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적과 동지는 수시로 뒤바뀔 수 있다. 굳이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을 적용하는 것은 그만큼 국익을 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혈맹을 넘어 ‘경제동맹’까지 선언했던 미국이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한국경제에 큰 손실을 입혔다. 미국이 한국의 뒤통수를 때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앞으로 언제든 경제적으로는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미국에 더 가까이 다가섰던 윤석열 대통령만 난처하게 되고 말았다. 국제사회가 이처럼 국익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외교전을 펼치고
트라우마는 충격에 의한 상처다. 그것도 주로 심리적인 것을 말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실이 무려 878억원을 들여 영빈관 신축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반발로 철회했다. 우리 경제가 어렵다거나 혈세 낭비라는 비판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하다면 추진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공사에 대한 여러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거액의 영빈관 신축 얘기까지 나온 것이다. 과연 지금이 적절한 시점인지, 상식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미 발의된 ‘김건희 특검법’에 관저 공사 등도 포함돼
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한·중 수교 30년을 기념해 이번에는 시진핑이 올 수 있겠다는 기대가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다. 정부도 시진핑 방한을 추진하고 이루려던 금년의 목표를 접어야만 한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잡혀가면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말도 이제는 하나둘 거짓으로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외교적 수사였음이 명백해졌다. 지난 9월 15일 시진핑은 그동안 중국 국경을 벗어나지 않았던 관례를 깨고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러시아 푸틴을 만나 정상회담도 했다. 중국이 주창해 만든 ‘상하이국제협력수뇌회의’에 직접 참여해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그동안 30~40여년 동안 주야장천 제창해 오던 한반도 비핵화는 드디어 종언을 고한 것 같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다. 북한의 핵무력 정책의 법제화는 북한의 핵사용 독트린을 대외에 분명하게 선언한 것으로 핵보유국으로서 면모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고군분투한 한국과 미국의 대책은 그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공허한 메아리가 전부였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을 보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6세기 백제의 부흥을 꾀하기 위해 부여로 천도한 성왕(聖王)은 문화국왕이었다. 백제라는 국호를 남부여로 고친 성왕은 북으로는 만주일대의 북부여 고토를 수복하고, 바다 건너 왜국을 아우르는 대 왕국을 꿈꿨다. 지금의 공주 웅진성에서 부여로 이도한 성왕은 새 수도 건설에 힘을 쏟았다. 왕궁과 인공 호수정원인 궁남지를 연결하는 대로(주작대로라고 함)를 만들고 그 통로에 정림사라는 큰 절을 지었다. 도시를 바둑판처럼 구획해 한나라 장안의 도시건설 방법을 수용했다. 이 같은 왕도건설과 경영은 정신적 지주였던 양(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지난 8월 중순 미국에서 인플레감축법이 발효됨으로써 앞으로 수입 전기차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그 충격이 상당하다. 민주당이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해 의회에서 전격적으로 통과시키고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이 이루어진 탓인지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연합과 일본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왜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해 대응하지 못했는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대표단을 보내 미 측과 협의를 시작했다고 하나 미국의 국내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우리 측 요구가 가까운
VOL. 1333 김진호 화백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만든 간장(艮醬)은 구이나 두부 찬품을 위한 훌륭한 조미료가 된다. 이 간장(艮醬)을 담수장(淡水醬)·담장(淡醬)·물장·무장이라고도 한다. 조선 중기 김수(金綏, 1491~1552)가 지은 ‘수운잡방(需雲雜方)’과 1923년에 위관(韋觀) 이용기(李用基, 1870~1933)가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간장 만드는 방법으로 수장법(水醬法)과 무장법이 있다. ‘수운잡방’에는 “20말들이 독에 메주 1말가량을 독 바닥에 먼저 깔고, 독 중간쯤에 다리를 걸고 발을 편 다음 메주 7말을 발
전문가 “현지 확인 어려운 한국 언론, 서방매체 번역해 자극적 보도” “하이브리드 전쟁 시대… 특정 프레임에 갇혀 전쟁에 복무하는 꼴” 전문가, 독‧프‧러‧우크라 언론 교차검증 부족 지적… 균형 보도 필요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우크라 대반격…러군 밀어내고 격전지 수복 파죽지세(종합). 젤렌스키 ‘진격 계속된다'…서울 10배 면적 탈환 주장. 미 ‘러군, 하르키우 내주고 본국 철수’.” 지난 13일 국내 대표 통신사의 기사 제목이다. 이 매체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미디어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반격 때문에 패퇴하고 있다고 보
