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시(詩)의 시절이 있었다. 시집이 몇 백만 부씩 팔려나가고, 시 몇 개쯤은 외우고 있어야 학생답다는 소리를 듣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 이런 시도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시다. 감수성 예민한 청춘들이 앞 다퉈 읊어대던 시다. 시가 좋아 그랬겠지만, 우정이라든가 친구 같은
박상병 정치평론가 박근혜 정부가 출범부터 흔들리고 있다. 대외 변수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국내적인 상황 때문만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박 대통령 자신의 ‘제왕적 리더십’으로 인해 국정운영이 출범부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제왕적 리더십’은 ‘민주적 리더십’과 대척점에 있다. 주변의 참모들은 모두 ‘신하’에 다름 아니며, 국민은 권력의 ‘주체’가 아니라 그 ‘대상’에 다름 아니다. 이런 곳에서는 ‘정치’가 꽃을 피울 수 없다. 단지 제왕의 생각과 말씀을 전달하고 집행만 하면 된다. 당연히 반론도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제왕
박종윤 소설가 회음후 한신은 회음에서 태어났다. 그가 가난한 서민으로 있을 때 윗사람들의 눈에 띌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어 관리가 되지도 못하였을 뿐 아니라 장사꾼으로 밥벌이를 할 만한 수완도 없었다. 한신은 남의 집에 빌붙어서 식객 노릇이나 해야 했는데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를 싫어했다. 다행히 하향현 남창 정장의 집에서 얻어먹고 있을 때였다. 몇 달째 빈둥대며 밥만 축내고 있는 그를 정장의 아내가 몹시 밉게 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일찌감치 아침밥을 해먹어 치워 버리고 한신에게는 밥을 주지 않았다. 그날부터 한신은 정장을 찾
임창덕 농촌사랑지도자 연수원 교수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는 어수선한 상황이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 법률안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으리라 판단된다. 이 개정 법률안을 보면 공공비축 대상을 기존의 공공비축미곡, 즉 쌀에서 밀‧콩‧옥수수 등 공공비축양곡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을 보면 2011년 기준 22.6%로 1970년대 80.5%임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자급률 산정에 기준이 되는 곡물은 쌀, 보리쌀, 밀, 옥수
옛날 어떤 사람이 가뭄 때문에 먹을 것이 없어 돈을 벌기 위해 이리저리 다니다가 오히려 병만 들게 되자, 나무에 밧줄을 매고 자살하려 했다. 그때 지나가던 여인이 “어차피 죽을 결심이면 저와 같이 삽시다”고 해서 함께 살게 됐다.문득 고향에 두고 온 식구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아버지 제삿날도 다가와서 고향엘 갔더니, 큰 기와집에서 아내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맞이했다.깜짝 놀라서 어찌된 일이냐고 물어 보았더니 “당신이 보내준 돈으로 논밭도 사고, 시키는 대로 했더니 부자가 됐어요” 하는 것이다.새로 얻은 아내(돈 많은 과부)가 한 일
황해도 장연군 용현면에는 마치 소가 여물을 실컷 먹고 편히 누워서 쉬는 모습처럼 생겼다고 해서 ‘누울 와(臥)’에 ‘소 우(牛)’를 써서 臥牛形(와우형)이라고 불리는 명당자리가 있다.어떤 부자가 세 형제를 남겨놓고 죽었는데, 지관이 와서 묏자리를 살피다가 이 와우형 묏자리를 보고는 ‘정말 좋은 명당자리’라고 연신 혼자 감탄을 하더니 “이 자리가 좋긴 좋은데, 견딜 수가 없겠구나!”하며 고개를 돌렸다.삼형제가 “좋은 자리면 좋은 자리지, 견딜 수 없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자리에 아버님을 모시겠습니다”라고 했다.그러자 지관이 세 형제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단연 화두는 창조경제이다. 모 언론사의 벤처기업협회 등의 46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9%만이 창조경제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고, 63.6%가 약간 이해한다, 모르겠다가 27.6%에 이르렀다고 한다.그러나 창조경제의 기대감은 컸다고 한다. 창조경제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75.6%가 도움이 될 것, 보통 20.5%이고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응답이 3.5%였다고 한다. 창조경제의 구현과제로는 응답자의 58.3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이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 때마다 속이 뒤집힐 만큼 답답하고 착잡한 일 또한 없다. 지난달 26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된 교과서가 일본 문부성의 검정을 통과했다.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고교 사회과 교과서 가운데 독도 영유권이 왜곡되거나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이 기술된 것이 15종으로 지난해 1차 검정 당시보다 71%로 높아진 것이다.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일본의 정권 성향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아예 독도를 ‘
3일은 제주4.3사건이 발생한 지 65주기가 되는 날이다. 제주4.3사건은 광복 이후 남한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조선노동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와 미군정의 강압이 계기가 돼 발생한 민중항쟁이었다. 지난 2000년 제정된 4.3특별법은 이에 대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사건 당시 미군정과 경찰의 대규모 토벌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2만 5천 명에서 3만 명으로 추정되
대학교수 등 지방자치 관련 전문가 140명이 모여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당공천이 시작된 이래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정쟁도구로 전락하고 정당공천을 둘러싼 비리, 줄세우기 등으로 지방정치의 예속화가 가속화됐다”며 “중앙정치만 존재하고 지방정치는 실종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에는 충북 단양군수가 몸담고 있던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은 폐지돼야 한다”고 강력 주장한 바 있다. 김 군수는 지방의원이
