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우리사회에 이슈화 된 것은 2008년 진용식 목사가 ‘개종을 목적으로 정백향씨를 정신병원에 감금한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으면서부터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으로 이단상담소장을 맡고 있었던 진 목사는 정씨의 종교를 포함해 기성교회에서 소위 ‘이단’으로 규정된 곳에 출석하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강제개종을 진행했고, 이후 강제개종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기 목사들이 직접 나서서 강제개종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그 수법이 달라졌다. 먼저 강제개종 목사들은 표적이 되는 신도의 가족에게 먼저 신도가 다니는 교단에 대한 비방으로 공포감과 불안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들은 사랑하는 자녀나 아내, 부모가 이단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납치‧감금‧폭력 등 불법 행위로 점철된 개종 프로그램은 가족을 살리기 위한 ‘지푸라기’가 된다. 이같은 이간질에 21세기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는 대한민국에서 강제개종은 아직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본지는 강제개종으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고 억압을 받으면서도 하소연 할 곳조차 없는 피해자들의 눈물 섞인 호소를 연재하고자 한다.

▲ 지난해 7월 14일 한 시민이 ‘전대 후문 납치 사건 목격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의 한 장면. 이날 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여성이 에쿠스 차량에 강제로 납치됐다. “살려달라”는 외침에 시민들이 구하려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진출처: 동영상 캡처) ⓒ천지일보DB
▲ 지난해 7월 14일 한 시민이 ‘전대 후문 납치 사건 목격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의 한 장면. 이날 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여성이 에쿠스 차량에 강제로 납치됐다. “살려달라”는 외침에 시민들이 구하려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진출처: 동영상 캡처) ⓒ천지일보DB

 

“강제개종 위협만 2차례 ‘공포’

머리채 잡혀 에쿠스에 납치돼

시민들 제보에 온라인 떠들썩

 

피해자 입장 실종된 보도들

피해자를 패륜아로 만들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2012년 여름 대낮에 대학가 앞에서 벌어진 몸싸움과 납치 사건. 광주 시민의 동영상 제보로 순식간에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신천지’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불법적 행위는 무마됐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가서 달리는 차에 납치돼 폭행과 감금을 당했지만 ‘가족’ ‘종교’ 문제로 치부됐다. 피해자 임혜정씨는 이 사건으로 가족에게 배신감을 느껴야 했고, 임씨의 입장은 듣지도 않은채 보도한 언론의 편향성에 분노를 느꼈다. 다음은 임씨의 호소문 전문이다.

 

저는 2012년 7월 13일 광주 전남대 납치사건의 피해 당사자 임혜정입니다.

ⓒ천지일보 2020.7.16

안녕하십니까.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저는 전남대 납치사건의 진실과 강제개종 프로그램의 피해와 인권유린에 대해 알리고자 이렇게 용기를 내서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부와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는 바입니다.

저는 전남대 납치사건이 발생 되기 이전에도 강제로 개종 프로그램에 끌려갈 뻔한 적이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매일 납치와 감금의 두려움에 시달려야 했고, 어쩔 수 없이 학교를 휴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납치된 2012년 7월 13일 그날은 엄마와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한 날이었습니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학교 후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난데없이 나타난 검정색 에쿠스 차량 한 대가 제 앞으로 급하게 멈춰 섰고,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건장한 남성들이 차에서 내려 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순간 저는 이것이 말로만 듣던 강제개종 프로그램에 끌고 가기 위한 납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네 명이나 되는 생면부지의 괴한들이 무방비 상태에 있던 제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고 갔고, 짐승 다루듯 차로 집어넣었으며, 온몸을 구타하고 발로 짓밟았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무섭고 고통스러워 살려달라고 온 힘을 다해 외쳤지만, 괴한들은 짐승처럼 저를 짓밟았습니다. 이 광경을 본 광주 시민들이 저를 도우려고 애를 썼지만, 선량한 시민들까지도 괴한들에게 멱살이 잡혀 내동댕이쳐지고 폭행을 당했습니다.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발버둥쳤지만, 괴한들에 의해 강제로 차에 던져졌고, 제가 차문을 잡고 버티고 들어가려고 하지 않자 반대편 문에서 괴한 한 명이 제 머리채를 잡고 차 안으로 끌어당겼는데, 이때 허리가 끊어져 나가는 듯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에쿠스 차량은 차문이 열린 채 제 두 발이 차문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로 약 700m 가량이나 질주를 했습니다. 열려 있는 차문으로 차량 두 대를 긁고도 도심 한복판에서 신호등을 무시한 채 광란의 질주를 했습니다. 그리고 에쿠스 운전자는 운전을 하던 도중 갑자기 자세를 뒤로 해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할 왼손으로 제 오른쪽 뺨을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순간 정신이 아득했고, 너무 무서웠습니다.

광주에서 순천을 경유해 정읍으로 가는 4시간 가량 저는 끊임없는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에쿠스 운전자는 운전 중에 갑자기 “경찰이다!”라며 전화를 받았고, “지금 딸을 데려가고 있어. 아무 일 없어”라고 말을 했습니다. 저는 있는 힘을 다해 경찰이 듣도록 “납치에요. 납치!”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제가 끌려가 감금되는 그 순간까지 경찰은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고, 단 한 번도 피해자인 제게 와서 안전을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에쿠스 운전자는 제 아빠가 아니라 단지 엄마와 알고 지내는 지인일 뿐입니다.

저는 정읍에 있는 외할머니 집에 감금됐습니다. 그 후 경찰서에서 에쿠스 운전자에게 다시 전화가 왔었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에쿠스 운전자가 제게 경찰서에 친한 후배가 있어서 일을 잘 무마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수화기를 건넸습니다.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그 사람은 제게 단 세 가지 질문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엄마와 함께 있나요?” “네”

“지금 외할머니집에 있나요?” “네”

“그럼 거기서 나가고 싶은 건가요?” “네”

그 순간 저는 정말 강하게 나가고 싶은 제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경찰은 제게 “알겠다” “다시 연락을 주겠다”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습니다.

가족들은 돌아가며 제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밤새 감시를 했고, 가족들은 개종목사가 지어낸 거짓말을 듣고는 저를 정신병자 취급을 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괴로워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를 감시하던 에쿠스 운전자가 잠든 사이에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창문을 뜯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차도 다니지 않는 시골길을 미친 듯이 맨발로 뛰어서 도망쳐 나오게 됐습니다.

그렇게 지옥 같은 16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저는 감금과 납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고작 하루 사이에 제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전남대 여대생 납치 사건이 모든 인터넷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로 올라가 있었고, 단 한 번도 제 의사는 확인하지 않은 많은 언론들이 저를 비방하는 추측성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심지어 신천지교회 사람들이 저를 납치한 것이라고 왜곡된 보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제 친인척은 물론 학교 동문,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일이 알려져 저는 이단에 빠져 가족도 버린 패륜아로 낙인이 찍혀버렸습니다.

저는 그날 사건의 충격으로 검은색 승용차만 봐도 심장이 멎는 듯 하고, 또 다시 납치를 당할까 불안해 밖을 나오지 못했고, 한 달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하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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