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한 아버지가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 결혼을 강행한 딸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집에 불을 질러 두 딸과 손자 4명을 숨지게 했다고 미 CNN이 19일 보도했다. (출처: CNN 웹사이트 캡처)
파키스탄의 한 아버지가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 결혼을 강행한 딸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집에 불을 질러 두 딸과 손자 4명을 숨지게 했다고 미 CNN이 19일 보도했다. (출처: CNN 웹사이트 캡처)

파키스탄서 또 ‘명예살인’
연애결혼한 딸 집에 방화
범인으로 장인·처남 지목
종교법에 매년 천명 희생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연애결혼은 ‘샤리아법(이슬람 원리주의 법)’과 부합한데,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네 마음대로 저 남자와 연애해 결혼을 해!?”

1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펀자브주 무자파가르에서 성인 남성 1명과 여성 2명, 3세·10세·12세 남자 어린이 3명과 생후 2개월 된 유아 등 불에 탄 시신 7구가 발견됐다.

사망한 두 여성 쿠르시드 마이(35)와 파우지아 비비(19)는 자매 사이며 남자어린이 3명은 언니 마이, 생후 2개월 된 유아는 동생 비비의 자녀였다. 숨진 남성 1명은 비비의 시숙이다.

비비의 남편 메흐무드 아마드는 화재 당시 집에 없어 무사했지만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모두 잃고 홀로 남게 됐다.

누가 이들을 비극으로 몰아넣었을까.

아마드는 방화범으로 그의 장인과 처남을 지목했다. 사건 당일 현장에서 도주하는 장인과 처남을 목격했으며 자신과의 결혼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장인이 범행을 계획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비비와 아마드는 18개월 전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애결혼을 했다. 특히 비비의 아버지의 반대가 더 심했는데 엄격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과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두 집안은 경쟁 관계였기 때문이다. 아마드는 “아내가 중매가 아닌 자유의지로 자신과 결혼한 것을 놓고 당시 장인이 크게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장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장인의 집에서 언니 마이 부부와 함께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은 터지고야 말았다.

아마드는 “사업차 다른 지역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불이 나 있었다”며 “현장에서 장인과 처남이 빠져나가는 걸 봤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이번 사건을 연애결혼에서 비롯된 ‘명예살인’으로 보고 아마드의 장인 사비르 후세인과 처남 만주르 후세인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명예살인은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중 누군가가 해당 여성을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 살해한 가족은 붙잡혀도 가벼운 처벌만 받기 때문에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공공연하게 자행돼 왔다.

이번 사건은 파키스탄 사람이 아니라면 다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아버지가 샤리아법을 앞세우며 딸과 손자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것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파키스탄에서는 샤리아법에 따라 남성이 여성 가족 구성원에 대해 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며 일정 정도의 가정 폭력은 물론 명예살인까지 종교적 관습에 따라 허용되고 있다.

샤리아는 이슬람의 기본법으로 이슬람 공동체의 헌법이다. 꾸란과 하디스에 나오는 규칙들과 원리들이며 그 후 판례들과 율법으로 편찬돼 샤리아가 됐다. 이슬람은 샤리아를 신이 정해준 계시법으로 여기며 종교적 의무, 개인과 사회생활, 상업, 형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율법 관념에서는 세속적인 법 영역과 종교적인 의무 관념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사회규범은 무엇보다도 종교적 의무관념 그 자체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정부가 2005년 여성 가족을 살해한 남성에 대한 사면을 보장한 법률을 개정하고 2016년 징역 25년 이상으로 명예살인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명예살인은 지금도 근절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파키스탄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부모 허락 없이 결혼하거나 외도 등 성 문제를 일으켰다가 남자 가족 손에 살해당하는 여성이 매년 1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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