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폰지사기] “지인 소개로 와콘 투자… 물→글로벌→티핑, 20억여원 피해 위기”

[천지일보=강수경, 홍보영 기자] 60대 박모(남)씨는 유사수신‧폰지‧다단계 사기 의혹을 받는 와콘의 실질적인 피해자다. 그는 무려 20억원을 투자했지만 현재 출금이 막혀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도 되돌려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그가 잘 알지 못했던 생소한 업체인 와콘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잘 아는’ 지인의 소개 때문이었다. 지인 A씨는 그를 찾아와 가상자산인 이더리움 코인 스테이킹 상품 투자를 권유했다. 소위 ‘요즘 잘 나가는’ 투자 상품이었다. A씨는 지난 여름 시작해 계속해서 연락하며 이제는 ‘코인(coin)’이 아닌 현물인 ‘물(water)’로 투자거래를 바꿔야 한다고 설득했다.

가상화폐인 코인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얻어내거나 배당금을 얻는 게 아닌, 투자 배당금으로 실물인 물을 공짜로 제공하고 수당은 나눠서 원금 100%를 돌려준다는 유혹적인 말이었다.

당시 지방에서 호텔을 2곳 운영하던 박씨에게 이 유혹은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렸다.

물은 호텔 운영에 필수적이라 공짜로 물을 받는다면 상당한 이득이 있을 것이라 여겼다. 원금이 보장된다는 말에 그는 선뜻 5천만원을 투자했다. 물을 공급한다는 회사인 오트마임의 사장은 와콘의 부회장인 염모씨였다. 물 공급은 정말로 공짜로 이뤄졌다.

안심했던 박씨는 염씨에게 또 다른 정보를 듣게 됐다. 와콘 대표인 변모씨가 부산에 100여명 정도를 모아 설명회를 한다는 귀띔이었다. 박씨는 호기심을 갖고 변씨의 설명회에 참석했다. 이 설명회에서 박씨는 관계자 B씨에게 ‘글로벌’이라는 또 다른 투자상품을 소개받았다.

일테면 40일 동안 이자 20%를 하루씩 나눠서 주겠다는 상품이었다. 와콘 측 관계자들은 박씨에게 이더리움을 100개 넣어보라고 권유했다. 수익이 좋다고 여긴 그는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200개, 300개 넣다보니 어느새 금액이 커졌다.

불안함을 느낀 그가 빨리 빼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매일 이자가 붙고 있다며 보여주는 화면의 숫자을 철떡같이 믿었다. 와콘 관계자들은 메타마스크라는 전자지갑으로 투자했던 금액을 옮기기도 가능했고, 또 인출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를 철썩같이 믿었고 투자금을 그냥 뒀다. 그런데 이들은 수당 중 5%는 변씨가 나중에 모아서 한꺼번에 직접 준다는 설명을 했다.

이런 와중에 그는 다른 투자상품을 소개받았다. 관계자들의 설명을 잘 듣고 고액을 투자하는 그는 큰손이었던 것.

와콘에서 알게 된 동생 C씨는 박씨에게 무려 이자를 30%를 주는 또다른 와콘 상품이 있다면서 ‘티핑’을 소개했다. C씨는 박씨에게 와콘에서 운영하는 상품이라고 말하면서 안심시켰다. 그간 투자를 해왔던 박씨는 별 의심 없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그간 글로벌에 투자했던 돈 20억여원을 빼서 티핑에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 후 출금이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급히 그는 글로벌 상품을 소개했던 B씨에게 티핑의 존재를 물었고, B씨는 없어졌다면서 C씨가 거짓말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급해진 박씨는 수소문을 하기 시작했다. 황당한 것은 다른 지사에서는 여전히 티핑이라는 상품에 투자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박씨는 출금이 막혀 투자했던 20억여원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

와콘은 전국 곳곳에 지사를 두고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티핑·메인이더넷 사업 등으로 가상화폐 스테이킹 상품을 운용하면서 ‘40일에 30%, 43일에 7%’의 이자를 지급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하다 지난 6월부터 주기로 한 이자를 수차례 연기하며 원금까지 주지 않고 있는 의혹으로 경찰이 수사 중이다. 와콘은 투자자 모집과정에서 지인 소개비로 무제한 레퍼럴(거래 수수료) 수익을 둔 다단계 방식을 취했다. 와콘은 티핑·메인이더넷→이더네시아→세븐킹덤이더네시아 등 새로운 지갑 플랫폼으로 갈아타면서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강제로 이동시키거나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