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야기<26>] 기업 총수가 어떻게 묶여있나…가석방 후 사업보국 나선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3남인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 사이의 1남 2녀 중 장남으로 1968년 6월 23일 서울에서 출생했다. 본관은 경주이씨 판전공파 41세손으로, 184㎝ 큰 키에 호남형 외모다. 성격은 부모의 장점만 유전적으로 이어받아 개방적이고 호탕하며 사리 분별력도 뛰어나다. 해외 출장 시에도 타 대기업 회장과는 달리 수행비서 없이 홀로 다니며 개인의 실력과 인맥을 동원해 실질적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동생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이 있고 원불교 신자다. 자녀는 아들 이지호(2000년생)와 딸 이원주(2004년생) 둘을 두고 있다.

경기초등학교, 청운중학교,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재용 부회장은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유학을 가 일본 게이오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를 마친 후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비즈니스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영어, 일본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9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해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을 거치면서 오랜 경영수련을 받고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에 부회장까지 승진했다. 국내 타 대기업 출신의 자녀들이 바로 임원으로 승진한 후 경영수업을 받고 대표이사로 오르는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입사 후 본인이 담당한 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받았던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 별세한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회장 역할을 하고 있다.

경영수업도 삼성의 톱 경영자 중 한 분인 A 부회장의 밑에서 철저한 교육을 받아 바로 회장직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경력과 능력을 겸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일까.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2015년 200조원에서 2020년 236조 8100억원까지 올랐으며 영업이익도 35조 99000억원을 달성하고 2021년도엔 영업이익이 51조 57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등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재임 시절보다 더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 임원도 비난한 이재용 구속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도 법의 굴레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가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재판이 있었던 2017년 8월 25일 필자는 일본 출장 중이었다. 당시 소니 출신 임원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는 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사건을 언급하며 한국 사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일본에서는 이런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극우단체에서 재판장의 자택 앞에 집합해 시위는 물론이고 옛날 무사들과 같이 극단적으로 할복까지 연출합니다. 어떻게 한국 경제 GDP(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하는 기업의 총수를 구속하는 게 법적으로 정당한 판결입니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필자는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 싶었다.

통상적으로 대기업 총수들의 죄가 무겁고 엄중해도 대부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정도가 선고되며 법정구속은 면하고 대신 경제 발전에 집중토록 했기에 당시의 판결은 상당히 뜻밖이었다. 삼성전자 임원 2명도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책임을 지고 구속됐다.

당시 재판부 판결을 보면 피고인 3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 뒤에 숨어 국정농락을 한 죄로 구속당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을 했는데, 이는 결국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로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를 뒤돌아 볼 때 전두환 정부 시절부터 정치자금 지원 요구가 있었고, 이를 거부하는 대기업 총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 정부에 불법 정치자금을 지원할 바에야 본인이 직접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 이런 상황을 고치겠다고 선언했을까.

삼성도 정치와 엮인 것이 이번뿐만은 아니다. 1995년 이건희 회장은 중국 출장 중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력은 4류, 행정력은 3류, 기업 능력은 2류”라고 언급해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혔던 적이 있다.

◆구속, 재구속, 가석방… 다시 출발한 이재용

이런 사례들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도 본인의 의사보다는 정부 실세의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정유라에게 승마 관련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이런 상황을 그나마 잘 판단한 2심 재판부는 다행히 1심 선고를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이재용 부회장을 자유의 몸으로 돌아오게 한다. 경제계는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했고, 이재용 부회장도 “국민과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건 기대의 잣대가 더 엄격해졌음을 명심하겠다”며 항상 국가에 보답하는 의미로 경제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답했다. 이병철 회장의 경영이념인 ‘사업보국(事業報國)’과 일맥상통한 뜻이었다. 이후 삼성은 정경유착, 무노조 경영 등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였고 문재인 정부가 내건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에도 적극 동참했다.

하지만 검찰이 바로 상고를 하면서 재판은 이어졌고 대법원은 고법으로 파기환송을 하면서 재판을 다시 하라고 선고한다. 이어진 파기환송심에서 2021년 1월 서울고법 형사 1부는 정유라에 대한 말 3필 지원이 뇌물공여라고 판시하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이재용 부회장은 3년 만에 다시 법정 구속에 들어갔다.

이 판결로 삼성은 큰 타격을 받았다. 투자가 위축되기도 했고 해외 경쟁 업체들은 삼성을 이길 수 있는 기회라 보고 협공을 하기도 했다. 일본 지인들도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비난했다. 이에 필자는 “제가 변호사도 아니고 법의 공정성을 100% 이해하기 어렵다. 현 사법부의 상황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수차례 사과하기도 했다.

재계의 청원과 국민 대다수(약 80%)의 요구에는 조금 늦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8.15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로 이재용 부회장을 선정해 재구속 207일 만에 석방시켰다.

가석방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여전히 특별경제 가중처벌법상 5년의 취업제한 등을 포함해 해외 출장 시 법무부의 사전 승인을 받는 등의 제한이 남아 있다. 그러나 54세의 비교적 젊은 이재용 부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런 법의 굴레를 잘 극복하고 ‘뉴삼성 경영’으로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유지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작년 반도체 분야 매출액을 759억 5천만 달러를 달성하며 미국 인텔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던 쾌거를 우리 국민도 명심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무궁한 격려와 응원을 지속할 것을 부탁한다.

(정리 = 이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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