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그동안 북한의 대외정책은 통미봉남(通美封南), 즉 미국과 통하고 한국과는 봉쇄정책을 쓴다는 것이었다. 워싱턴의 트럼프 정권에 대해 북한은 미국을 우선하고 한국을 뒤에 세우는 이른바 선미후남(先美後南) 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방위비 분담 등 미국의 새 정권과 잡음을 예상하고 있는 우리에게 북한의 선미후남 정책은 커다란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의 환상을 깨버리는 일이 대미정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다. 동맹에 있어서는 피아의 구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맹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첫째, 공동의 위협인식이다. 둘째, 공통의 국가이익이다. 셋째, 이념과 체제가 같아야 한다. 북한은 우리의 적이다. 중국은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다. 따라서 중국은 우리와 대척(對蹠)관계에 있다. 중국 어선들이 몰려와 어족자원을 싹쓸이 하며 이를 단속하는 해경에 외교부에서 거칠게 항의하며 환구시보 등 매체를 동원하여 비난을 쏟아낸다. 이는 한국과 중국 관계의 본질적 성격을 상징한다. 즉 중국이 우리와 진정한 우호 관계를 맺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우리의 동맹인 미국과 동맹이다. 때문에 독도문제, 역사문제에서 일본 극우파의 터무니없는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은 친선 우호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근접한 나라들끼리는 관계가 편치 않은 것은 역사적으로 필지(必至)다. 독일과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1806년 나폴레옹은 독일의 신성로마제국을 해체시켰다. 1871년 보불전쟁에서 프러시아는 프랑스를 격파하고 독일제국을 이룩했다. 나폴레옹 3세는 세단에서 포로가 됐다. 1914년 시작된 세계 제1차 대전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수백만의 희생자를 내는 혈투를 벌였고 독일은 패배했다. 1939년 시작된 2차 대전에서 독일은 전격전으로 프랑스를 항복시켰으나 1945년 연합군에 의해 프랑스는 해방됐다. 2차 대전 후 프랑스의 드골과 서독의 아데나워는 EEC를 성립시켰다. 이것이 오늘의 EU로 발전하게 된다. 프랑스와 독일의 천년의 관계는 영원한 적이 친구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과 중국도 인방(隣邦)이 될 수도 있다.

역사 이래 중국은 한국을 침략해왔다. 한의 고조선 침공, 수와 당의 고구려 침공이 대표적이다. 고려 시대에는 요·금·원이 끊임없이 침략해 왔다. 중국은 한국 통일에 호의적이지 않다. 인근에 강력한 국가가 출현하는 것을 반기지 않음은 물론이려니와, 미국과 동맹을 맺은 통일한국이 옆에 출현하는 것을 대단히 불안해한다. 오늘날 시진핑의 중국은 미국 이외에 새로운 질서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세계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통일을 위해 중국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통일한국이 중국에 해가 되지 않음을 인식시키도록 하되, 이것이 안 되면 중국이 한국 통일을 방해하려들면 손해를 볼 수 있음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외교를 뒷받침하는 것은 힘이다. 우리 단독이 아니라 한미동맹에 입각한 힘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것은 우리 외교 안보의 기본이다. 우리의 적은 북한의 전부가 아니라 소수의 김일성 왕조집단이다. 북한 주민에 이를 확고히 인식시켜야 한다.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김씨 왕조를 700년, 7000년, 7만년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대북정책, 통일정책은 김씨 왕조의 단절에 핵심적 기반을 두어야 한다. 통일이 대박이라고 하나 실제로 구현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십년, 이십년이 아니라 삼십년, 오십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동안에는 주변국에 한국 통일이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심어주되, 최소한 한국 통일을 저지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절대적인 지원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러시아의 협조라 함은 중국을 설득하는 역할이다. 내부적으로 민족통합을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국민 모두에 통일이 반드시 와야 하며 가능하다는 신념을 갖도록 해야 한다. 탈북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하여 통일의 선봉이 되며 북한 주민의 통일의 미래상을 희망을 가지고 그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김일성 왕조 집단이 하루 빨리 무너지게 하며, 그들이 무너지면 통일을 향한 벅찬 열망이 흘러넘치도록 하며 세계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일이 뭐 그리도 힘들단 말인가? 정치인들만 제정신 차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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