든 자산을 우리 힘만으로 확보할 수 없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동맹과 우방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하고 임무를 분장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과거 한때 미국은 한국이 충분한 능력을 확보할 때까지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교량능력(bridging capability)’을 한국에 제공하겠다고 했다. 북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고 확장억제의 구체화가 필요한 지금이 미국에 대해 이러한 능력을 요구할 때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능력과 자산도 활용해야 한다. 일본이 가지고 있는 정보자산, 대잠수함 작전능력, 기뢰제거 능력 등은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나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같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방위력 건설 사업의 투명성, 연속성, 효율성, 객관성,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사업을 감독, 조정하는 독립기관 설립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헤 이명박 정부 때 설치했던 국방개혁위원회의 경험과 교훈을 검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북한은 한국의 어지러운 정세를 틈타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총참모부 작전총국 소속 특수부대를 시찰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80년 5월 ‘광주의 봄’에 시기를 놓쳤다고 통탄한 적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김정은이 쉽게 오판하지는 않겠지만 행여 어지러운 정치는 사소한 틈도 있어서는 안 되는 국방을 흔들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방은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통일의 날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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