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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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목회자 1000명 조사 결과

 

교인 22% ‘성희롱·폭력 경험’

“예방 교육 못받았다”가 절반

목회자 90%도 “대처 미비해”

성범죄 목사 처벌 인식차 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교회 교인 열명 중 둘은 교회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명 중 여덟은 출석 교회나 기관에서 성희롱 성폭력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한국교회의 성범죄 대처 시스템이 불만족스럽거나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교인들이 많았다. 또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 대해 교인들의 처벌 의사는 강력했으나 목회자들은 처벌에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 시민단체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교회 내 성평등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올해 8월부터 9월까지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전국의 개신교인 무작위 800명(남성 44.3%, 여성 55.7%)과 목회자 2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인, 위계에 의한 성폭력 인지 둔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인들은 성희롱·성폭행에 대한 높은 인식을 형성하고 있었다.

‘가벼운 농담이나 신체 접촉도 성희롱이다’에 대한 동의율이 89.5%로 가장 높았고 ‘단톡방, 문자 메시지 SNS에 상대의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성희롱일 수 있다(85.0%)’ ‘가해자가 성희롱을 할 의도가 없었다 해도 피해자가 불쾌하면 성희롱이다(83.8%)’ ‘교회에서 피해자가 성희롱을 문제 삼으면 그 피해자는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73.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교인들의 인식은 다소 둔감한 편이었다. ‘성희롱은 교회, 학교, 회사 등에서 여성의 지위가 낮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동의율은 34.6%에 불과했다. 

또 교인 73.8%는 ‘교회에서 피해자가 성희롱을 문제 삼으면 그 피해자는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교회에서 성범죄를 문제 삼는 것이 어렵다는 견해를 다수가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된다.

◆성범죄 직간접 피해 22.5%

교회 안에서는 여전히 성희롱·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최근 3년 동안 출석 교회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를 직접 경험하거나, 또는 다른 교인이 피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22.5%가 가벼운 신체 접촉(어깨 두드리기, 손 만지기 등)을 꼽았다.

이 외에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품평, 별명 사용(11.0%)’ ‘가벼운 성적 농담(9.5%)’ ‘본인이 원하지 않는 지속적인 연락(5.5%)’ ‘짙은 성적 농담(3.3%)’ ‘사생활에서의 성적 경험에 대한 질문(3.2%)’ ‘심한 신체 접촉(2.1%)’ ‘본인(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 요구(2.0%)’ 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빈번한 성폭력에 비해 교회 내 예방 교육은 선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석 교회나 기독교 기관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아본 경험을 물었더니 교인 82.2%가 ‘없다’고 응답했다. ‘출석 교회’에서 받았다는 8.2%, ‘출석 교회 외 관련 기관’에서 받았다는 11.4%였다.

교인 대다수는 교회 내 성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출석 교회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필요성에 대해 물었더니 64.8%가 ‘필요하다(약간+매우)’, 28.5%가 ‘필요하지 않다(별로+전혀)’고 응답했다.

◆한국교회 성범죄 대처 시스템 ‘부정적’

한국교회의 성범죄 대처 시스템에 대해선 부정 평가가 상당했다.

현재 한국교회가 성범죄에 대처하는 시스템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물은 결과 교인 55.9%, 목회자 93.7%가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다(별로+전혀)’라고 답했다.

이같이 평가한 평가한 이유에 대해 묻자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공적인 기구가 없음(61.6%)’과 ‘사건을 덮는 데에만 급급함(59.3%)’을 꼽은 교인·목회자가 많았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소홀한 것 같다’는 평가에는 교인이 48.6%, 목회자 20.8%로 인식 차이가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교인들은 목회자가 금하거나 조심해야 할 사항으로 ‘성범죄·성적 스캔들(65.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부정직한 재정 사용·돈 욕심(52.2%)’, ‘이념 편향적 설교·정치적 행위(36.7%)’ 순으로 나타났다. 목회자 역시 ‘성범죄·성적 스캔들(8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교인 86.5% “성범죄 목회자 영구제명해야”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에 대한 교인들의 처벌 의사는 뚜렷한 반면 목회자들은 다소 미온적인 반응이었다. 

목사가 교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목사직 처리에 대해 교인 대부분(86.5%)은 ‘영구적으로 제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목회자들은 절반 수준인 44.6%만이 ‘영구적으로 제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보다 더 많은 목회자 49.0%는 ‘목사직을 정직시키고, 일정 기간이 지나 충분히 회개한 후 복권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전문가들은 교인의 성인지 감수성이 우려할 만큼 낮지는 않으나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봤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는 “교회에서 교인 및 목회자 등의 성범죄를 문제 삼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교회 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직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교회 내 양성평등 실태를 묻는 질문에 교인 74.2%와 목회자의 57%가 차별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 교회 내 성인지 감수성이 둔감한 상태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보연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원장은 “교회에서 여성 교인의 비율은 절반이 넘지만 교회의 주요의사결정을 처리하는 기구에서의 여성 비율은 매우 적은 등 불균형하다”며 “실제 교회 안에서도 여전히 여성들은 주방봉사 등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역할 수행만 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 둔감한 상태다보니 그간 관행이 아무런 문제 없는 것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미주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역시 “남녀 목회자 수, 교회·교단 전체 지도자의 절대다수가 남성임에도 이를 평등하게 여긴다거나, 분명 성차별적인 표현임에도 이를 차별로 느끼지 않는 것은, 한국교회 성인지 감수성이 (조사 결과와 다르게) 민감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며 “교회 안에 양성평등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부재하고, 평등의 문제를 광의의 영역에서 구조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목회자, 교인 모두 성폭력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교단 또는 기독교 기관에서 교회 현실에 맞는 체계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을 만들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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