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굴안보국민연합 대표 한성주 장로가 지하에서 땅굴을 발견하기 위해 다우징으로 탐지 작업을 하고 있다. (땅굴안보국민연합 홈페이지)
홍 전도사‧서 목사, 한국전쟁설 주장
“계시 받았다” 주장하며 SNS에 유포
지난 11월 추종자 20여명 캄보디아행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2월 한반도에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날 것입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징계하실 것입니다.” 일부 개신교인들이 계시를 받았다며 한반도 전쟁설을 퍼뜨려 대한민국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12월 한국전쟁을 예언하는 홍모 전도사와 서모 목사의 메시지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급속히 퍼지면서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목회자와 교인들은 홍 전도사의 말을 믿고 ‘미국 노아의 방주’ 광고를 통해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 광고를 접한 지원자들은 미주 지역에서 비즈니스 선교사로 사역하는 김모 선교사의 자택(미국 캘리포니아 플레전턴 지역 위치)에서 생활하며, 전쟁이 일어나면 플레전턴 북쪽 200마일가량 떨어진 레딩 지역에서 공동생활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전쟁설을 굳게 믿은 김모 목사는 지난 11월 자신을 따르던 20여 명의 교인과 함께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의 전쟁발발을 주장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홍 전도사가 지난 9월부터 올린 영상의 메시지를 살펴보면 “3월 26일에 주님이 메시지를 주셨다.” “한국에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목회자의 75~85%는 회개하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것, 대한민국에 종북세력이 많고 심지어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직에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들을 해고해야 한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12월에 남북에 전면전이 일어날 것이다.” “북한이 청와대 지하 땅굴을 이용해 박 대통령을 먼저 납치하고 그 이후에 전쟁이 날 것이다.”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한국교회들이 빨리 탈퇴해야 한다.” “전쟁은 5개월 지속될 것인데 나의 기도로 1~2개월 감면받았다” 등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이 한국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12월 한국에 전쟁이 터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서 목사는 이화여대 의과대학을 졸업, 1986년 의사면허까지 받은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서 목사는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3월까지 받았다는 계시 내용을 간증식으로 유튜브에 9월 23일 자로 올렸다.

◆“성경이 한국전쟁 발발 예언?”

이 영상에서 서 목사는 한국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마지막 시대에 북한의 2500만의 동포를 구원하기 위해서’, 둘째는 ‘한국전쟁은 성경에 기록된 전쟁이므로 필히 성경대로 일어나야’, 끝으로 ‘북한은 북한대로 남한은 남한대로 징계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성경 마태복음 24장 7~8절을 인용했다.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곳곳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 이 모든 것은 재난의 시작이니라”

▲ 홍 전도사가 서울역에서 ‘땅굴 찾고
막아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12월
한국전쟁설을 주장하고 있다.
(홍 전도사 페이스북)
홍 전도사와 서 목사가 공통으로 주장한 것은 ‘하나님이 본인에게 특별히 말씀하신다’ ‘천국과 지옥을 생생히 보았다(경험을 최근 책으로 펴냄)’ ‘땅굴이 북한의 비밀무기다. 남한에 이미 무수히 존재한다는 것을 주님이 메시지로 주셨다’ ‘종북세력을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 몰아내야만 전쟁을 피할 수 있다’ 등이다.

여기에 공군 예비역 소장 출신의 한성주(땅굴안보국민연합 대표) 장로는 지난 10월 한 교회 간증집회에서 북한이 남침을 위해 파놓은 땅굴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으며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 문제도 땅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장로는 간증집회(12일)에서 “그전까지는 대전에 내려간 땅굴망이 최남쪽에 내려간 걸 ‘다우징’으로 도로 균열로 확인했는데 엊그제 내려가서 목포까지 들어간 땅굴망을 확인했다”면서 “제가 거짓말하면 죽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지역에서 발생한 싱크홀 역시 땅굴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땅굴망은 대전, 목포, 거제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방부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불안·공포 조성… “전쟁설 현혹되지 말라”

한국개신교계는 한결같이 이들의 주장을 비판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지난 11월 초 대표회장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교연은 한국교회를 향해 “땅굴괴담과 12월 전쟁설에 현혹되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들은 “최근 한반도 전역에 남침용 땅굴이 존재한다거나 12월에 한국전쟁이 발발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며 “이 같은 설들이 일부 교회의 간증집회를 통해 개신교인 사이에서 확대·재생산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고 경계했다.

한교연은 “성도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기는커녕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고, 더 나아가 국민들 사이에 위기의식을 불어넣는다면 이는 성도들을 미혹에 빠뜨리는 신앙의 일탈행위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사회가 불안할 때마다 종말론과 전쟁설 등이 어김없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일부 간증자들의 일방적 주장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같은 달 “구체적인 증거나 사실 확인 없이 ‘땅굴’ 혹은 ‘전쟁’ 등을 주장해 국가안보를 불신하게 하는 행위를 단호히 배격한다”면서 교회 내 간증집회시 불확실한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 역시 자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 홍 전도사가 12월 한국전쟁설을 주장하며 올린 동영상 장면. (출처: 홍 전도사 동영상)

◆풀러신학대, 홍 전도사 주장에 “학교입장과 달라”

한편 논란을 빚고 있는 홍 전도사는 스스로를 미국 풀러신학교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신학교의 명성을 이용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풀러신학교는 지난 10월 ‘홍OO 씨의 천국 지옥 간증과 예언 사역에 관한 풀러의 입장’이라는 문서를 통해 “홍 씨가 풀러에서 공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위 과정을 마치지는 못했으므로 풀러의 졸업생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학교 측은 “홍 씨의 ‘천국과 지옥에 대한 간증’과 ‘한국전쟁에 대한 예언’은 인터넷 포털에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이유 때문에 신학교 차원에서 현 상황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학교 측은 “홍 씨의 간증과 하나님의 직통계시에 대한 주장을 근거로 하는 예언사역은 풀러신학교의 신학적 입장과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사회 혼란 부추긴 개신교인들

사회적 혼란을 틈타 황당한 루머를 쏟아내는 일부 개신교인들의 주장이 국민들로부터 비판과 공분을 사는 경우가 이번만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 지난 4월, 많은 이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노란리본 달기’ 캠페인을 벌였다. 이를 두고 노란리본에 주술적 의미가 있다며 이를 반대하는 내용의 SNS 글이 일부 개신교 목사와 신도를 중심으로 퍼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서포터즈 클럽인 ‘붉은 악마’란 이름을 놓고 개신교 일부에선 “왜 좋은 이름도 있는데 ‘악마’가 뭐냐”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로 사과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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