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개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 교계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사실 개신교 더 나아가 종교가 정치 권력과 협력하는 행보는 항상 존재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5월 기독자유당이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보수진영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개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 교계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사실 개신교 더 나아가 종교가 정치 권력과 협력하는 행보는 항상 존재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5월 기독자유당이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보수 개신교 단체 한국교회연합 
윤석열 공개 지지 성명 논란
진보·보수 교계 비판 이어져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가
권력 이득이 목적이면 안 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종교계의 대선 후보 공개 지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국내 보수진영 개신교 연합기관으로 46개 교단 22개 단체가 소속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개별 목회자들이나 기독 정당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고 나선 사례는 있었지만, 개신교 연합기구 차원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개신교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교연은 최근 성명을 내고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적 희망과 동력 완수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고 국민의 마음에 난 상처를 아물게 할 인물로 이만한 적임자가 없다”며 “문재인 정권의 온갖 폭압에도 굴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그를 정치로 이끈 것이 국민이기에 윤 후보야말로 정권교체의 희망과 가능성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깊은 숙고와 기도 끝에 윤 후보를 국민의힘 유일한 대선 후보로 전폭 지지하기로 했음을 밝힌다”고 전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진보 개신교단체는 이 같은 한교연 성명을 반(反)종교적 행위로 비난하고 나섰다. 개혁연대는 4일 논평을 내고 “한국교회의 대표를 참칭하며 정치가의 나팔수로 전락한 한교연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차오른다”며 개탄했다.

특히 윤 후보는 앞서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기고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참석하거나 평소 역술인 등과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개혁연대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바르게 참여할 순 있으나 개신교인의 정치참여가 정치권력에 복종하고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 돼선 안 된다”며 “더욱이 성경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 한 정치가를 공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품에 안긴 교회의 모습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기 조직의 생존만을 위해 권력에 빌붙는 태도는 한국교회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한교연은 윤 후보 지지 결정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 개신교 연합기관에서도 노골적인 정치 참여 의사를 우려하고 나섰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논평을 내고 “모든 교인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각자의 신앙과 성경적 가치에 따라지지 정당과 후보를 자유롭게 결정해야 한다”며 “교인 개인의 정치적 선택의 권리를 교회의 지도자가 강요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교회나 단체가 정당이나 후보의 정책에 대한 찬반이나 입장을 표명하는 범위를 넘어 정당과 후보를 지명해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각별히 주의할 일”이라고 경계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 2019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예방해 악수 나누고 있는 모습. (출처:뉴시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 2019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예방해 악수 나누고 있는 모습. (출처:뉴시스)

◆ 이미 무너진 정교분리 원칙 

사실 개신교계, 더나아가 종교가 정치 권력과 협력하는 행보는 항상 존재했다. 특히 개신교는 기득권 유지와 세력 확장을 위해 권력을 정당화 하는데 일조하거나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자임하기도 했다. 

실제 2007년 대선에서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이명박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이 장로라는 이유로 보수 교계가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전광훈 목사, 지덕 목사, 길자연 목사, 이용규 목사 등 전직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들은 과거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당선을 기원하는 발언 등으로 논란의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례로 전 목사는 2007년 4월 마산에서 청교도 영성 훈련원이 주최한 집회에서 참석해 “올해 12월 대선에서는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라며 “만약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그는 이후 2019년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후에도 공식 석상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전 목사는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셨다”며 “우리 황 대표님의 첫 번째 고비가 돌아오는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 못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 하는 위기감을 갖고 한기총 대표회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개별 차원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한 사례는 많았지만, 개신교 연합기관 차원에서 지지 성명 발표는 이례적이다.

더욱이 한교연은 2017년 기독자유당이 개최했던 홍준표 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 초청단체로 명시됐을때 “사회에 본이 돼야 할 기독교가 오히려 집단적으로 나서서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며 관련성을 극구 부인한 바 있다. 한교연이 이번에 윤 후보 지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와 같은 과거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렇다보니 교계 일각에선 이번 한교연의 윤 후보 지지 성명과 관련해 비민주적 결정 등 불합리한 관행은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400명의 기독교인과 12개 교회 등이 참여하는 개신교 단체 2022기독교대선행동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연합기관은 그 단체가 추구하는 분명한 지향이 없이는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는데 한교연은 분명한 근거를 대지도 않고 정치적 문제에 대한 단체의 공식 입장을 임의로 수정했다“며 “이는 한교연 지도부의 독단적인 결정이었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연합기관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는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합기관으로서 한교연이 특정인에 의해 사유화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이번 지지 선언을 철회하고 내부의 민주적 의사 수렴 과정을 거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관에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그 기관에 속한 이들의 의견을 얼마나 수렴을 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기관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책임자 몇 사람이 결정해버리는 등 구성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한교연 윤 후보 지지 성명)에도 그런 경우라고 추측이 된다. 책임자 몇 사람이 결정해 발표한 입장은 그 기관의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몇 사람의 정치적인 입장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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