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적 기질에 끈기 있고 능청스러워

▲ 나 무섭지! 나 뱀이라고 해! (그림_박순철 화백)

▲ 건원 윤상철 선생
옛날 어떤 사람이 가뭄 때문에 먹을 것이 없어 돈을 벌기 위해 이리저리 다니다가 오히려 병만 들게 되자, 나무에 밧줄을 매고 자살하려 했다. 그때 지나가던 여인이 “어차피 죽을 결심이면 저와 같이 삽시다”고 해서 함께 살게 됐다.

문득 고향에 두고 온 식구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아버지 제삿날도 다가와서 고향엘 갔더니, 큰 기와집에서 아내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맞이했다.

깜짝 놀라서 어찌된 일이냐고 물어 보았더니 “당신이 보내준 돈으로 논밭도 사고, 시키는 대로 했더니 부자가 됐어요” 하는 것이다.

새로 얻은 아내(돈 많은 과부)가 한 일이라 짐작하고, 다시 그 고마운 여인에게로 돌아간 날 밤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 “그 여인은 천 년 묵은 구렁이다. 아침에 밥을 먹는 척하며 그 얼굴을 향해 침을 세 번 뱉으면 죽일 수 있으니, 구렁이에게 해를 입지 말고 꼭 그렇게 하라”고 했다.

다음 날 아침밥을 먹을 때 입에 가득 고인 침을 차마 여인에게 못 뱉고 방문 밖으로 뱉었다. 비록 구렁이라 해도 내 목숨을 구해주고 고향의 가족도 편히 살게 해준 참으로 고마운 구렁인데, 차라리 내가 구렁이에게 죽임을 당할지언정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꿈에 나타난 아버지는 옥황상제의 명을 어기고 구렁이와 함께 지상으로 쫓겨났던 천 년 묵은 지네로, 구렁이를 해치고 자기만 승천하려고 계략을 꾸민 것이다. 구렁이는 자신을 믿어준 그 남자 덕분에 무사히 하늘로 승천하고, 그 남자는 가족과 함께 잘 살게 됐다.

사람의 집에 같이 사는 업구렁이는 곡식을 훔쳐 먹는 쥐나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음으로써 집안을 잘 살게 해주고, 또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늘 조심해 사람을 경계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 익수와 주변 별들.
서로 해치지 않고 새끼 낳고 잘 살다가, 떠날 때가 되면 흔쾌히 떠났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구렁이를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로 좋게 보았다. 소리를 잘 내 음악에도 소질이 있다고 해서 하늘나라에서도 문서, 음악, 예절 그리고 외교를 담당하는 별(익수)이 됐다.

3월 6일 새벽 0시 30분에 남쪽 하늘에 뜨는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22개의 별이 익수다. 전라남도의 서부지역과 제주도에 해당한다. 뱀띠 중에 음력 1~6월에 태어난 사람은 이 익수가 수호별이다. 이 사람들은 끈기가 있고 예술적인 기질이 있으며, 자신의 능력을 잘 감추므로 능청스럽다는 소리도 듣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