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이 자체생산하고 있다는 일명 아이폰 ‘평양타치’의 내장재에서 삼성이란 선명한 글자가 발견돼 국내 언론에 공개됐다. 북한이 아이폰을 자체 기술로 만든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이번에 그 실상이 공개된 것이다. 북한의 자력갱생은 이런 식이다. 어디 그뿐인가? 군과 정보당국을 비롯해 국내외 안보전문가들 중에서 지난 8월 24일 북한이 신포 앞바다에서 실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500㎞를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한 SLBM은 북한이 유사시 미국의 핵 공격을 받아도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중에서 은밀히 움직이며 때를 기다리다 SLBM을 발사하고 사라지는 잠수함은 9.11 이후 본토 공격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미국에게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SLBM이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에 가려져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이 하나 있다. 어쩌면 SLBM이 성공한 것보다 더 치명적인 문제다. 바로 SLBM에 사용된 고체연료 엔진의 기술적 출처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탄도미사일의 추진체는 대부분 스커드 미사일에서 기원한다. 북한은 공군력이 쇠퇴한 1960년대 초부터 미사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러시아 미사일을 역설계하고 중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획득했다. 1981년 이집트로부터 스커드-B 2기와 이동식발사대를 들여오면서 1985년 이를 역설계한 복제형 스커드-B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등장한 스커드-C, 노동, 대포동-1/2호, 은하 3호, 광명성 4호 등 북한의 주요 미사일과 로켓들은 스커드에 기술적 기반을 두고 있다. 스커드는 액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들도 대부분 액체연료를 쓰게 된다. 신뢰성 높은 로켓 엔진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이 스커드 엔진을 ‘마르고 닳도록’ 쓰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스커드 외에 또 다른 기술적 기원은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러시아의 R-27(나토명: SS-N-6)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서 기원한 무수단 미사일의 4D10 엔진은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 6월 22일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북한은 스커드에 이어 신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액체연료 엔진을 확보했다. 이 엔진은 사거리 1만㎞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14 1단 추진체에 2개가 장착돼 있다. 무수단 미사일 시험이 성공한 만큼 KN-14 1단 추진체도 시험발사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 북한의 핵투발수단 개발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난달 발사된 SLBM의 고체연료 엔진은 관련 기술 출처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고체연료 엔진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3월 24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언론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고출력 고체 로켓엔진의 지상 분출과 단분리 실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하면서, 추진체와 그 설계도로 추정되는 도면을 공개했다. 4월 23일 고체연료 엔진 탑재 SLBM이 30㎞를 날아간 직후 4개월 만에 500㎞를 비행해 ‘속도전식 개발’에 성공했다. 북한에서 고체연료 엔진은 KN-02에 장착돼 있지만 사거리나 출력 등에서 큰 차이가 있으므로 SLBM에는 부적합하다. 관영 언론에 공개한 지 4개월 만에 500㎞를 비행한 것은 외부에서 개발한 기술을 반입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성과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고체연료 엔진 기술이 북한에 이전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스라엘 피셔항공우주전략연구소의 탈 인바르 우주연구센터장은 4월 19일 미 하원 세미나에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이란과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바르 센터장은 “북한 매체에 공개된 고체연료 추진체의 지름이 1.25m라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이란 탄도미사일인 ‘세질’과 재원이 같다”며 “세질의 기술을 받아들여 추진체를 개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거리 2000~2400㎞에 이르는 세질 미사일은 2단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한다. 엑체연료 엔진을 쓰는 샤하브-3가 발사준비에 몇 시간이 걸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30분이면 발사 준비를 마칠 수 있다. 북한의 카피 기술은 기상천외하며 그것을 ‘자강력제일주의’로 포장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북한은 국제법과 상도를 무시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군사력과 산업에서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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