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투자수익을 노리는 젊은층이나 노후자금이 절박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불법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고령층 피해가 심각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금융 피해자 중 60세 이상이 36.5%를 차지한다. 평생 연금처럼 배당금을 지급할 것처럼 속여 고액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뚜렷하지 않은 수익 구조임에도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한다. 지역별 플랫폼장을 세워놓고, 지인을 소개하면 소개비를 준다며 다단계식 불법성 영업도 서슴지 않는다. 천지일보는 심층 취재를 통해 이 같은 폰지사기 사금융 수법을 역사를 통해 파헤치고 피해자들의 사례를 조명해 투자심리를 들여다보며, 피해를 막을 법안과 대안을 찾아본다.

가상자산 투자사기 ‘적색등’

올해 6~7월 406건 신고접수

한번 투자 때마다 억대 피해

 

“고수익 코인 지급하겠다”

설명하며 신규 투자자 모집

 

금감원 “수법, 점차 지능화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 필요”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 어머니가 고령이시고 금융 쪽은 완전 무지하십니다. 그런데 어머니 전 직장동료가 어머니에게 접근해서 비트코인 스테이킹(staking, 비트코인 예치 후 이자를 받는 방식) 투자를 권유했고, 어머니는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습니다. 투자사이트를 보니 다른 투자자를 추천하면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투자사이트는 사기이고 어머니를 꼬신 사람은 모집책인 것 같은데 최근에서야 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어머니는 투자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조차 몰랐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발 도와주세요.

최근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관련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번 투자할 때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1~2억원에 이르기까지 피해금 규모도 막대해 가상자산 투자사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기 관련 신고 건수는 작년 말 기준 199건으로 전년 대비 67% 이상 급증했다. 올해 6~7월 2개월간 금감원의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만 406건에 달했다.

사기 유형 또한 유튜브 등을 통한 허위 광고 홍보뿐 아니라 직원 사칭, 시세 조작 자료 제공, 코인 거래소 가짜 공지, 원금 보장 약정서 허위 제공, 불법 다단계 조직 운영 등 다방면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센터 홈페이지에 접수된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허위 광고나 고수익 보장을 내세워 투자자를 현혹하는 등의 다양한 사기 사례가 많았다. 특히 다단계로 투자자를 모집해 가격을 올린 다음 관련자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고가에 매도하는 사례, 가상자산 재단 등 관련 직원을 사칭해 비상장 가상자산 매수를 권유하고 자금을 편취하는 사례, 불법 리딩방 손실을 가상자산으로 지급한다고 유인하는 사례 등이 신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상자산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적은 돈을 투자해 몇 배나 되는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말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이를 이용한 사기꾼들도 덩달아 늘어나게 됐다. 가상자산의 투기성에 현혹돼 제대로 공부조차 하지 않고 투자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꾼들은 억대 규모가 가벼울 정도의 사기를 쳤고, 피해자들은 전 재산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다가 원금을 찾지 못하고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특히 사기꾼들은 가상자산을 활용한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일종의 다단계 수법인 ‘폰지사기’ 형태의 사기를 치기도 한다. 폰지사기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의미하는 말로, 지난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고수익 보장’ 미끼로 투자자 모집

가상자산을 이용해 폰지사기를 벌이는 이들이 활개를 치는 이유 중 하나로 투자 원금 대비 이자나 수당으로 고수익을 보장하면서도 온라인상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이른바 ‘쇼핑머니’를 지급하는 등 여러 규칙으로 피해자들을 현혹한다는 점이 꼽힌다.

대구지법 판례에 따르면, 방문판매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 A씨의 경우 투자설명회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650만원(수당지급 기준금액 500만원), 1300만원(수당지급 기준금액 1000만원)을 납입하면 수당지급 기준금액의 30% 또는 50%에 해당하는 B코인(가상자산)을 지급했다.

