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정권교체’라는 제목의 김진홍 목사의 주일설교를 일부 편집해 방송한 기독교방송 CTS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정치적 개입 요소가 짙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사진은 김 목사가 지난 11월 17일 설교를 하는 모습. (출처: CTS 유튜브 캡처)
최근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정권교체’라는 제목의 김진홍 목사의 주일설교를 일부 편집해 방송한 기독교방송 CTS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정치적 개입 요소가 짙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사진은 김 목사가 지난 11월 17일 설교를 하는 모습. (출처: CTS 유튜브 캡처)

 

“이재명 후보… 나라 격 떨어져”
김진홍 목사 설교 CTS 경고
편집에도 정치 개입으로 간주
종교 관점 정책제안 움직임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0대 대선을 앞두고 개신교계가 다양한 형태로 몸을 풀고 있다. 진보 성향 목회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 성명을 내는가 하면, 단체를 결성해 기독교적 관점의 정책 제안에 나섰으며 공명선거감시단을 꾸려 강단에서의 정치적 발언을 경계하고 있다. 일부 보수 목회자들은 정당 활동을 활발히 하며 강단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 교계의 우려를 사기도 한다.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에 따르면 최근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김진홍 목사의 지난 11월 17일 ‘정권교체’라는 제목의 주일설교를 일부 편집해 방송한 기독교방송 CTS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선거를 앞두고 설교에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고 정치적 개입 요소 또한 짙다는 지적이다.

CTS는 진술에서 “방송사에서 의도적으로 편향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면서 “다만 설교 중에 예화나 일부 내용이 부적절하거나 극단적인 정치적 주장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하고 방송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CTS는 46분가량의 설교를 26분으로 편집해 내보냈는데 편집된 내용 중에는 “이재명 여당 후보가 지난번에 중국을 가서 ‘대통령이 되면 남한에 온 사드를 다 철수시키겠다’고 했다. 이는 위험한 발상” “나라도 격이 있어야 존경을 받는다. 깡패 같은 사람이 나라를 이끌면 나라의 격이 떨어진다” “민주당 안에도 좋은 사람이 있는데 하필이면 그런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냈을까. 나라의 격이 떨어진다” 등 발언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원들은 해당 설교를 편집해 내보낸 방송사의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설교보다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선동하는 정치적인 이야기로밖에 해석하기가 어렵다며 정치 개입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하며 CTS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에 대한 낙선이나 지지를 유도하는 목회자들의 정치적 메시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선을 두 달여 남기고 최근까지도 목회자들의 설교나 말에선 정치적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평화나무 공명선거감시단이 입수한 예배 실황을 보면 파주의 한 목사는 교인들에게 “이재명 후보가 이번에 대통령 선거 나올 때 제가 물고 늘어지면 될 거 같나… 여러분 이건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자다. 종교의 자유를 파괴하는 자다. 신앙의 자유를 파괴하는 자다. 이런 사람 대통령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 사회에 ‘종교가 정치에 개입해야 하냐’는 해묵은 논쟁이다. 특히 정교일치는 과거부터 이어져 왔지만 최근 몇 년 새 일부 종교계의 정치 개입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 등을 촉구하며 정치 운동을 벌일 당시에도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는 한기총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실제로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한기총 사단법인 해산과 전광훈 대표회장 구속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인은 앞서도 올린 청원에서 “대표회장 전 목사를 중심으로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고 있다”며 “종교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설림목적과 위반된 사항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허가 단체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전 목사에 대해서는 “목회자로서 해서는 안 될 (정치적) 언행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치와 관련돼 목소리를 높여온 것은 비단 전 목사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도 보수 개신교는 이슬람 채권법, 여권법 시행령 등 정부 정책에 대해 대대적 반대에 나섰다. 

당시 여의도순복음교회 고 조용기 원로목사는 ‘이슬람채권법을 계속 추진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 등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통성 기도를 인도하면서 참석자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도록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최근에도 대선을 겨냥한 종교 모임이 속속 결성되고 있다. 안전생명 문제, 기후 위기, 불평등 심화 등을 과제로 정책 제안에 나서기 위해 결성된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인 ‘100대공약제안을위한기독시민단체연대(대선공약기독연대)’는 지난달 15일 총 8개 분야에서 총 107개의 정책을 만들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캠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400명의 기독교인과 12개 교회 등이 참여하는 ‘2022 기독교 대선 행동’은 성경적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자본주의적 발전의 근본적 모순과 한계를 명백히 인식하고 정의로운 정치 경제체제, 평등문화, 남북평화, 생태문명을 구축해나가며 세계와 공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있다”며 “민주시민에겐 2022년 대선에서 바로 이런 시대적 사명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대통령을 요구하고 선택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종교계의 정치 개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더욱이 교인들조차 종교인들의 정치적 활동 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묻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목사의 정치 참여에 대해 개신교인 73%가 설교 등 공식적인 곳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인 81%는 정치적 집회나 활동 참여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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