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중국의 북한을 대하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 부활하는 가운데 김정은 정권은 신냉전으로 확산될지도 모르는 미국과 중국의 빅매치에 무척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칫 트럼프 정권의 정밀타격 한 방에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다시 평양의 중국의존도를 높여주고 있다. 지난 70년간 중국은 북한 정권의 유일무이한 ‘후원자’였으나 이제 중국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가 재결합의 화학적 반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가 하면 과격한 트럼프의 안개속 대중국 정책이 북경의 지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부상은 놀랍다. 2012년 기준으로 중국의 GDP는 8조다.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 하고 중국행 버스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다들 조바심이다. 중국의 GDP는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기세를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다. 그런데 미국은 16조다. G-2라 하나 16:8은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 이는 헤비급과 라이트 헤비급이 아니라, 헤비급과 미들급의 차이다. 중국이 개도국의 챔피언을 자처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경제학의 중요 개념으로 flow와 stock가 있다. flow는 매년 단위로 생산한 총합이나 stock는 지금까지 누적된 국부의 총합이다. 중국이 G-2에 들어섰다는 것은 flow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산업혁명 이래 수백년 동안 쌓아온 미국의 국부와는 차이가 많다. 아마 160:8 정도가 되지 않을 듯싶다. 미국은 정규공모 12개 전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경항모 1척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현재 미국과 중국의 국력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보기가 아닐까?

19세기 세계의 수도가 파리였다고 하면 20세기에는 뉴욕이었고 21세기에는 상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상불(未嘗不)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실크로드나 차마고도(茶馬古道)에 보이는 중국내륙의 실상은 아직도 1950년대이다. 이 지역이 개척되기에는 족히 50년은 걸릴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중국의 광대한 시장을 잡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도 중국과의 협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과 전통적 동맹관계를 넘어서 21세기 전략동맹을 발전시키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가운데서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은 여기에 배신감을 가졌고 이 분노는 다 아물지 않았다. 한미관계를 정상으로 돌리는 관건은 이것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미국인에게 인식시키는 데 있다. 중국이 G-2? 요원한 이야기다. 미국과 소련은 분명 G-2였으나 러시아는 지금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푸틴이 재기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이 러시아와 손을 잡고 중국을 제어하려 한다. 비즈니스로 단련된 트럼프는 키신저 류의 고담준론에 흔들리지 않는다. 비스마르크 이래 외교의 천재라던 키신저도 세월이 지나 그의 구상이 망가지는 것을 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수천년 동안 백가쟁명했던 중국인의 전략을 이어 받은 주은래에 넘어간 것이다. 일찍이 중화민국의 이등휘 총통은 만주, 몽골, 티베트, 위구르, 대만, 그리고 동부 해안과 중부 내륙 7괴로 분할돼야 한다는 중국 7괴론을 주창했다. 신강의 위구르족, 사마의 티베트인은 한족과 전혀 다른 말과 글,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하나의 나라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한국과 일본이 일시동인(一視同仁)이라던 대일본제국의 논리와 다름이 없다.

중국의 내부가 이럴진대 과연 그들이 한반도의 원활한 통일을 원하고 적극 밀어줄까? 대답은 아니다. 중국은 자신들의 서쪽이 시끄럽듯, 동쪽의 한반도 역시 마찬가지로 ‘긴장의 무대’가 되길 바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을 관리하기에 앞서 중국부터 넘어야 한다. 휴전선을 넘기 전에 만리장성부터 넘으라 이 말이다. 오늘의 한국의 일시적 정치혼란은 북한에겐 천재일우의 기회일 것이다. 유엔의 대북제재 2321로 김정은 정권의 숨통이 조여지나 했더니 이게 웬 말인가? 왜 신은 저리도 북한 독재정권에 ‘친절’할까? 모처럼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친밀감으로 가까워졌던 한중관계는 사드문제를 트러블로 거센 풍랑을 맞게 될 것이다. 통일을 위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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