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은 현재 한국의 일시적인 정치혼란에 희열을 느끼며 과연 차기 한국 대통령으로 누가 오를 것인지 관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평양의 선호 인물이 누구이고 기피인물이 누구인지 여기서 언급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목하면서 그의 등장에 초미의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왜일까? 반기문은 사실상 ‘세계의 대통령’이란 별칭이 붙은 UN의 수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막강한 인물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회오리를 일으키고 지나갔다. 대선후보감이 마땅치 않은 여당은 반색을 하나, 새누리당의 어이없는 실착으로 생각지도 않은 압승을 한 야당은 실색을 하며 깎아 내리기에 급하다.

그들은 반기문이 정치에 들어와 검증을 받으면 금방 무너질 것이라고 꽹과리를 치고 나팔을 분다. 이것은 전망이나 예상이라기보다 기대에 가까울 것이다. 두고 보자. 반기문은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관료로 살아온 사람이다. 선출된(elected) 정치인은 임명된(appointed) 관료를 가볍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관가에서 입신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힘든 전형을 거쳐 임관한 후 상사로부터 엄격한 검증을 받아 그 자리에 이른 것이다. 그들은 아래로부터도 검증을 받는다. 능력은 위에서 잘 보이지만 인품은 아래에서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반기문이 검증을 받으면 곧 무너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에게 오랜 관료조직의 철저한 검증을 통하여 밝혀지지 않은 결정적인 문제가 있는가? 그가 병역문제가 있는가? 최근 검사장 출신의 모 변호사처럼 세금을 포탈했는가? 국회의원을 해본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한국 국회의원들의 실상을 요약(폭로?)했다고 볼 수 있다. 국회의원들에게는 온갖 특권이 있다. 그중 압권은 불체포특권이다. 헌법 제44조에 의거,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국회의원 체포 동의는 과반수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을 요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여간해서는 사법처리 되지 않는다.

정치란 무엇인가? 사회학을 창건한 막스 베버는 ‘정치란 정치적 조직과 조직체 내에서의 권력 배분이나 여러 정치 조직체들 간의 권력배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직업 정치인의 자질을 열정·책임감·통찰력이라고 요약했는데 이것은 정치인의 이상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데이비드 이스톤은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란 말로 더욱 짧게 정치를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정치인은 물론, 모든 지도자에 요구되는 자질이다. 베버는 정치인에게서 특히 권력 배분의 기술을 강조한 것이다. 성공한 정치가로서 처칠, 드골, 레이건을 보자. 한편 대통령에는 올랐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우리의 몇몇 전직 대통령도 함께 생각해보자. 그런가 하면 저명한 정치학자 해롤드 라스키는 ‘정치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 먹느냐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지난번 총선 공천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은 이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야당이 반기문이 검증을 받으면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협박?)하는 것은 정치의 이런 실상이다. 고건이 ‘난 직업 정치인이 아니다’고 내려온 것도 이런 한국 정치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기문이 여기에 익숙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겸손한 공인으로서 살아온 (기름 장어) 반기문이 국민에 다가오는 친화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북한이 반기문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를 중심으로 한 보수의 재결집이다. 평양은 김영철 통전부장을 중심으로 지금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출현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제발 북한에 친화적이고 어떻게 하면 ‘퍼주기’를 잘하는 대통령을 만들까 고민하면서 말이다. 글쎄, 또 다른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우리 국민들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결코 북한이 원하는 대로 새로운 지도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비록 북한이 원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 한들 무조건 퍼주는 일도 예전처럼 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과거에 그 돈으로 핵무기를 완벽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작금의 남한 정치는 ‘혼돈의 정치’가 분명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다시 한번 이를 민주주의 완성의 위대한 금자탑으로 쌓아올리게 되리란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평양은 불붙는 집에 키질할 생각 말고 구차한 제 집안 걱정이나 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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