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 14~18일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다. 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의 시복식을 주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염수정 추기경을 안고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사진출처: 뉴시스)

아시아교회 중 한국 먼저 방문… 높아진 한국교회 위상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오는 8월 14~18일로 결정된 가운데 한국천주교회는 교황 방문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고 아시아 대륙 전체에 평화의 복음을 선포하는 데 한국교회가 주춧돌의 역할을 감당하길 바라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교황청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10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한민국 대통령과 주교들의 초청을 받아들여, 대전교구에서 치러지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고자 8월 14~18일까지 교황 사목방문을 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방한은 8월 13~17일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 일정에 맞춘 것으로, 교황이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빈한 삶과 이웃사랑의 상징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방한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에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로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984년과 1989년 방한한 이후 25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방한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한반도 평화 및 화해,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15일에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후,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의 시복식을 주재하고 충북 음성의 꽃동네를 방문한다. 17일 폐막하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집전한 후 출국하는 일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직후인 지난해 3월 부활절 메시지에서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기원하는 등 평소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해 왔다. 지난 1월 주 바티칸 외교사절단에 한 신년 연설에서도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다. 한국인들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끊임없이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도 염수정(71) 추기경을 안고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 11일 오전 천주교 청주교구청에서 장봉황 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청주교구 꽃동네 사목방문을 환영하며 교구장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교황, 평소 한반도 평화 염원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초청했지만 한국만 방문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처장 이기락 신부는 10일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초청이 있었지만 일일이 응답하지 못하신 것으로 안다”며 “이번 방한은 한국 방문의 성격도 있지만 아시아청년대회라는 마당을 통해 아시아의 많은 이들을 만난다는 의미가 더욱 크다”고 전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장 강우일 주교는 “이번 교황 방한은 아시아의 여러 교회 중 분단된 한국의 교회를 제일 먼저 찾으심으로써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며 아시아의 청년들과 함께 기도하기를 원하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교황님께서는 가톨릭교회가 아시아 대륙 전체에 주님의 평화의 복음을 선포하고 세상에 주님의 빛과 영광을 비추도록 하는 데 한국교회가 주춧돌이 되도록 격려하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ASIAN YOUTH! WAKE UP! The Glory of the Martyrs Shines on You)’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아시아청년대회는 순교자들이 많은 한국교회에서 젊은이들이 순교자들의 모범을 본받아 자신의 삶을 온전히 봉헌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아시아청년대회는 지난해 7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와 궤를 같이하는 아시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집회다.

한국은 자발적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여 평신도의 힘으로 교회 공동체를 열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지난 1월 24일자에서 “세계 유일하게 평신도에게서 발원한 한국교회”의 역사를 머리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이번 교황의 방문은 높아진 한국교회의 위상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현재 한국천주교의 신자 수는 522만 명으로 세계 228개국 중 47번째, 아시아에서는 5번째로 신자가 많다. 교황청에 내는 납부금 규모도 세계 10위권 이내다.

천주교계는 올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 집전이 이뤄지는 것뿐 아니라 ‘한국천주교 200주년 사목회의’ 30주년, 1984년 김대건 신부와 동료 순교자 등 103위의 시성 30주년이기도 해 교황의 방한을 더욱 뜻 깊게 받아들이고 있다.

서민적인 행보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방한으로 천주교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도 상당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국 사회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갈등, 한반도 평화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교황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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