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관계의 꼬리를 잡지 못하면 아무런 일도 못하는 사회는 비단 중국만이 아닌 것 같다. 일명 꽌시(关系)라는 말로 우리에게 알려진 중국 사회의 단면은 인맥이 없으면 사업도 정치도 할 수 없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고전을 했다는 이야기로 알려지게 됐다. 그런데 그러한 꽌시는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혈연, 지연, 학연 등 어떻게든 상대방과의 연관 고리를 찾아내어 청탁을 하고 관계를 맺어 보려는 우리 사회의 단면도 그들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꽌시로 움직이는 시스템은 부패를 피할 수가 없다. 꽌시를 통하면 사업이든 정계진출이든 아이템을 불문하고 편하게 또한 익스프레스한 속도를 즐길 수가 있다. 그 사람과의 관계 하나로 여타의 전문가나 특출한 인재들은 재고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꽌시의 스릴을 아는 사람들은 일찍부터 될성부른 떡잎을 발견하고 그 떡잎에 줄대기를 시도한다. 줄이 대지면 물심양면의 스폰서로 나서게 되고 드디어 떡잎으로부터 믿을 만한 사람으로 인정되면 그때부터는 모든 관계를 우선하는 인재가 되어 상상 이상의 자리에 꽂아지는 행복함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한번 유력한 자리에 꽂아져서 이력을 만들게 되면 이후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떡잎의 위세가 꺼지지 않았다면 떡잎의 위세를 등에 업고 능력 이상의 자리를 꿰차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이는 스스로에게는 무한한 스릴과 즐거움이자 행복이겠지만 이로 인해 사회에 파급되는 무수한 부작용들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로 다가온다. 임기만 채우면 이후는 어찌되는 책임을 지지 않으니 임기 내에 큰 실수만 안하면 된다.

인기에 영합하는 사업기획과 실천을 추진하고 사업의 완성 따위는 상관없다. 재무상태가 좋거나 나쁘거나 현직에 있을 때만 거덜 나지 않으면 된다. 공무원들의 무한연대책임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니 보통의 사업가들이 새로운 사업을 기획할 때 골머리를 썩는 수지타산이나 재무조달 따위는 생각도 않는다. 다만 초기 자금의 입수만 신경을 쓸 뿐이다. 어찌되건 내가 시작하는 일에 자금만 확보해 주고 사업이 시작되면 되고 그것이 임기 내에 끝을 내면 좋지만 못 끝내도 큰 부담은 없으니 업적 위주의 이력 쌓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무원들이 많아지면 결국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에 살림은 거덜나기 마련이다.

가계도 기업도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수입의 상황을 고려하는 지출이 진행돼야 무리가 없다. 사업의 타당성 분석이 아주 우수하여 부채를 동원하여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감당가능한 선에서 부채를 동원해야 안전하다. 그런데 안전을 담보로 타당성만을 내세우다가 기업을 잃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만큼 아이템에 자신하는 행동이겠지만 자신을 믿고 따르는 많은 종업원들을 생각하는 기업인이라면 그러한 배팅은 하지 않을 것이다.

흑자도 적자도 못내는 경제 불황기에 어떻게든 치고 나가려는 심리는 이해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인 사람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는 역시 그 수준일 것이다. 꽌시를 벗어나 합리적으로 새 국면을 만들어낼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부정과 부패의 온상인 꽌시의 편리함은 유혹적이지만 결국 몸통을 썩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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