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와 4만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지난 201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내놓은 발표보다 60조원이나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후 11일 만에 내린 결단으로, 정·재계에서 거론되는 ‘이재용 역할론’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위기 때마다 대규모 투자로 경쟁 업체를 압도하는 삼성의 힘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엘지전자와 삼성전자에서 각각 근무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육성 경영전문 컨설턴트 박광수 칼럼니스트의 경험과 에피소드가 이 질문에 답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광수 한국과학기술원 자문위원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등 30여년간 근무했다. 연구개발·생산기술·기획·품질관리·영업·구매 관련 분야를 망라한 것은 물론 영어와 일어에 능통해 미국 일본 등 해외주재원으로도 활동했다. 삼성전자 퇴사 후 미리넷과 태평양 임원 등을 역임했다.
박광수 한국과학기술원 자문위원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등 30여년간 근무했다. 연구개발·생산기술·기획·품질관리·영업·구매 관련 분야를 망라한 것은 물론 영어와 일어에 능통해 미국 일본 등 해외주재원으로도 활동했다. 삼성전자 퇴사 후 미리넷과 태평양 임원 등을 역임했다.

전직 삼성맨의 삼성이야기

<25> 강남에 세계 최고의 병원을 세우라

삼성家 암과 희귀질환 가족력 있어

폐암·림프절암·혈액암·CMT 등 투병

이건희, 美존스홉킨스대 벤치마킹

삼성서울병원에 최첨단 의료체계

 

암병원도 개원… 다학제 진료 도입

국내 암환자 10명 중 1명 이곳 찾아

전공의 병원 평가서도 삼성병원 1위

미래 의료인 양성·인프라 구축 기대

이병철 회장이 1968년에 설립한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은 삼성과 분리됐었으나 1994년 이건희 회장이 다시 인수해 투자를 확대했다. ⓒ천지일보 2022.2.17
이병철 회장이 1968년에 설립한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은 삼성과 분리됐었으나 1994년 이건희 회장이 다시 인수해 투자를 확대했다. ⓒ천지일보 2022.2.17

삼성가(家)는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부터 암이 가족력이었다. 이병철 회장은 1976년 위암을 발견하고 당시 의료기술이 좋았던 일본의 게이오 대학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후 식생활 등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삼성 경영에 전념했으나 안타깝게도 평소 흡연을 즐겼던 이병철 회장은 10년이 되기 전에 폐암을 선고받는다. 이병철 회장은 투병 중 자신의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지불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1987년 11월 19일 77세의 비교적 빠른 나이로 별세했다.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강북삼성병원

후계자인 이건희 회장도 선친보다 이른 나이인 57세에 암 진단을 받았는데 병명은 폐암의 일종인 림프절암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선친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대 암 연구센터인 미국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후 건강을 회복한 이건희 회장은 폐질환이 재발할 것을 우려해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겨울에는 기후가 온화한 지역으로 휴양을 갔다가 봄에 귀국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건희 회장의 사촌인 이동희 제일의료재단 이사장도 1996년 5월 28일 폐암으로 별세했다. 이동희 이사장의 부친이자 이병철 회장의 형인 이병각 삼강유지 사장은 67세의 이른 나이에 돌연사했다. 이건희 회장의 형인 이맹희 CJ 회장도 폐암으로, 둘째 형인 이창희 새한미디어 회장도 혈액암으로 타계했다.

삼성가의 또 다른 가족력은 샤르코-마리-투스병(근위축증·CMT)으로,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되는 희귀 유전성 질환이다. 유전병 중에서도 가족력이 큰 게 특징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팔다리 근육 악화로 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큰조카인 이재현 CJ 회장 등이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삼성가의 가족병력 때문일까.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 모두 의료사업에 큰 관심을 뒀다. 삼성가가 설립한 병원은 제일병원과 고려병원이다.

강북삼성병원의 전신은 1968년에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고려병원이다. 고려병원은 한솔그룹이 삼성에서 독립할 때 분리됐으나 1994년 삼성에 재인수되면서 이름이 변경됐다. 앞서 고려병원은 경영난을 겪었고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인희 부부는 삼성에 병원을 다시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 삼성 임원들은 매매가가 너무 비싸 반대했으나 이건희 회장은 “부친이 세운 고려병원은 반드시 삼성에서 다시 가져와야 할 곳”이라며 삼성이 세운 병원이 2류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며 가격을 과감하게 더 올려 인수했다. 이후 강북삼성병원은 투자를 확대하고 시스템을 개선해 건강검진센터, 당뇨혈관센터, 유방갑상선 암센터, 소화기 암센터로 대표되는 4개 특성화 센터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1963년 설립한 제일병원도 이건희 회장이 1996년 인수했으나 2006년 다시 분리됐다.

