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재판국, 판결문 공개
“명성교회, 세습금지법 지켜야”
교인 반발 계속, 9월 총회 분수령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명성교회 부자세습 문제가 무효 판결에도 계속 미궁 속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청빙 결의가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명성교회 소속 노회와 교인들은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판결 집행도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인 상황,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 재심 판결문을 공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 세습에 관한 사안은 이른바 ‘세습방지법’이 만들어질 당시의 입법취지를 고려했을 때 명백하게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삼환 목사가 이미 ‘은퇴한’ 상태였기 때문에 세습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명성교회의 주장과 관련해서도 반박했다.
총회 재판국은 “은퇴하는 전임 목사에 이어 다른 시무 목사를 거치지 않고 직계비속 등을 후임 담임목사로 곧바로 청빙하는 경우, ‘은퇴하는 목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게 입법취지에 부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삼환 목사가 2015년 말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했다 할지라도 명성교회에는 임시당회장만 선임됐을 뿐, 후임 위임목사를 청빙한 사실이 없이 공석으로 유지하다가 곧바로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했다”며 이는 당연히 법 규정에 위배된다고 했다.
또 총회 재판국은 교단에 속한 지교회의 의무와 책임을 언급하며 명성교회가 예장통합 교단에 소속된 이상 헌법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명성교회가 총회 판결에 지속해서 반발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총회 판결 이후, 명성교회 측의 반발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명성교회 장로회는 입장문을 통해 판결 불복을 선언했고, 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는 최근 열린 임시노회에서 김하나 목사가 위임 목사의 자격으로 제출한 교회 청원안을 모두 통과시키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뿐 아니라 동남노회는 김하나 목사의 청빙 무효 판결을 집행하지 않겠다며 총회 재판국이 보낸 판결문조차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 출신 목회자들로 구성된 ‘명목선교회’도 총회의 재심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총회 재판국이 ‘여론 몰이식’으로 명성교회 사건을 판단했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총회가 세습금지법을 미비하게 제정했다고 지적했다.
명목선교회는 “총회 현장에서 긴급 동의 형식으로 시작된 소위 목회 대물림 방지법 제정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합당하지 않다”며 “총회 창립 후 97년 동안 한 번도 거론되지 않던 사안을 연구 토론회나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즉석에서 거수투표로 결의했다”고 비판했다.
명성교회 측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세습 논쟁은 사실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이 됐다.
특히 다음 달 23일 포항 기쁨의 교회에서 열릴 ‘예장통합 총회’에서 ‘세습금지법 폐기’가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어서 9월 총회가 세습 논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총회 재판국의 판결로는 명성교회 세습을 해결 짓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장은 “명성교회 내부 구성원의 판단이 이번 사태 해결에 영향을 많이 미칠 것으로 본다”며 “명성교회 교인들의 비전과 전망에 따른 문제기 때문에 내부의 문제로 귀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교회에서 발생하는 대다수 문제는 교회 구성원들의 건전한 의식이 없으면 해결이 될 수 없는 구조”라며 “명성교회 역시 교회 구성원이 교회 발전에 대한 분명한 관점을 갖고 얘기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시스템과 구조를 만들어야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서울동남노회 수습임원회, 명성교회 ‘불법청빙’ 옹호 그만하고 사과해야”
- 장신대 교수들 “명성교회, 판결 거부… 교단 질서 또다시 어지럽혀”
- 서울동남노회 “명성교회 부자세습 무효 판결 위법… 세습 아닌 청빙”
- [사설] 부자세습을 부자세습 아니라는 명성교회
- 명성교회 부자세습 ‘무효’ 판결났지만… 갈등 해결까진 머나먼 길
- [이슈in] 명성교회, 교단 재판국 결정에 불복… “김하나 위임목사직 계속”
- [현장in] “무효” 교단 심판 받은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세습… 교인 간 ‘희비’ 갈려
- 명성교회 운명 걸린 교단 총회 앞두고 세습 옹호 측 “불법 재심, 반드시 무효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