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작금의 우리 사회 혼란은 불안한 김정은 정권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것이다. 왜? 그것은 우선 내부적으로 동요하고 흔들리는 북한 주민들을 긴장시키고 재결집시킨다는 점에서 극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외적으로는 신생 트럼프 정권의 대북정책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명약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한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되기를 김정은은 내심 간절하게 바라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것은 10.26에 따른 1979년이 마지막이었다. 1958년생인 추미애 대표는 계엄령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법률가로서 개념은 있겠지만 생생한 체험은 열한살 소녀로서는 없었을 것이다.

4.19혁명을 성공시키는 데 있어 군의 역할은 컸다. 계엄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 송요찬 중장이었다. 민중이 경무대로 육박하는 시점에서 경찰이 계엄군에 실탄을 요구했다. 송요찬 계엄사령관은 M-1 소총 실탄을 가져다주라고 했다. 당시 경찰은 카빈 소총을 사용하고 있었다. 군이 보낸 M-1 실탄은 당연히 무용지물(無用之物)이었다. 이 조치는 민중의 더 큰 희생을 막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 기막힌 기지(機智)를 발휘한 송요찬은 별명이 석두장군(石頭將軍(!))이었다. 10.26 당시 계엄사령관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었다. 그는 시해 당시 김재규와 같이 있었다는 데서 강한 의심을 받았다.

합수본부장 전두환은 정승화를 체포한 후 대통령의 재가를 올렸다. 선참후보(先斬後報)의 논리였다. 최규하 대통령은 합수부가 노재현 장관을 데려와 서명을 받은 후에야 재가했다. 대통령은 재가하면서 시간을 명기했다. 정승화 계엄사령관의 체포가 대통령 재가 없이 이루어진 것임을 역사에 남기고자하는 문민 대통령의 마지막, 유일한 항거였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는 계엄선포의 요건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계엄의 선포와 그 시행 및 해제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 계엄법이다.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구분된다.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된다. 경비계엄과 비상계엄은 요건상 사회질서의 교란의 정도, 침해받고 있는 국가기능에 있어 차이를 갖는다. 비상계엄의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 안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지역 계엄사령관인 향토사단장은 도지사와 지법원장을 지휘·감독한다.

현재와 같이 복잡한 국가, 사회를 계엄령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장경제도 올스톱된다. 군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계엄령에 대해 준비는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어떻게 기능하고 계엄령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생각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계엄령은 도무지 생각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책임감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생각은 해서는 안 된다. 제1야당의 대표라면 무거운 자리다. 모든 언행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아무 말이나 지껄여서는 안 된다. 야당은 국정비판이 본령이나 반드시 건설적인 대안을 내어 놓아야 한다. 추미애의 민주당은 헛발질의 연속이다. 거국내각 제의를 차버렸다가 박근혜가 물러나게 되면 통진당 해산을 추진한 불구대천(不俱戴天)의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이 될 것 같으니 영문학자 백낙청을 제시한다.

개념과 전략이 없다. 당내에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영수회담을 불쑥 제시했다가 철회한 것은 사실상 탄핵 당한 것과 같다.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혼란은 단지 내적인 혼란을 넘어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재앙이다. 김정은은 이번 기회를 국제적인 제재의 올가미를 벗어던지는 절호의 찬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왜 대한민국은 이처럼 좌초하고 있을까? 과연 어느 누가 대통령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권력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들 주변을 돌아보는 자세부터 가지면 좋지 않을까. 그러나 결자해지의 열쇠는 분명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 빨리 검찰의 조사에 응하고 거기서 모든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김정은의 착각을 막을 힘은 대통령의 전유물 바로 그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