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투자수익을 노리는 젊은 층이나 노후 자금이 절박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불법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고령층 피해가 심각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금융 피해자 중 60세 이상이 36.5%를 차지한다. 평생 연금처럼 배당금을 지급할 것처럼 속여 고액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뚜렷하지 않은 수익 구조임에도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한다. 지역벌 플랫폼장을 세워놓고, 지인을 소개하면 소개비를 준다며 다단계식 불법성 영업도 서슴지 않는다. 천지일보는 심층 취재를 통해 이 같은 폰지사기 사금융 수법을 역사를 통해 파헤치고 현 피해자들의 사례를 조명해 투자심리를 들여다보며, 피해를 막을 법안과 대안을 찾아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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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사기 의혹 와콘 피해 사례 ②

처음엔 사기라 생각했지만

경계심 풀며 여윳돈 투자

달콤한 말로 투자자들 유혹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투자) 원금 확보도 못 하게 된 우리는 피가 바싹바싹 마르고 잠을 못 잡니더.”

경북 구미에 사는 가상화폐 폰지사기 피해자 김남준(가명, 65)씨는 지난 2일 본지와 전화로 만나 타들어 가는 속내를 털어놨다. 김씨는 지인의 권유로 ㈜와콘에 2억 가까이 투자했으나 현재 원금 회수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씨는 “마이너스 카드깡, 전세금 몰아넣은 사람들도 있다”며 “가정파탄은 물론 극단 선택할 수도 있어 사회적 파장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가 가상화폐 투자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오래 알고 지낸 고향 형님의 권유 때문이었다. 정년퇴직 후 고향에 내려와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김씨에게 형님이 찾아왔다. 형님은 “혼자만 수익을 창출하는 게 아깝다. 친한 사이니까 소개한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를 권했다.

평소 보험 가입도 안 할 정도로 ‘투자’에 보수적이었던 김씨는 ‘가상화폐 지갑에 예금하면 43일에 이자 7%씩 복리로 지급한다’는 말에 대번 사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4개월간 설득이 지속되자 가랑비에 옷 젖듯 경계심을 풀기 시작했다. 김씨는 “고향 형님이 몇 번을 찾아와 술, 밥 사주며 (권하니) 인간적으로 믿어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엔 3400만원을 투자했다. 전산상에 계속 이자가 붙는 걸 보니 재미도 있었다. 애초에 여유 자금을 투자했던 데다 돈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도 아니어서 계속 스테이킹(가상화폐를 은행 예금처럼 예치해 두고 이자를 불리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와콘 지부에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며 ‘티핑 플랫폼’ 투자를 권했다. 김씨는 “그때 신규(투자자)하고 기존에 투자해 놓은 사람들이 마지막 기회다 싶어서 ‘몰빵’으로 넣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토지 대출을 받아서 투자했다. 김씨가 투자한 원금은 총 1억 7600만원. 김씨가 투자한 금액은 평균치에 속했다. 김씨는 “작게는 3000만원에서 억대로 들어간 사람도 꽤 많다. 대부분 원금만 6000~7000씩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건 6월부터였다. 5월부터 가상화폐 지갑에서 출금이 안 되기 시작했다. 와콘은 “6월 5일 홍콩 카지노에 투자할 예정이다. 6월 10일 출금되도록 하겠다”는 식으로 출금을 미뤘다. 가상화폐 플랫폼도 계속해서 바꾸기 일쑤였다. 김씨는 “처음에는 티핑, 메인이더넷 플랫폼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전산을)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고 이더네시아라는 플랫폼으로 바꿔서 이관시켰다. 9월 출금 일에는 킹덤이더네시아라는 플랫폼으로 또 바꿨다”고 말했다.

김씨는 와콘이 ‘코인, 다단계는 3개월 6개월 9개월이면 망하지만 와콘은 화수분이다’ ‘홍콩 카지노가 지켜줘서 0.001%도 부도날 염려 없다’는 등의 달콤한 말로 꾀었다고 말했다. ‘오트마임’ 생수에 게르마늄과 유황 성분이 함유됐다며 구매를 강요하기도 했다. 김씨는 “관광객이 줄을 서는 프랑스 루브르 샘물보다 게르마늄이 10배가 많다고 했다”며 “치수원 현장에도 가봤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검사한 성분 검사표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다른 피해자들과 소통하며 킹덤이더네시아 전산이 정상화된다고 약속한 11월 15일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김씨는 이날에도 정상 출금이 되지 않을 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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