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부자세습 ‘무효’ 결정이 내려졌다.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이 교단 헌법 상 ‘위법’이라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날 세습 반대 측은 환호를, 명성교회 측은 침통한 표정으로 재판국을 나섰다. 하지만 판결에 따라 담임목사를 새로 청빙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명성교회가 사실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벌써 명성교회가 해당 교단을 탈퇴할 것이라는 설이 돈다. 명성교회가 교단에서 탈퇴하면 회비로 운영되는 교단에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명성교회 탈퇴는 교단에겐 큰 압박요소이자 명성교회로선 초대형 무기인 것이다.

명성교회 측은 여전히 세습이 아닌 후임 목사 청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적법한 절차였으며 노회를 통해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한다. 이유는 그럴듯하다. 투표를 통한 민주적 결의를 거쳐 노회 인준을 받은 절차라는 것이다. 명성교회의 주장을 통해 한국교회가 얼마나 부패하고 썩었는지 가늠된다. 지각 있는 사람과 여론이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면, 성도들의 수천억 헌금이 오가는 대형교회가 개인 재산처럼 아들 손에 대물림 됐을 것이다. 교회 특성상 재산세, 증여세도 내지 않으니 이렇게 좋은 재산 증여방법이 없다.

어떤 목회자는 소형교회는 세습이 되는데 대형교회는 왜 세습이 안 되냐며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소형교회 사정을 알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소리다. 소형교회의 규모는 갑론을박이 있으나, 많은 소형교회는 운영이 안 돼 빚더미에 앉아 있고 오히려 유지하려면 사명감이 필요하다. 이런 소형교회와 연간 수천억원이 오가는 대형교회를 비교해 세습 형평성을 거론하는 자체가 너무 뻔뻔한 발상이다.

명성교회는 급성장세로 명성이 높았던 교회다. 그러나 ‘돈은 일만 악의 뿌리’라는 성구처럼 재물과 권력을 탐하면서 악명만 높아지고 있다. 양심을 속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명성교회 부자세습 논란은 이성이 사라진 한국교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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