또 삼성이 인수한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인 삼성창원병원은 경남 최초로 심장수술과 불임환자 체외수정과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했으며 심장센터와 불임센터를 운영 중이다.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삼성창원병원, 성균관대의과대학 전경. (출처: 삼성의료원 홈페이지 캡처)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삼성창원병원, 성균관대의과대학 전경. (출처: 삼성의료원 홈페이지 캡처)

◆이건희 세계 최고 병원 설립의 꿈

이건희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강남 요지인 일원동 땅을 매입해 세계 최고의 의과대학으로 인정받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병원을 벤치마킹한 병원을 세우려는 야심을 실천한다. 이에 전문가들을 1년 이상 존스홉킨스대 병원 인근으로 보내 병원 운영에 대한 보고서를 이건희 회장이 직접 받아본 일화도 유명하다. 여기에 존스홉킨스대 병원과 협력 계약까지 체결하며 최첨단 의료체계를 준비해갔다. 이 같은 연구와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의료법인이 바로 삼성서울병원이다. 1994년 11월 9일에 개원했다.

삼성서울병원의 건립 이념은 최선의 진료로 국민에 봉사하고 첨단의학 연구로 의학 발전에 기여하며 우수 의료 인력 양성으로 국민 보건향상에 이바지한다는 데 있다. 또한 이를 위해 중견 의료진, 해외첨단의학연수, 진료예약제 시행, 보호자 없는 병원과 촌지 없는 병원 실현 등 철저히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하 5층, 지상 20층의 본관을 비롯해 별관과 부속건물과 삼성생명과학연구소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의료진도 8천여명에 달한다. 특히 2008년 1월 개원한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지상 11층 지하 8층, 연면적 11만㎡로 단일 기준 아시아 최대 규모다. 삼성 암병원은 특히 곡선 형태의 건물 디자인이 눈에 띄는데 이는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하는 환자들에게 자연과 어우러지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연간 외래환자는 약 50만명이며 이 중 신규 암환자는 2만 3천명 정도다. 우리나라 암환자가 약 21만명임을 감안하면 암환자 10명 중 1명이 삼성 암병원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는 환자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이 같은 철학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다학적 진료다. 삼성 암병원은 2013년 암센터를 암병원으로 격상하고 하나의 암을 두고 관련 여려 진료과가 머리를 맞대 최적의 치료 방안을 찾고 있다. 현재 삼성 암병원은 17개의 전문 센터를 운영 중이고 이 중 대면 다학제 진료는 간암, 유방암, 췌장암 등을 포함해 12개 암종을 대상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한해 평균 400여명이 대면 다학제 진료를 이용 중이다.

또한 암환자의 치료 흐름에 따라 환자와 가족의 정신건강뿐 아니라 통증과 재활까지 함께 치료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치료 후 재발이나 다른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진료가 뒤따를 뿐만 아니라 암을 완치하는 데 필요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국내 최초로 세워진 암 교육 센터는 환자가 암을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도록 각종 책자 및 동영상 등 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보급했다.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공개한 병원 평가 결과에서 각종 암 치료에 있어 삼성병원은 1등급을 받았다.

또한 각종 암별로 5년 상대 생존율을 분석해보면 삼성 암병원에서는 국내는 물론 선진국인 미국보다 수준이 한 단계 더 높게 나왔다. 한국인들에게 흔한 위암의 경우 상대적인 생존율은 86.4%로 미국(30.4%)보다 2배 이상 높다.

사실 삼성서울병원이 지어진 땅은 삼성생명에서 1985년 매입한 것으로 이후 1994년 6천여억원을 들여 본관을 건립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생명에 매년 수백원대의 임차료를 지급했으며 2020년 기준 지금까지 지급한 임차료 총액은 건축비용인 6천억원에 달한다.

삼성의료원은 앞서 언급한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과 성균관대 의과대학, 1개 연구소로 구성된다.

삼성은 암병원과 함께 심장혈관센터, 뇌신경센터, 장기이식센터를 집중 육성하는 1+3 육성 전략도 추구한다. 이런 정책으로 ▲환자중심 진료 프로세서 대폭 혁신 ▲유전체 기반 개인별 맞춤 치료 확대 ▲최소 침습 치료강화 ▲차세대 양성자 치료기 조기 도입 가동으로 진료개선 ▲통합치유센터 설립 등 5대 핵심 전략을 통해 환자의 행복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최근 조사된 2021년 전공의 병원 평가에서 삼성병원은 교육 및 진료에 필요한 인프라 제공 등 각종 분야에서 대부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 의과대학 부속병원보다 삼성병원에서 매년 인턴과 레지던트과정을 지원하는 의사가 폭주하고 있다는 의미로, 미래의 의료인력 양성에서도 기대가 크다. 따라서 삼성병원은 국내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1위 병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외 각 분야의 최우수 인재 스카우트 및 최첨단 신장비 의료기기 설치로 의료수준 인프라 추구에 전념 할 것을 당부한다.

(정리 = 이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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