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투자수익을 노리는 젊은층이나 노후자금이 절박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불법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고령층 피해가 심각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금융 피해자 중 60세 이상이 36.5%를 차지한다. 평생 연금처럼 배당금을 지급할 것처럼 속여 고액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뚜렷하지 않은 수익 구조임에도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한다. 지역벌 플랫폼장을 세워놓고, 지인을 소개하면 소개비를 준다며 다단계식 불법성 영업도 서슴지 않는다. 천지일보는 심층 취재를 통해 이같은 폰지사기 사금융 수법을 역사를 통해 파헤치고 현 피해자들의 사례를 조명해 투자심리를 들여다보며, 피해를 막을 법안과 대안을 찾아본다. 

 

美은행원 ‘찰스 폰지’ 수법서 기인

서민부터 이름난 부자에 기관까지

교묘한 방법에 수많은 사람 피눈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오스카를 휩쓸며 수상 경력만 따지면 한국 최고의 반열에 오른 기생충. 이 ‘기생충’에 일정 금액을 투자했던 투자전문업체 전직 대표 엄모씨가 지난달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다름 아닌 이른바 ‘폰지사기(Ponzi scheme)’였다.

엄씨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비상장 주식 차익거래로 원금의 2~5%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속여 피해자 47명을 상대로 투자금 약 107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엄씨는 새로운 투자자에게 받은 투자금으로 앞선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을 의미하는 폰지사기는 고리타분한 옛날 옛적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도 곳곳에서 시민들을 유혹하는 현재진행형 사기다. 실제로는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투자자를 계속 끌어들여 그 돈으로 선행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고, 이를 근거로 또다시 새로운 투자자를 모으는 방식이다.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다.

엄씨가 활용한 방식이 바로 폰지사기의 전형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끝물에 들어간 투자자일수록 한푼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엄씨의 경우도 투자금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피해보상이 어려운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기의 경우 대부분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다른 데서는 보지 못하는 수준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달콤한 속삭임으로 투자자를 꾀어낸다.

폰지사기란 이름의 유래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대 대공황을 앞둔 버블기 미국의 한 사기꾼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가 바로 다단계 금융사기였고, 그의 사기 방식이 유명해지면서 이후 이를 폰지사기로 부르기 시작했다.

찰스 폰지. (출처: 위키백과)
찰스 폰지. (출처: 위키백과)

국가 넘어 전 세계로… 세월 흐를수록 악랄해진 ‘폰지사기’

이탈리아 출신 찰스 폰지는 몬트리올의 한 은행원이었다. 그 은행은 파격적인 예금 이자를 지급했는데, 그 방법은 신규 가입자의 예치금을 활용해 선행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것이었다. 찰스 폰지는 여기서 자신의 사기 수법 힌트를 얻었다. 이제 적절한 아이템만 선정하면 됐다.

찰스 폰지가 선택한 아이템은 ‘국제우표반신권’이었다. 만국우편연합 회원국에서 발행하는 증권으로, 해외에 우편을 보낼 때 요금을 이미 지급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우표권이다. 회원국이라면 어디서든지 쓸 수 있는 일종의 국제우편쿠폰인 셈이다.

문제는 각국에 적용되는 환율의 차이로 회원국마다 가격이 다른 것이었다. 이탈리아에서 1달러라면, 미국 같은 나라에선 4~5달러가 되는 식이다. 찰스 폰지는 이를 이용해 “돈을 투자하면 이탈리아에서 쿠폰을 사서 미국 가서 팔겠다”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꼬드겼다. 환율을 이용한 수익을 내겠다는 얘기였다. 

찰스 폰지가 보장한 수익률은 어마어마했다. 45일 만에 원금의 50%를 보장했다. 90일이면 원금의 100%를 수익으로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당연히 이 같은 파격적 수익 배당은 실제 투자수익이 아닌 뒤늦게 뛰어든 이들의 돈을 앞선 투자자에게 나눠준 결과였다. 

폰지사기로 구성된 다단계 피라미드는 계속 뒷순위 투자자가 들어오는 한 어떻게든 유지된다. 피라미드가 무너지는 때는 더 이상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할 수 없거나, 기존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경우다.

찰스 폰지의 사기는 조셉 대니얼스라는 사람이 사업 파트너라며 찰스 폰지에게 수익 배분을 요구하면서 피라미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법원이 영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며 돈을 빼가려 하면서 사기의 내막이 드러났다. 

언론도 사기를 알리는 데 한몫했다. ‘보스턴 포스트’는 실제 존재하는 쿠폰보다 더 많은 수익이 폰지의 사업에서 발생하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약 2만 6000개의 쿠폰이 유통됐는데, 폰지 사업의 수익률을 고려하면 쿠폰이 1억 6000만개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찰스 폰지의 사기로 인한 피해 금액은 당시 2000만 달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가치로는 10배 이상인 2억 달러(약 2681억원) 이상이다.

미국 뉴욕연방법원을 나서는 버나드 메이도프. (출처:AP/뉴시스)
미국 뉴욕연방법원을 나서는 버나드 메이도프. (출처:AP/뉴시스)

이 수법은 수많은 범죄자가 활용하며 역사를 추가했고, 세기를 바꿔서도 맹위를 떨쳤다. 그리고 역사상 최대 피해 금액을 낸 사건이 2008년 발각됐다. 사건의 현장은 역시 미국이었다. 아니, 전 세계였다. 미국의 대표적 증권거래소인 나스닥(Nasdaq) 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버나드 메이도프는 총 650억 달러, 현재 한화로 약 87조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초유의 폰지사기를 벌였다.

메이도프 사기의 근간은 그가 20대에 설립한 메이도프 투자증권이었다. 20대부터 사기를 친 것은 아니었다. 사기의 시작은 그의 이름이 높아질 때부터였다.

메이도프의 사기는 폰지보다 더욱 교묘했다. 이자는 10%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이를 수십년을 유지했다. 사람들은 메이도프의 이름을 믿고 끊임없이 회사에 투자했고, 돈이 계속 유입되면서 아랫돌을 빼어 윗돌을 괴는 이 방식은 굳건했다.

메이도프의 사기는 완전범죄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메이도프의 피라미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촉발한 전 세계적 금융위기에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 거의 모든 투자사가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할 때, 메이도프 투자증권은 비록 평소보다 적더라도 수익이 났다. 이를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돈을 빼가려고 하면서 수십년을 일군 피라미드가 함락됐다. 

피해자 중엔 유명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6단계만 건너가면 세상 사람 모두를 알 수 있다는 이른바 ‘케빈 베이컨 지수’로도 유명한 배우 케빈 베이컨 등이 있었다. 유명인뿐 아니라 기관들도 속았다. 87조원이란 금액은 개개인으로만은 부족했다. 

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CEO) (출처: 야후파이낸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CEO) (출처: 야후파이낸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이와 관련 메이도프의 주거래 은행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메이도프의 사기를 방조한 책임으로 26억 달러를 물어내야 했다. 장부상 메이도프 회사의 자산은 650억 달러였어야 했지만 실제 3억 달러 정도에 불과했고, 이를 이상히 여긴 몇몇 직원의 보고에도 금융당국에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게 이유였다.

국내에서도 메이도프 사기와 같은 2008년, 피해금액 5조원, 피해인원 7만명이라는 한반도 초유의 사기사건을 벌인 인물이 발각됐다. 그 이름은 조희팔이었다.

그리고 올해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신현성씨가 4629억원대 폰지사기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그들이 제시한 연 20%의 이자가 신규 예치자의 예치금을 활용한 전형적 폰지사기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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