교육부가 15일 전국 55개 일반대학과 41개 전문대학이 학령인구 감소 대응을 위해 2025년까지 입학 정원을 1만 6197명 줄인다고 발표했다. 대신 정원 감축으로 인해 재정이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적정규모화 지원금’ 명목으로 14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단 정부가 내놓은 단기적 처방은 옳다.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현실에서 대학 정원을 과거의 기준대로 계속 가지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실제로 대학 미충원 인원은 지난해 4만명을 넘었고 이대로면 2024년에는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학 운영의 문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동이 이르면 이달 하순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4일 이 대표가 최근 여러 차례 제안하고 있는 ‘영수회담’과 관련해서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이후 만나는 방안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와의 독대 방식이 아니라 여야 정당 대표들과의 회동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도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윤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들과의 ‘다자 회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영국과 미국 등의 외교 일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신작 ‘수리남’ 6편 전작을 모두 봤다. ‘수리남’은 한 민간인 사업가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한 국정원의 비밀작전에 협조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수리남에서 마약 밀매조직을 만들어 마약왕이 된 한국인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수리남’은 개봉하자마자 OTT 콘텐츠 순위 집계에서 TV 부문 전 세계 상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등 화려한 캐스팅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반지하 참사가 난 뒤 오세훈 시장과 원희룡 장관이 쏟아낸 말이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이들 덕분에 반지하방 문제가 공론화됐다. 의미는 딱 거기까지다. 오세훈 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이라면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후진적인 것 맞다. 더 정확하게는 반인권적 거주 공간이다. ‘이제는 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즉 사라졌어야 했다. 처음부터 사람이 살도록 묵인하고 방치하고 합법화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2008년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사천성 성도출신 사마상여는 거부의 아들로 문장과 검술을 함께 익혔다. 전국시대 조(趙)의 인상여(藺相如)를 유난히 좋아해 이름을 상여라고 붙였다. 재물로 관직을 샀지만, 실질을 숭상하던 경제는 화려한 문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마침 양효왕 유무(劉武)가 내조했을 때 추양(鄒陽), 매승(枚乘), 장기(庄忌) 등 유세객들도 따라왔다. 사마상여는 병을 핑계로 관직에서 물러나 양나라로 따라갔다가 중국문학사에 빛나는 자허지부(子虛之賦)를 지었다. 사마상여는 말은 어눌했지만 글을 잘 지었다. 양효왕이 열병으로 죽자 고향으
박상병 정치평론가 ‘회색 코뿔소’가 쿵쿵 소리를 내며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큰 위험에 빠질 것을 알지만, 마땅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그냥 위기가 아니라 ‘진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 만의 얘기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퍼펙트스톰(Perpect Storm)’이 전 세계를 휩쓸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결코 만만치 않을 회색 코뿔소와의 투쟁, 즉 경제 투쟁에 지금 총력을 쏟아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8월 물가상승률이
VOL. 1332 김진호 화백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 분야에서도 미국 내 연구와 제조를 공식화했다. 연일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외치며 자국 중심의 투자 및 생산을 강조하고 있는데, 거기에 동맹국의 입장은 없었다. 오직 자국의 이익만 있을 뿐.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중국과의 대립에서 견제하는 수단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기술 견제를 하는 셈이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확보해 미래 먹거리를 손에 쥐겠단 심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의만 할 뿐 국가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사례는 찾아보기
영국에서 왕위 즉위식에 이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초호화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전 세계에서 노예제 피해자 수가 5천만명에 달한다는 집계가 나왔다. 믿기 어렵지만 고대나 중세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2022년 9월 13일자 뉴스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 2022년에 누가 왕실제와 노예제가 생존해 있을 것이라 예상했을까. 오는 19일 런던에서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은 올해 세계 최대의 외교 행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등 대통령, 총리, 동료 군주들까지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실태조사 TF는 14일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계엄령 관련 2급 기밀 문건을 왜곡한 혐의 등으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현 주아랍에미리트 대사),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이 전 사령관이 지난 2017년 2월 생성된 박근혜 정부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2018년 3월 송 전 장관에게 보고했고, 송 전 장관이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의 법률 자문 등을 거쳐 문건이 단순 검토 보고서였을 뿐 불법성은 없었다는 것을 인지하고서도 내란 음모 목적이 있었던
정연용 변리사 노인 산티아고가 84일이나 되도록 고기 한 마리 못 잡자, 소년의 부모는 아예 다른 배를 타는 것이 어떠냐는 대목도 나오는 ‘노인과 바다’, 정작 노인 헤밍웨이는 12년 동안 구상하며 에세이로 작성했고, 200번이나 원고를 고쳐 쓰는 수고를 해 인간 본연의 존엄성을 보여준 이 소설은 노벨 문학상을 1952년 수상했다. 발명자와 인터뷰를 해 작성하는 명세서는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하고 어떻게 태어날까? 명세서란 특허를 받고자 하는 발명의 기술적인 내용을 기재한 서면이며, 발명의 설명과 청구범위를 포함한다. 아무리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