A씨는 투자자들에게 “B코인의 수량을 2배씩 3회에 걸쳐 총 8배 분할(상승)시켜 주는 데 약 3개월이 소요된다”며 “8배 상승된 B코인은 그 다음달부터 3개월간 각각 3분의 1씩 C 인터넷사이트에서 매도신청하면 매도 처리되고, 매도된 대금 중 50%는 곧바로 현금으로 환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30%는 그 다음달에 현금으로 환전 가능하고, 10%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쇼핑몰 사이트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쇼핑머니로 지급한다”며 “나머지는 수수료로 지급되고, 투자금액에 따라 매주 13주 동안 수익금을 지급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현혹했다.

특히 A씨는 “하위판매원을 모집해 매출이 발생하면 추천수당으로 수당지급 기준금액의 3% 또는 10%를 지급받는 등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판매원 1대에서 2대, 3대, 4대로 연결되는 후원수당을 매개로 해서 순차적으로 가입한 3단계 이상의 다단계 유사조직을 만들었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당지급을 이어오던 A씨는 4개월간 이 같은 활동을 벌여왔다. 그 사이 A씨가 투자금으로 모은 금액은 14억여원에 달했다.

A씨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에는 가짜 사이트 등 피해자들을 현혹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지난 7일 경찰에 검거된 연합 투자사기 조직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필리핀 등 해외에서 가짜 가상자산 투자사이트를 운영하며 투자자를 모집, 오픈채팅방에서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253명으로부터 151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사기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6개 조직 총책 6명 등 총 49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불법 취득한 개인정보 162만건을 토대로 무작위로 리딩방 홍보 메시지를 전송해가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투자자가 리딩방에 입장하게 되면 투자자인 척하는 조직원이 수익 인증 글을 올려 ‘바람잡이’ 노릇을 하면서 조직 일당이 만든 가짜 가상자산 투자사이트에 가입을 유도했다. 투자자가 이 사이트에서 소액을 투자하면 1.5배 상당의 수익금을 돌려주며 신뢰를 쌓았다.

수익금은 얻은 투자자가 더 큰 금액을 투자하면 투자사이트에서 3~5배에 이르는 수익이 나고 있는 화면을 보여줬다. 투자자가 수익금을 현금화하려고 하면 세금이나 수수료 등 갖은 핑계를 둘러대며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가짜 사이트·코인지갑·그래프로 현혹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가 판치는 또 다른 이유로 가짜 코인 지갑 사이트, 조작한 코인 가격 그래프 제시, 가짜 백서 등을 활용해 피해자들을 쉽게 속일 수 있다는 점도 꼽힌다.

백서는 가상자산 발행사가 코인이나 토큰 발행 전 콘셉트와 기술 등 코인의 모든 것에 대해 서술해 놓은 일종의 ‘사업계획서’를 말한다. 발행사가 백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면 투자자들은 이 백서를 보고 수익성을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다.

‘조작한 코인 가격 그래프 제시’도 사기꾼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다. 사기꾼들은 특정 코인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돼 가격이 급등했다며 허위·조작된 시세 그래프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그래프는 사기를 목적으로 코인 시세를 의도적으로 급등시킨 가짜 시세 그래프다. 사기꾼들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특별물량을 판매(프라이빗 세일)하는 것이라며 투자 직후부터 원금은 물론 고수익이 보장된다며 피해자들을 현혹한다.

이외에도 ‘가짜 상장 공지’, ‘허위 원금 보장 약정서 제시’도 사기 범죄에 활용되고 있다. 가짜 상장 공지의 경우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가 상장 예정임을 공지한 것처럼 조작된 가짜 문서를 보여주면서 이른 시일 내에 국내 거래소에 상장 예정이라고 투자자를 속이는 것이다.

허위 원금 보장 약정서 제시의 경우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원금 손실 시 매입 가격 또는 수십 퍼센트 높은 가격에 재매입해준다는 내용의 허위 약정서를 작성해 투자자에게 주는 것이다. 피해자가 투자금을 입금하면 연락을 끊고 투자금을 가로채 원금 보장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최근 가상자산 투자 관련 불법 업체들의 수법이 점차 지능화·정교화되고 있다”며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불법 유사수신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융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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