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방역패스 적용시설에서 ‘종교시설’이 제외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방역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오미크론 변이 집단감염이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교회에 전면 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출처:뉴시스)
추가 방역패스 적용시설에서 ‘종교시설’이 제외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방역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오미크론 변이 집단감염이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교회에 전면 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출처:뉴시스)

종교시설 감염 끊이질 않는데

방역패스 규제서 제외 논란

“불합리해” 靑 청원도 등장

정부 “방역 강화 논의 중”

개신교 등 반발도 거셀 듯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우리 신랑 하는 말이 정치인들이 표 받으려고 그런 것 같대요.”

9일 주부 이모(47)씨는 카페,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서 종교시설이 제외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거가 다가오니 정부가 표심을 노리고 눈치 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항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중심에는 종교시설이 있었고 지금도 (감염이)계속되고 있는데 (방역패스에서)제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지난 6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확대 적용’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역당국이 출입 관리 등이 어렵다는 이유로 종교시설을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다.

그간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종교시설도 예외없이 방역패스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종교시설 방역패스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부랴부랴 종교시설 방역 강화 방침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종교계의 반발도 예상돼 종교시설 방역패스 적용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앞서 지난 6일부터 4주간 학원을 포함한 식당·카페, PC방, 영화관, 독서실, 실내 스포츠경기장, 박물관, 도서관 등에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고 사적 모임을 6인으로 축소하는 등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교회·절 등 종교시설과 마트·백화점, 결혼식장·장례식장, 오락실, 숙박시설 등 14개 업종은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와 관련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종교시설은 여러 개방된 출입구로 출입하는 것을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방역패스를 걸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제외된)백화점 등 타시설도 마찬가지다. 방역패스를 전면적용하기 어렵다보니 이번 결정에서는 유보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역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입에선 연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7000명대를 기록하는 등 확산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방역패스 전면 적용’ 등 당장 특단의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유행 양상을 보면 방역패스 적용시설을 구분할 상황이 아니다”며 “모든 시설에 대한 방역을 최대한 강화해야 하는데 왜 제외를 했는지 아쉬운 조치”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우려도 컸다. 경기 양주에 사는 최모(27, 여)씨는 “종교단체가 늘 문제의 중심이었는데 문제인 곳을 제외한 방역패스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제외 업종 기준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광산구 한마음교회에서 운영하는 ‘광주 TCS 국제학교’에서 지난 26일 100여명이 넘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과 관련 27일 오후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하며 던진 계란으로 건물 외벽이 범벅돼 있다. ⓒ천지일보 2021.1.29
 올해 초 광산구 한마음교회에서 운영하는 ‘광주 TCS 국제학교’에서 100여명이 넘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과 관련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하며 던진 계란으로 건물 외벽이 범벅돼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종교시설에 방역패스를 먼저 적용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자신을 인천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주부라고 밝힌 청원인은 “수백명이 집단으로 모이는 종교시설에는 방역패스가 미적용되고 학생들이 소규모로 공부하는 학원, 독서실 등에 방역패스가 도입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9일 오후 1시 기준 1719명의 동의를 받았다.

사실 이들 종교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간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예배를 강행하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사랑제일교회발 확산을 비롯해 수많은 대형교회 및 종교단체시설에서 촉발된 감염과 최근 오미크론 변이 집단감염지가 된 인천 미추홀구 A교회까지 종교시설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종교시설의 방역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7일 브리핑에서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종교계와 함께 종교시설의 방역 강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교회에 대해 추가적인 조치로 방역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후 종교시설에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해도 ‘정부의 예배 규제는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해온 종교계의 반발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교회언론회는 ‘종교시설의 방역패스 미적용은 유지해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만약에 정부가 또다시 종교시설(교회)에서의 예배 제한을 이런 식으로 규제한다면 예전에 불법·강제·불균형적으로 현장 예배를 금지하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며 “다시는 이런 종교탄압이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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