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에 참석한 3국 불교 지도자들이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통일대교까지 800m의 구간을 행진하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평화의 종’ 타종하며 평화기원
임진각에서 통일대교까지 행진

“평화 위해 부처님 가르침 실천”
전쟁종식이야말로 최고의 보상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중일 불교도는 어떠한 형태의 분쟁에도 반대하며 화합과 평화로운 세계건설에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전쟁은 훼불이며 반불교적이고 잔인한 폭력이라는 인식을 같이한다. 평화를 위한 다양한 분야를 전개하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고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평화가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한목소리로 기원하는 한중일 불교도들의 평화 선언이 분단의 상징인 임진각 군사분계선 일대에 울려 퍼졌다. 이들은 평화를 위해 화합과 연대를 지속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제17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 한국대회에 참석한 3국의 불교도들은 19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남북이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가 이뤄지기를 한마음을 기원했다.

세계평화기원법회에 앞서 불교지도자들은 평화의 종 타종식과 군사분계선 밑 남방한계선 철책을 따라 걷는 평화의 행진을 진행했다.

“이 종소리가 분단으로 인해 헤어진 1000만 이산가족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감로(부처님의 가르침을 ‘단이슬’로 비유)의 법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 세계인들의 마음에 평화와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자승스님, 중국불교협회 부회장 밍셩스님, 일중한국제불교교류협의회 이사장 타케카쿠쵸스님 등 한중일 대표단과 도산스님, 심징스님, 니시오카료코스님 등이 참가자들을 대표해 ‘평화의 종’을 타종하며 이 같은 마음을 전했다.

이어 ‘평화로운 한반도, 조화로운 세계’라는 현수막을 필두로 한반도기를 흔들며 임진각에서 통일대교까지 800m의 구간을 행진했다.

▲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에 참석한 3국 불교 지도자들이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타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중일 불교계, 한반도평화 한마음 기원

평화행진을 한 한중일 불교지도자들은 파주 도라산 전망대로 자리를 옮겨 3국 불교예식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대법회를 봉행했다.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정우스님은 환영사에서 “남과 북이 분단된 지 69년의 세월이 다 돼가고 있지만 아직 헤어진 가족들조차 편히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3국의 큰스님들이 봉행하는 법회의 공덕으로 화해의 온기가 한반도 전역에 깃들고 싹터서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맞이하는 그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분단은 1945년 2월 얄타회담에서 사실상 결정됐다. 당시 회담에서 한반도는 38선을 경계로 북쪽은 소련군이, 남쪽은 미군이 일본을 몰아내기로 합의해 최초로 38선이 정해졌다. 38선이 그어진 후 한반도는 현재까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불교지도자들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대표로 낭독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우리가 법회를 개최한 이곳은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라며 “3국의 불자들은 세계평화기원법회를 엄숙히 봉행하는 가운데 전쟁은 훼불이자 반불교적이고 잔인한 폭력임에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협력하고 더 나아가 동북아 안정과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것임을 다짐했다.

중국불교대표단 단장 밍셩스님은 기원문에서 “3국 불교의 제자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세계평화와 인민의 행복을 기원한다”며 “서 협력해 황금유대가 영원히 빛을 내기를 진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일본불교대표단 단장 타케카쿠쵸스님은 “불자들이 예지(叡智, 지혜롭고 밝은 마음)를 모아 진정한 평화의 실현을 다짐하며 세계평화와 선린의 우호를 영원히 지켜나가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제자 ‘평화로운 세상’ 앞장서 실천”

앞서 오전에는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제학술강연회가 열렸다. 한국대표로 기조발제에 나선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스님은 “부처님은 전법의 길을 떠나는 부루나존자(석가모니 10대 제자 중 한 명)에게 오로지 비폭력으로 중생을 대할 것을 당부했다”며 “사납기로 이름난 사람들이 몽둥이로 때리거나 칼로 목숨을 빼앗으려 해도 전법자는 화를 내거나 저항하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치셨다”고 밝혔다.

싸움과 전쟁을 반복하는 인간역사를 평화의 길로 이끌기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세상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불교의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선 “평화로운 세상 만들기에 이바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춘광스님은 “불제자는 비폭력 평화사상을 실천해야 한다”며 “이제 부처님이 직접 보여준 평화행과 가르침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나가 실천하고 회향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해 9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부산에서 개최한 ‘한반도평화대회’에서 평화를 모색하는 일에 가장 앞장서야 할 사람이 종교인이며 불교도라고 밝힌 바 있다.

스님은 “인류사에서 전쟁의 종식이야말로 그동안 전쟁으로 무수히 죽어간 이들에 대한 최고의 보상이며 위로일 것”이라며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세계의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자. 우리(불교계)의 염원이 한반도와 세계 곳곳에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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