이병익 정치평론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의 정당공천 폐지는 정치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기초단체는 생활정치의 실현이라는 취지와는 다르게 권력의 한 축으로 남용되었고 정당이기주의의 표상으로 비춰져있다.지역 국회의원이나 당협 위원장의 낙점이 있어야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은 지역구 의원이나 당협 위원장의 뜻을 무시할 수 없고 생활정치와는 상관없이 정당정치에 예속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당협 위원장은 공천권을 빌미로 후보자를 자신의 수족으로 쓰려고 하고 단체장이나 의원들이 지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4년 전부터 한양대 스포츠 산업학과에서 장차 한국 스포츠 산업을 이끌어갈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주 1학기 강좌 에서 과제를 하나 부여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컨설턴트 데일 카네기(1888~1955)의 역저 ‘인간관계론’을 읽고 스포츠 산업 정보와의 연관성에 대한 개인발표를 하도록 주문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인간 경영과 자기 계발분야의 최고 저서로 알려진 인간관계론은 카네기의 대표적인 책으로 1937년 출판된 이후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글 정라곤 시인 | 그림 김진호 화백
권태원 시인, 작곡가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항상 핑계가 보인다. 우리 다함께 노력해보자. 이제는 남을 위해서 좀 나누어준다고 생각하고 살아보자. 피곤하고 하기 싫을 때도 있겠지만 기분 좋게 해보자. 어둠이 짙어지고 밤바람은 살아갈수록 차갑게만 느껴진다. 남을 위해서 한 번이라도 봉사라는 것을 해보자. 우선 시작해 보면 자신도 변화하면서 정말 행복해진다. 봉사를 하다 보면 인상이 너무 밝아 보인다. 오히려 천사의 얼굴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이 가정에 축복을 가득 내려주소서. 의무적인 묵주기도가 아니
장물아비전영관(1961~ )백 년을 기다린 끝에 달을 훔쳤다그믐마다 챙겨 둔 별과갈대들 몰래 납치한 바람까지 준비했으니名篇을 위해 하나 남았다당신[시평]장물아비는 남에게 훔친 물건을 보관하거나 사들이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 나쁜 사람이다. 도둑질에 동조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달을 훔친 사람’, 그것도 백 년을 기다린 끝에. 그리고 달이 뜨지 않는 ‘그믐마다 별을 훔쳐 챙겨두는 사람’, 더구나 갈대들 몰래 갈대밭 사이를 다니는 ‘바람까지 납치해 준비한 사람’. 달과 별과 바람을 훔쳐 감추어둔 것은 다름 아닌 ‘당신’을 훔치기
정라곤(논설위원, 시인)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하여서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부의 고위직 인사 운용을 위해 설치한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허태열 비서실장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비서실장 명의로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를 하였는바,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즉각 허 실장의 사과문 발표를 비판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민주통합당은 논평을 통해 “사과의 주체와 형식도 잘못됐고, 알맹이도 없는
지난달 30일 청와대가 잇따른 인사 실패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사과의 형식을 놓고 말이 많다. 단지 청와대 비서실장 이름으로 대변인에게 대독하도록 한 형식에만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런 방식으로 성난 민심을 얼마나 달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야권은 “대변인이 비서실장의 사과문을 대독한 것은 또 다른 오기”라며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잇따른 인사
드디어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3월 30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9월 18일까지 6개월간 페넌트레이스를 벌이는 프로야구는 올해 신생팀인 NC다이노스팀이 합류하여 9구단 체제로 팀당 128경기를 펼친다. 개막식엔 그동안 프로야구를 기다려온 팬들의 열기 못지않게 선수들의 파이팅이 넘쳤는데 4경기에서 총 54점이 나왔다. 두산–삼성전에서 만루 홈런이 두 방 나왔고, LG-SK전에서도 정성훈 선수의 역전 만루 홈런이 터져 나오는 등 개막전부터 흥미를 더했다.지난해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7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요즘 들어 세종대왕이 그립다.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단순히 민심을 사기 위해 정책을 펼치지 않았으며, 진심으로 백성을 사랑했던 왕, 사랑하는 백성을 가난과 무지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던 왕이다. 수많은 권력자들의 반대에도 완성해낸 ‘훈민정음’에 백성을 향한 그의 사랑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지난달 29일 ‘국민행복기금’을 출범시키는 정부를 바라보며 세종대왕이 그리웠다. “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행복으로 가는 희망의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축사를 들으며 ‘진정
조호군 조호군한의원 원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건강식품 중의 하나가 홍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희 한의원에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영양소 중의 하나가 마그네슘이다. 칼슘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는데 반해 마그네슘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칼슘, 마그네슘을 대량무기질이라고 하는데 이는 그만큼 우리 몸에서 매우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영양소라 할 수 있다. 마그네슘의 인체 내 역할을 말할 때 전해질 균형을 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의 인체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나트륨 등의 4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